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정부의 <100일 계획>에 중국이 빠진 이유 (2021-01-07)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1-01-09 10:09
조회
1571
새 정부의 <100일 계획>에 중국이 빠진 이유
.
미국의 새 정부는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우선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정리해서 <100일 간의 계획(100day Plan)>을 발표했는데요, 당연히 금융인이라면 이 부분에 주목하셔야겠지요?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 안에서 자연스럽게 투자도 병행되어야만 하니까 말이죠.
그래서 좀 살펴봤는데요, 매우 당혹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중국에 대한 전략이 빠져있었거든요.
.
새해 첫 날의 강의 주제는 "미국 새 정부의 <100일 계획>에 중국이 빠지게 된 이유"로 정해봤습니다.
.
트럼프는 비록 28년만에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다지만,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중에 하나였습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미국 성인 1018명에게 "가장 존경하는 남성이 누구냐?"는 질문을 했었는데요, 무려 18%가 트럼프를 지목했습니다.
이건 거의 기록적인데요, 지금까지 이 정도의 지지율을 보였던 사람이라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던 <드와이드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거의 유일합니다.
.
반면에 조바이든은 순위에 들지도 못했지요.
비록 승자 독식이라는 독특한 선거 제도로 인해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다지만, 트럼프의 인기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트럼프 자신도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더 낮은 지지율을 가지고도 독특한 선거 제도로 인해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던 것처럼,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도 재선에 실패한 것이죠.
.
그래서인지, 트럼프는 사상 초유의 불복 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지난 1일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워싱턴DC에서 1월 6일 오전 11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릴 것이고, 부정선거에 대한 엄청난 비밀이 공개될 것이다. 민주당은 도둑질을 멈추라”며 자신을 위해서 궐기할 것을 촉구했었구요,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을 결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선거 인증을 거부하도록 압력을 넣었습니다.
물론, <마이크 펜스>는 거절했지만 말이죠.
.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지핀 잘못된 <쇼비니즘>이 오히려 미국을 매우 위태롭게 했다는 점이죠.
.
<이란>이나 <브라질>이라면 트럼프의 생각처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살아도 됩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리 살아서는 안됩니다.
.
바이러스 창궐하는 시기에 두 명이 골프를 치러 갔다가 감염이 되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과 지방 공무원이라도 제도권 내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완전히 똑 같은 행동에 대해서도 무게감이 다르잖아요?
전 세계가 함께 쓰는 달러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국수주의는 매우 위험한 겁니다.
지난 5년 간 트럼프에 의해 자행된 <미국 우선주의>가 비록 일부 국민들로부터는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고, 그것이 설령 애국주의라는 좋은 터울을 가졌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선한 의지>가 <선한 결과 값>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만약 그가 한 번 더 집권을 했더라면, 미국이 가지고 있던 기축통화권은 유로존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달러가 없는 미국을 상상해보십시오.
의도가 선한 애국심으로 출발했다고 해도 결국은 트럼프의 애국심은 매국으로 가는 첩경으로 작용했을테니까요.
.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이제 바이든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는데요, 그는 우선적으로 집권 초기 100일 동안에 해야할 일을 정리해서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100일간의 계획>인데요, 대략 6 가지로 요약할 수가 있겠습니다.
.
1. 동맹국과의 관계 개선.
2.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3.코로나 19에 대한 대응
4.그로 인해 무너진 경기의 부양
5.행정부의 재구성.
6.이민 정책의 수정입니다.
.
차기 정부에서 밝히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계획들이, 주로 트럼프로 인해 망가진 것들을 다시 재건하는 것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우방을 버렸고 기후 협약을 탈퇴했으며 이민 정책을 매우 고립적으로 바꾸면서 미국이기를 포기했었는데요, 이제 다시 본연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죠.
.
하지만 증세 계획은 빠져 있지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어 기업들의 이익에 기여했는데요, 이건 큰 정부를 추구하는 민주당의 핵심 당론과 많이 배치됩니다.
바이든을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향후 10년 동안 3조 4200억 달러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기로 했었는데요, 하지만 세수 확보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100일 계획>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바이러스로 인해 타격을 받은 경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세금을 올리는 것이 급하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하긴, 우파는 무조건 세금을 내리고 좌파는 무조건 세금을 올린다고만 생각하셔서는 안됩니다.
과거 오바마 정권 때에도 금융 위기 때문에 시장이 힘들 때 법인세를 오히려 낮추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
그런데 말이죠.
