경제 게시판

박문환 - 백신 이후의 투자자 행동 요령 (2020-05-21)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0-05-24 12:00
조회
2839
백신 이후의 투자자 행동 요령

지난 화요일부터 시장이 급등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라던 치료제와 백신이 지난 주말과 주초에 동시에 발표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면서 시장에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있었지요?
그 동안 강세를 보였던 제약 바이오 중에서 일부는 조정을 보였고, 반면에 그동안 바이러스로 인해 핍박을 받아오던 항공주와 여행관련주 등이 급등으로 전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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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마도 고민이 크실 겁니다.
지금까지 바이러스로 인해 강세를 보였던 종목을 버리고 피해를 보았던 종목을 담아야 하는 지, 아니면 가던 종목을 더 담아야 하는 지 말이죠.
오늘의 주제는 "백신이 개발된 이후부터의 행동 요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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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으로 15일, 폭스뉴스에 아주 흥미로운 뉴스가 하나 떴습니다.
<소렌토 테라퓨틱>이라는 회사가 STI-1499라는 항체를 개발했다는 겁니다.
놀랍게도 이 회사가 개발한 항체는 사람의 몸에서 4일 내에 코로나바이러스를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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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뉴스는 주말 미국 시장의 종가에만 영향을 미쳤는데요, 그리고 나서 월요일에는 또 다른 백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모더나>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mRNA-1273)의 1차 임상시험 결과 시험 대상자 모두에게서 항체가 형성됐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손꼽아 기다리던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이 이틀의 시차를 두고 모두 발표된 셈인데요, 목요일 새벽에도 Inovio사에서 백신에 대한 임상 발표가 있었지만 동물 실험이었으니 빼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설명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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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는 비교적 잘 알려진 회사지만 <소렌토테라퓨틱스>라는 회사는 자주 듣지 못하셨을 겁니다.
일단, 이 회사는 항체 전문 바이오벤쳐입니다.
수 십 억 개의 항체들을 수집해서 모니터링하고 검사를 해왔는데요, 이 항체들을 모으는 것도 엄청난 일이지만 이것을 관리하는 것만도 상당한 돈이 들어가죠.
그 때문인지, 이 회사는 최근 3년 동안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있었습니다.
매출도 쪼그라들고 손실만 누적되면서 주가는 2018년, 10달러 주변에서 등락 했던 종목이 작년 10월에는 2 달러 아래로 내려갔었지요.
우리나라의 유명 제약회사와도 조인트 벤쳐를 만들었었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봤는데요, 주장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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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는 마치 슈렉의 귀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이 달려 있잖아요?
그것이 Ace2라는 효소에 달라붙어서 복제를 시도하는 건데요, STI-1499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매우 빠르게 결합한다는 겁니다. 아주 쉽게 비유해보자면, 미인계에 해당합니다.
바이러스의 본연의 임무는 우리 몸을 감염시키는 건데요, 훨씬 더 매력적인 STI-1499를 투입해서 인체와 결합하기 전에 먼저 그들과 결합을 시키는 것이죠.
STI-1499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면 우리 몸에 더는 침투할 수 없고, 복제가 안되니 바이러스는 결국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기전을 통해 4일만에 우리 몸 속의 바이러스를 깔끔하게 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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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된 항체는 기존에 <소렌토테라퓨틱스>가 보유하고 있던 수십억개의 항체들 중에서 수백개를 추리고 다시 10여개를 칵테일해서 만들었다는데요, 치료제로서 뿐만 아니라 예방 요법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은 아니지만 백신 대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뉴스가 전해진 당일 장중 243%까지 올랐다가 종가는 158% 상승으로 마감되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지요. 물론 이후로 2일 연속 하락했다가 겨우 3영업일 째 반등했는데요, 아마도 지금까지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거의 페니스탁이 되어버린 것이 신뢰도에 감점 요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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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모더나의 mRNA-1273에 대해 말씀드리죠.
이건 치료제가 아니라 백신입니다.
코로나19는 치료제보다는 백신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제롬파월 연준 의장도 백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었지요.
