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최악의 2주, 우리 시장이 하락한 이유 (2021-08-27)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1-08-29 17:34
조회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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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우리네 시장이 독특하게 추락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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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반등을 제법 주고 있습니다만, 그 이전 2주 동안 우리네 시장은 최악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주 딱 한 주 동안 외국인들은 7조원이나 매도했는데요, 이는 2008년 이후 한 주간 매도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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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겨우 이번 주초부터 반등을 시작했는데요, 이런 경우 투자자들의 고민은 커집니다.
현재 상황을 반전으로 해석을 되는지, 아니면 기술적 반등으로 보고 상승 시마다 비중을 줄여야 할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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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정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주가가 왜 하락했는 지?에 대한 분석입니다.
만약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이유로 하락을 했다면, 상승시 마다 비중을 줄여야할테고, 하찮은 이유로 하락을 했었다면 오히려 추가 매수를 해야할 테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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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장에서 주로 생각하고 있는 하락의 원인부터 살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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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대형 IPO로 인한 패시브 펀드의 리밸런싱 입니다.
세상에 돈들은 액티브한 돈과 패시브한 돈으로 나뉘게 되지요?
그 중에서 패시브 펀드는 펀더멘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트랙킹 에러(추적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계적으로만 움직이는 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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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쉽게 설명드려볼까요?
코스피 2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ETF를 관리하는 펀드매니저가 있다고 해보죠.
코스피200 지수가 10% 올랐는데,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13% 올랐다면요?
지수보다 더 많이 올랐으니 칭찬을 받아야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추적오차는 거의 손해배상 감이죠.
세상에는 선물과 현물의 가격 괴리를 이용해서 차익거래를 하는 투자자들도 많기 때문에 지수를 추적하는 ETF는 100%에 가깝게 추적이 되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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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패시브 자금은 새로운 종목이 지수물에 새로 진입하게 되면 그 종목의 벤치마크 비중에 맞춰서 부지런히 리밸런싱을 해야만 하죠.
예를 들어 시가 총액이 현재 1억원인 펀드가 있다고 해보죠.
1000만원의 시총을 가진 종목이 들어오면, 모든 종목을 10% 비중씩 매도를 한 다음, 주가 지수에 편입되는 순간을 전후로 새롭게 편입된 종목을 매수하게 됩니다 .
당연히 지수 관련 대형주들에게는 큰 종목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늘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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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 크래프톤을 포함해 상반기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9월 둘째주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까지 MSCI나 혹은 KOSPI200 등의 벤치마크에 편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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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펀드들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보유 주식을 교체해야만 하기 때문에 시가총액 상위 대형 주들은 아무리 이익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기계적 매도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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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패시브의 리밸런싱은 우리나라만 유독 크게 하락을 시킨...<결정적 이유>와는 거리가 멉니다.
지난 주 한 주 동안에만 원달러 환율이 2.4%나 급등했거든요.
주요국 중에서 우리나라 다음으로 많이 하락한 나라가 필리핀 페소화였는데요, 같은 기간에 하락률은 고작 0.5%에 불과했습니다.
대형 IPO가 주가 하락의 주된 이유라면, 원화 가치가 유독 많이 하락한 것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아요.
매도한 만큼 새로 들어오는 종목을 반드시 사야만 하기 때문에 환율 관련 이슈를 만들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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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주장은, 반도체 시장의 고점론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외국인들이 선현물에서 매도한 금액은 1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딱 1주일 동안의 매도 금액으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큰 규모였지요.
이게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였다면 반도체 고점론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나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는 물론이고 대만 증시도 글로벌 증시 대비 약세를 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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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도 우리만 독특하게 하락한 이유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네 증시의 낙폭이 훨씬 컸다는 점 때문이죠.
8월 이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0% 하락했는데요, 대만의 반도체 섹터는 같은 기간 동안에 -4% 하락했어요.
하지만, 우리네 반도체 섹터는 무려 -10%나 급락했거든요.
올해 전체로 시계를 확장해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2%나 상승했는데요, 삼성전자는 고작 강보합권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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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일부 조사기관에서 주장하는 PC디램 고점론이 맞다고 해도 우리네 증시와의 연관성은 크지 않습니다.