다른 것들은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발표였지만, 이상하게도 중국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계획이 없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무역대표부의 대표로 중국 제재 업무에 대한 경험치가 많은 대만계 미국인 <캐서린 타이>가 지명되었다는 것 말고는 차기 정부에서 중국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말입니다.
바이든이 중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
미국 차기 정부의 중국에 대한 생각은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화웨이처럼, 트럼프의 제재로부터 직격탄을 맞아야만 했던 회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화웨이는 지난 9월 MCP 칩 등을 사재기 했었지요?
아마도, 차기 정부까지만 잘 버티어 내면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은 조금 부드러워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
물론, 우리나라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합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 때문에 공급 우위에 있던 디램 시장은 곧장 바닥을 치고 상승할 수 있었구요, 최근에는 SMIC에 대한 제재 소식때문에 주로 반도체 관련 밸류 체인이 전체 산업 구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네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니까요.
실제로 최근 두 달 동안 우리네 시장의 상승 속도는 미국 S&P 지수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였는데요,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하게 중국 기업들을 압박했던 것이 매우 큰 이유로
작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지난 주 중국의 3대 통신사에 대한 거래를 중단시켰다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그 계획이 철회되었다는 뉴스가 화요일 새벽에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계획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바이든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지배적인데요...그렇다면 트럼프와는 달리 중국에 우호적인 대통령이 될까요?
.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주 중국과 EU는 포괄적 투자협정(CAI)에 합의 했잖아요?
조 바이든 당선자가 중국에 우호적이라면 이 협정에 축하를 해줬어야 합니다만 오히려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
그럼, 지금부터 저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바이든의 Priority 에서 중국이 쏙~~빠져 있는 이유를 추정해보겠습니다.
.
지금까지 중국은 국제 규격에 어긋나는 행동을 많이 해왔었습니다.
불법적으로 해외 기술을 탈취했고, 마구 짝퉁을 만들어냈지요.
중국에 가보면, 마치 독일의 차량처럼 보이는 로컬 브렌드의 자동차들이 버젓이 돌아다녀요.
알리바바에서 너무도 많은 짝퉁을 판매하자, 해외 유명 브렌드가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었지만, 당시 마윈은 "베끼는 것도 경쟁력이다"라며 얼버무렸지요.
뭐...여기까지는 그저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우리도 못살던 시대에 만든 갤로퍼의 외형이 독일의 G바겐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했었으니까요.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역 상대국과의 신뢰를 저버릴 수 있는 돌발 행동들이었습니다.
.
예를 들어, 호주에서 전체 와인 생산량의 40%는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었는데요, 하루 아침에 수출이 막히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런 행동은 정상적인 규격을 갖춘 국가의 행동이 아닙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사드 보복을 수년 동안 당했던 당사자니까, 굳이 보충 설명이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뭔가 수출을 하려면 수~~년 동안에 걸쳐 포도 나무를 심고 가꾸었을 것 아닙니까?
호주 총리가 크게 말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코로나 19의 발원지를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발언 때문에 수입하던 와인을 전면 중단한다면 누가 중국을 믿고 장차 투자를 하겠습니까?
물론 화가 치밀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제까지 선적된 물량만 받겠다는 단서를 붙인 것도 아니고, 이미 선적이 끝나서 공해상에 떠 있는 배를 못들어오게 하는 것은 도저히 상식에도 맞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
그 동안은 최혜국 대우를 해주느라 남의 것을 좀 베껴도, 기술을 도용해도 못 본척 넘어갔었습니다만 중국의 덩치가 커지면서 너무 오만방자해지기 시작했고, 표준 이하의 행동들을 하게 되면서 기존의 질서가 위협당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던 것이죠.
.
이런 규격 미달의 행동들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사람이 바로 트럼프였습니다.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은 집권 기간 내내 지속되었는데요,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는지는 시진핑의 신년사 문구에도 나와 있을 정도였습니다.
시진핑은 청나라 시인 정섭의 시 <교정청산불방송(咬定靑山不放松)>이라는 소절을 읊조렸는데요, 청산이 소나무를 꽉 물어 놓아주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지난 수년 간 트럼프 정부 내에서 중국이 꼼짝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셈이죠.
.
이제 바이든의 시대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바이든의 시대에는 지금보다 나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처럼 과격한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유연한 정책이 전개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요.