우리시간으로 지난 화요일 새벽, <카이저 퍼머넌트> 워싱턴 보건 연구소에서 18세~55세의 성인 남녀 45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 했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5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 25마이크로그램과 100마이크로그램, 250마이크로그램을 약 28일 간격으로 두 차례 근육 주사를 통해 투약 후 관찰 했는데요, 25마이크로그램을 투약받은 경우 첫 투약 후 43일, 두 번째 투약 후 약 2주 이후에 관찰한 결과, 결합항체(binding antibodies)의 수준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수준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100마이크로그램 투약자의 경우 훨씬 높은 수준의 결합항체가 확인되었구요, 심지어 8명의 투약자로부터는 코로나19에 대한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ies)도 형성됐다고 밝혔습니다.
중화 항체라는 것은 아예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이나 독작용이 무력화되는 항체반응을 말합니다.
백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지요.
아직 1상 결과라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발열과 약간의 두통 이외의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도 없었다는군요.
이 뉴스가 발표된 직후, 모더나의 주가는 20% 상승으로 마감되었지만 그 다음 날에는 역시 하락으로 전환되었는데요, 아마도 지금까지 상품화된 적이 없었던 mRNA계열의 백신이라서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건스텐리에서는 모더나의 성공확률이 65% 정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목요일 새벽에는 다소 반등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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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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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발표된 치료제와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떠나서 지금도 세계 도처의 실험실에서는 적어도 100여 개 이상의 백신이 개발 중입니다.
5월이 지나면, 임상 실험 결과가 계속 발표될텐데요, 그 많은 실험 중에서 적어도 하나 이상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 제약 바이오 관련주와 더불어 함께 강세를 보였던 이른바 <언택트 관련주>들을 모두 버려야 하는지의 여부가 궁금해집니다.
이번 주에 시장 반응을 보셨듯이 백신이 개발되었다고 하니 백신을 개발하던 종목들이 추풍낙엽처럼 하락 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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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제약 바이오 업종에 대한 전량 매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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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라면 굳이 매도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회사도 설계만 하는 팹리스가 있고 설계도대로 반도체를 만들어 주는 수탁업체가 있잖아요?
건축물도 설계회사와 시공회사가 따로 있듯이 말입니다.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라는 회사는 휍리스인데요, 설계를 했으니 그 설계도대로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중국에게는 아쉽게도 <하이 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를 양산할 능력이 없습니다.
물론, SMIC라는 파운더리가 있지만 기술력이 그다지 시원치 않기 때문에 세계 5%의 점유율을 가진 회사라도 주로 <로엔드 제품>만 커버하지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주로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그 설계대로 수탁 생산은 TSMC가 해왔습니다.
최근 미국이 대만의 TSMC를 회유해서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자고 한 것은, 결국 화웨이를 고립시키자는 의도였습니다.
미국이 TSMC와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의 협력 관계를 끊어버린다면 중국에서는 고사양의 휴대폰을 만들 수 없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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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반도체도 설계회사와 양산회사가 따로 존재하는데요, 제약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수탁 생산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제약과 양산은 전혀 다른 체계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편이죠.
제약 분야에서 수탁 생산자를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라고 하는데요, 재미 있게도 세계에서 가장 큰 수탁 생산 업체는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만약,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된다고 해도, 수탁 생산이 가능한 회사들이라면 그냥 보유하셔도 된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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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백신 관련주도 여러 계열이 있습니다.
mRNA계열, DNA계열에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백신도 있고 단백질 기반의 백신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모더나>의 백신은 mRNA계열로 mRNA 전달의 불안정성 때문에 아직까지 상품화된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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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상품은 좋게 평가합니다.
모더나 측에서는 당연히 완벽한 상품으로 선전했고, 모건스텐리에서는 모더나의 성공 가능성을 65%까지 전망했지만 누구도 그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학 전문 언론인 스탯(STAT)은 모더나의 백신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다음 날 모더나는 10% 이상 급락했었으니까요.
굳이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라 할지라도 미리 매도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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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에는 <언택트> 관련주들의 비중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 여부를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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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같은 바이러스 피해주라고 해도 구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인데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대가(大家)의 생각은 어떤지 먼저 살펴보죠.