우리는 PC용 디램보다는서버 디램과 모바일 디램의 비중이 큰 편인데요, 현재 삼성전자의 서버디램 재고는 2주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모바일도 나쁘지 않아요.
2021년 아이폰 출하량은 2억 3600만 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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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삼성전자의 이익 컨센서스는 지금도 상향 조정 중에 있습니다.
올해 영업 이익 컨센서스는 연초 대비 14%나 상향되었고,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연초에 비해 7%나 상향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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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반도체가 일부 영향을 주었다지만 전체 주가 폭락을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다는 말이죠.
사실 저는 반도체와 관련해서 전혀 다른 이유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내용이 다소 길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따로 설명을 드려야겠네요
아무튼 반도체 시장의 고점론도 우리네 증시의 도드라진 하락을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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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설입니다.
북한은 부족한 식량을 늘 해외로부터의 지원에 의존해왔었는데요, 바이러스로 인해 지원을 스스로 차단했기 때문에 지금 무척 배고픈 상태입니다.
1997년 북한의 대기근을 기억하시는지요?
북한군 수십만 명이 굶어죽었고, 심지어 북한 주민들의 평균 신장이 작아졌을 정도로 매우 힘든 시기였지요.
그날 이후로 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올해 최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그 때문에 외국인들이 우리네 증시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가정이죠.
실제로 원화는 지난 2주 간 -2.4%나 절하된 바 있습니다.
EM 통화 평균이 -0.3% 하락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두드러진 낙폭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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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기준 한국 증시는 지난 2주간 -6.4% 하락하였습니다.
같은 반도체 공화국인 대만은 물론이고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심지어 재정건전성 취약국으로 분류되는 터키나 브라질보다도 깊은 하락이었다면,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설이 힘을 얻을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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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가정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네 증시를 사납게 후려패고 있었던 지난 2주 동안, 국내 채권에 대해서는 현물과 선물 모두 매수세를 지속하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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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까지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고채 현물 잔고는 147조원 정도로 대략 8개월 연속 현물 잔고가 증가 중인데요, 어떤 얼빠진 외국인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나라의 채권을 매입하겠습니까?
우리네 국채에 대해서는 현물 뿐만 아니라 선물에서도 순 매수세가 뚜렷한데요, 최근 4주간 3년물에 대해서만 86,000계약, 10년물은 21,000계약을 순매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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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국내 5년물 CDS프리미엄은 18bp로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요.
신흥국들의 리스크 수준을 보여주는 EMBI 스프레드도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죠.
위험 지표들이 멀쩡한데,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와 원화 가치의 하락을 지정학적 리스크와 연관지어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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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인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재발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예를들어 볼까요?
최근, 차량용 반도체(MCU)의 리드타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자동차 반도체를 공급하는 인피니온의 말레이지아 공장에서 델타 확산으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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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국제 공급망에서 부품 생산이 대부분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아주 하찮은 부품 공장이 중단되어도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 공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월 초에 베트남에서 델타로 인해 일시적 셧다운이 있었잖아요?
그 바람에 호치민 성의 산업 생산이 지난 7월 대비 16.5%나 감소했었습니다.
말레이시아도 최근 델타 변이로 인해 일시적 셧다운이 있었구요...
그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 역시 일제히 생산 공정이 중단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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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월 90만대 계획이었던 9월 생산량을 50만대로 낮춰잡았고, 북미와 중국 유럽에서의 해외 생산량도 22만대 줄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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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역시, 3분기 생산량을 조절하겠다고 했고, 포드 사의 대표 모델 F-150을 생산하는 캔자스 시티의 조립 공장도 일주일 동안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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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이 발달된 독일의 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으로 전월대비 약세를 보이는 것도 결국 부품의 조달이 원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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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시아에서 델타 변이를 통제하지 못한 것이 선진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말이고, 우리네 증시를 훅~ 빠지게 만들었다는 주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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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도 우리만 유독 크게 하락하는 것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자동차는 우리만 만드는 게 아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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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자동차 판매가 3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잖아요?
이는 미국의 소비 악화를 의미합니다.