물론, 저 역시 바이든의 대중국 전략은 트럼프와는 달리 Rule에 입각한 정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말이죠.
매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트럼프의 시대에는 적극적으로 대항하던 중국이었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중국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죠.
기술 이전의 강압이나 무질서에 대한 개선은 물론이고 전에 비해 훨씬 더 강화된 지적 재산권에 대한 보호 조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도 조금씩이나마 개선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요.
.
지난 4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에서는 당 차원의 대규모 교육 훈련이 있었는데요, 주로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혁신은 발전을 이끄는 제1의 동력이고 지식재산권 보호는 혁신을 보호하는 수단이다”라고 했는데요, 그러니까 중국에서의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말이죠.
놀라운 것은, 그 교육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에서 시진핑은 지존입니다.
그가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회의의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는데요, 그는 <지식재산권 보호사업>이 국가 거버넌스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는 물론이고 국민의 행복, 나아가서는 국가안보 등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
시진핑의 선언은 그냥 보여주기 위한 ""는 아니었습니다.
이미 중국 당국은 최근 외국 기업의 짝퉁 제품을 잇따라 적발하고 처벌하면서 지식재산권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상하이 중급 인민법원에서는 최근, 글로벌 완구업체 <레고>와 완전히 유사한 짝퉁을 3억3000만 위안(약 570억원)어치를 판매한 혐의로 <러핀>의 대표를 구속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을 뿐만 아니라, 3억 3000만 위안의 매출에 대해 9000만 위안의 벌금이라는 다소 중한 형량을 부과했습니다.
같은 달, 루이비통 등 짝퉁을 제조하고 유통시킨 업자 62명을 긴급 체포했고, 1억 위안 이상의 짝퉁 상품을 압수하기도 했지요.
.
얼마 전에는 구금 상태에 있던 홍콩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인 방면 조치가 있었습니다.
중국이....예전과는 달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죠.
.
참 이상하지요?
분명 트럼프의 시대에는 거의 대부분 미국에 맞서는 자세를 견지해왔던 그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이 개발하고 창조하는 것보다는 중국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으니까요.
트럼프의 압박에 대해서 그저 마지 못해 몇 가지만 수정했을 뿐이었고, 그 외 대부분에서는 말뿐이었습니다.
.
하지만 바이든의 시대를 앞두고 중국은 매우 빠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요, 무엇이 중국을 다급하게 만들었을까요?
바이든의 이마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악마의 표식>이라도 있었던가요?
.
지금까지 트럼프는 중국을 압박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매우 중대한 실수를 했습니다.
이 싸움을 미국과 중국의 싸움으로 국한시킨 일이지요.
미국 우선주의를 늘 주장하던 트럼프에게는 오로지 미국만이 중요했기 때문에, 정작 국제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감히 우방들에게 협조를 구할 처지가 못되었습니다.
나토회의에서도 보호비 더 달라고 했다가 우방들과 단체 사진도 못 찍고 왕따가 되었던 트럼프가 어떻게 우방들에게 중국에 대항해서 함께 싸우자는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 중국과의 무역 전쟁의 구도를 G2로 국한시킬 수밖에 없었으니, 중국은 미국의 강펀치만 피하면서 빠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트럼프가 4년을 더 했더라면 중국은 굳이 조급하게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
트럼프는 월등한 지지율을 가지고도 대선에서 패배했고, 이제부터는 바이든의 시대인데요, 트럼프와는 달리, 우방과의 연대를 먼저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국제 규격에 어긋나는 행동을 지속할 경우에는 미국이 아닌 세계와 싸워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 시진핑이 지적 재산권의 보호는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다고 했겠지요.
.
정리해보죠.
.
바이든의 <100일간의 계획>에는 망가진 우방의 재정립을 가장 높은 선반 위에 올려두는 반면, 중국과의 구체적 교전 전략이 담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이 맞다면 바이든은 트럼프가 만들어 놓은 1차 협상의 토대를 부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오히려 여기에 더해서 2차 무역 협상을 주도하여 중국을 정상적인 사업 파트너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
최근 중국의 행동을 보면, 규격에 맞는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변화 의지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 대립보다는 협력의 세상이 열릴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들이 다시 충돌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미중 무역 전쟁 양상이었던 "G2 간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우방과 중국의 싸움"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하나금융투자 CLUB 1 WM 금융센터 박문환 이사(샤프슈터)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