<샤프슈터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 132번째 투자이야기에서는 경기 흐름에 따른 투자자산에 대해 적어두었는데요, 중간 정도에 보시면 버핏이 금융위기 때 골드만 삭스의 <신주인수권>을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이야기인데요, 버핏이라고 해도 금융 위기의 저점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그가 선택했던 것이 <신주인수권부사채>였어요.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채권처럼 일정한 이자를 받고 있다가, 만기일이 되어 경기가 호전되어 있다면 주식으로 전환해서 더 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인 투자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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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지난 17일 WSJ과 인터뷰에서 또 다른 대공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얼마나 깊고 길게 갈 것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침체는 분명히 올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과거 대공황을 겪지는 않겠지만, 지금과 같은 돈 풀기로 인해 우리는 전혀 다른 혼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 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회복의 속도에 대해서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언젠가 경제가 돌아오겠지만, 이는 완만할 것이며 이전과 같은 고용 수준을 매우 오랫동안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가가 이전 저점보다 더 내릴지, 아닐지에 대해서 솔직히 나도 모른다. 코로나가 하는 일을 어찌 알 수 있겠나?"고 오히려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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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들은 보유하고 있는 1400억 달러 상당의 현금을 거의 쓰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손절까지 했는데요,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 3월 말부터, 골드만 삭스 지분을 큰 폭으로 축소하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골드만 삭스 지분을 190만주로 줄였는데요, 이는 지난해 말 1200만주에서 무려 84%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뿐만 아니라 버크셔는 JP모간의 지분을 1.94%에서 1.88%로 축소했고, 이달 11~12일 사이 US 뱅코프 주식을 49만7786주 매도했습니다.
그러니까 특정 은행주의 개별적 악재 때문이 아니라 은행주 전반에 대해 매도를 했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항공주도 손절했고, 최근에는 석유업체 필립스66 지분도 전량 매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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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버핏이 이번에 손절한 종목들은 지난 화요일에 폭등했고, 이 때문에 "버핏은 이제 한 물 갔다."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 S&P 500 지수가 10.9% 하락했는데, 버크셔는 약 25% 떨어졌고, 작년에도 버크셔는 11.0% 상승했지만 S&P 500 지수는 31.2%나 상승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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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대가의 생각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100%의 확률 안에서 행동할 수 없습니다.
제가 아는 버핏과 멍거는 확률이 가장 높은 쪽에 있어왔던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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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이 맞다면, 그들이 청산을 선택한 일부 업종들은 과거로 돌아가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4월 9일 스페셜리포트에서 말씀드렸던 <영원한 변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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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가 무엇이든, 과거 지박령처럼 존재했던 바이러스가 세상에 알려진 겁니다.
2017년에도 미국에서 독감으로 8.5만명이 사망했지만 매스컴을 타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씀을 드렸었지요?
예전부터 알게 모르게 수많은 인간들을 죽여왔던 미시적 존재를 세상 사람들은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바이러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구분이 좀 필요하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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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예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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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힘들었던 업종이라면 운수장비업종일겁니다.
만약 백신이 만들어진다면 이들이 모두 함께 상승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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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약 미국에 있고 국내 여행을 가야한다고 가정해보죠.
아주 장거리가 아니라면 비행기보다는 자동차를 선호할 것 같습니다.
같은 운수 장비 업종이라도 자동차에 비해 항공주의 반등 속도는 훨씬 더 느릴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 점에서 여행 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러스가 예고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귀국하자마자 2주간 격리가능성을 안고 출국을 해야한다는 말인데요, 저라면 골프도 굳이 태국 가지 않고 한국에서 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베이징의 주중 교통량을 보면, 지난해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주말 교통량 수준은 과거로 회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직업적인 활동은 재개하되, 레저나 취미 등을 위한 주말 활동은 여전히 자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버핏이 정리한 은행업종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돈에 대한 보유가치, 즉 금리는 결국 제로를 향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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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버핏이 항공주와 에너지관련주, 그리고 은행주를 매도한 이유는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한 결정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그런 이유로, 저 역시 대가의 생각에 일부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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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알려진 것만 100여개의 시도가 진행 중이죠.
목요일 새벽에도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에서 동물 실험 결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발표했지요?
분명 이 많은 시도들 중에 하나 이상은 성공적으로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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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과 변할 수 있는 것들은 상식적으로 구분을 해 두기로 했습니다.
항공주와 은행주 여행주 레크리에이션, 예술 등 대민 접촉도가 높은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바이러스 이후의 세상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포트폴리오에 당분간 담지 않을 생각입니다.
또한 언택트 관련주들에 대해서도 뉴노멀로 인정될 수 있는 종목들에 대해서는 조정을 기다려 좀 더 담아둘 생각입니다.
다만 주의하셔야할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다음 주에 거론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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