자동차및 자동차 부품은 미국 전체 소매 판매에서 20%를 차지하니까요.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을 기존 9%에서 5.5%로 대폭 낮추었지만, 미 증시는 우리처럼 크게 빠진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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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바이러스로 인한 병목현상이 일부 원인을 제공했을 지언정, 우리만 유달리 하락한 이유를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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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부터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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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거론해드렸던 요인들은 대부분 시장에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네 증시에만 적용되는 악재가 분명 더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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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계적 매도로 인한 증폭 효과를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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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저는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앞으로의 증시는 좀 더 거칠어질 것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변동성에는 쫄 필요가 없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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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와 같은 맹목적 추종 매매 때문인데요, 시장에 대한 하락 요인이 생겼을 경우, 여러분들이 시장을 매도하시면 ETF 가 함께 매도를 하기 때문에 하락쪽에 증폭 효과가 얹혀집니다.
그러니까 주가가 10% 하락했다면, 그 중 절반은 증폭 효과에 의한 하락이었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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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독특하게 높았던 신용잔고가 증폭효과에 불쏘시개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신용잔고는 각각 14조원과 11조 5000억원으로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신용 잔고는 평상 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일단 시장이 하락을 하게 되면 한꺼번에 출회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ETF 등 패시브 투자가 가세하죠.
순식간에 예기치 못한 기계적 매도를 부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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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네 원화가 지독한 약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원화의 상대적 약세는 엔저 현상과 배당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엔저가 분명하게 진행되는 경우, 시장에서는 돈들이 한국 시장을 매도하고 일본을 매수하는 경향이 짙어집니다.
이유는 우리네 수출 물품이 거의 일본과 치명적 경쟁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엔화는 109엔 전후로 움직이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114엔까지도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이런 생각이 시장의 지배적인 주류라면, 돈들은 당분간 한국을 팔고 일본을 매수할 수 있다는 말이죠.
중기적 환전 수요의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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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배당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일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주주 환원 정책이 강조되면서 작년 기준 배당은 2019년 대비 무려 40%나 증가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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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분기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상장사 전체 배당금 규모 중 외국인 주주 몫을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120억 달러가 넘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시장에는 외환 거래 시장이 없어요.
딜러들이 카운터파티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라서 하루 평균 거래량이 고작 80~90억 달러에 불과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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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이상하게도 배당은 받는 즉시, 우리나라에 재투자되지 않고 거의 대부분 국외로 송금되어 왔습니다.
급격하게 늘어난 배당이 순간적인 환율 상승 압력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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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전자의 2분기 배당금 지급일이 8월18일이었잖아요?
그 날이 포함된 직전 일주일 동안 환율은 무려 3.2%나 급등했었습니다.(원화 약세)
같은 기간, 우리보다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는 브라질의 헤알화가 1.1% 약세를 보였다면 급격하게 늘어난 배당이 환율 급등의 일부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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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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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ETF 등, 패시브형 펀드의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세상은, 실제 상승폭이나 하락폭보다 훨씬 더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셔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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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락해야하는 시장이라면 10% 이상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신다면, 앞으로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만될 고약한 변동성이 괴로우실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조정을 시작하게 되면, 속히 지정학적인 리스크 등 구조적 악재가 아닌지의 여부만 살피시고, 그게 아니라면 어지간한 하락은 눈 질끈 감고 견디셔야만 한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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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채권 시장이나 CDS 프리미엄 등을 참조하시면 누구라도 충분히 파악이 가능하겠습니다만, 그외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는 아마도 판단이 잘 서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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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황 판단이 가능하다고 해도 정확한 저점에서의 매수는 더욱 어렵다고 생각하실텐데요...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알려드렸던 예술적 분석에 의존하신다면 누구라도 쉽게 저점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지난 주 금요일부터 이번 주 월요일 사이에 반도체 업종 등 지수관련 대형주 섹터에서 DMI 매수 신호가 참으로 많이 잡혔다는 것을 아시고 잘 대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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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고객들을 위해 제공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에 주식 비중을 지난 금요일과 월요일 사이에 늘렸는데요, 근거는 매우 단호한 매수 신호인 DMI 신호가 포착되었기 때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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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매수 신호만 나왔을 뿐, 매수 신호의 완성에는 ADX와 오실레이터의 호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계시죠?
혹시, 모르신다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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