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고용 미스테리 (2021-09-10)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1-09-11 12:00
조회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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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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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동향은 정말 극적이었습니다.
8월의 비농업 부문에서 고용은 고작 23만5천 명 증가로, WSJ에서 예측했던 72만 명 증가에 비해 고작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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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행이도 주가는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금리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고 외환 시장에서의 변화도 미미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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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파월은, "물가는 연준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이제 고용 시장에서만 개선된 수치가 확인되면 테이퍼링을 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위원회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고용 동향의 어그러진 수치를 오히려 테이퍼링의 연기로 연결지어 해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거역하기 힘든 악재였지만, 유동성 측면의 호재가 반영되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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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가지가 궁금합니다.
첫째, 시장 예상치에 터무니 없이 부족한 고용 지표를 어찌 해석해야 할까요?
둘째, 부진하게 발표된 고용지표가 과연 연준의 마음을 바꾸어 테이퍼링을 내년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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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다룰 주제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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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말씀드리기 전에 여러분들이 꼭 알고 계셔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준은 달러를 다루는 기관이라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그들의 행동이나 발언은 바위같아야만 하죠.
연준이 바람이 부는대로 마구 흔들린다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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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준이 기존의 생각을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방향성이 굳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매머드급 악재라야만하고, 또한 구체적 행동에 앞서 충분히 시장과 소통을 해가면서 천천히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설령 연준이 해야만 하는 정당한 행동이라고 해도 <폴 볼커>나 <벤 버냉키>처럼 시장을 순간적으로 발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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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달랑 고용 지표가 한 차례 위축되었다고 해서 연준이 생각을 훅~하고 바꿔서 테이퍼링의 개시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생각은 매우 위태로운 생각입니다.
잭슨홀에서 이미 올해 안에 테이퍼링 개시 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한 이상, 어지간한 변수가 새롭게 생기지 않는 이상 올해 남아 있는 3번의 미팅 안에 테이퍼링의 개시 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셔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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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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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용지표가 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는 지, 그 원인부터 뜯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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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기업들이 바이러스 때문에 구인 수요를 확 줄였을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대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ISM 설문을 보면 8월 사업 둔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델타 변이를 언급한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그것이 기업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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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까지 미국의 구인 수요는 만땅인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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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 설문에서는 기업들이 현재 두 가지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을 호소했었는데요...
첫째, 원자재 공급의 병목 현상이 재개되었다는겁니다.
델타 변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었지만 결국 동남아시아 권에서 델타 변이 확산이 부품 공급망에서 일부 셧다운을 만들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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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일할 수 있는 근로자를 찾는 일이 여전히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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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들의 매출이 하락하는 이유는 안팔려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원자재가 없고, 물건을 만들 노동자를 구할 수 없어서 팔아먹을 물건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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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일할 사람을 찾는 일이 더욱 힘들다는 것이 ISM 설문에서 두드러졌는데요...
역대 최대로 채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정부가 주는 추가수당을 받고 있어 일터로 돌아올 준비가 안되었다.
이직률이 높고, 일자리 공석을 메울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와 유사한 답변이 대다수였으니까요.
그냥 구인 수요가 많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도 기업들의 구인에 대한 갈증은 절실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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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고용 동향에서 발표된 시간당 임금을 보면 또다시 0.56%나 급등했잖아요?
역시 예상치 0.3% 증가에 거의 두배 가까운 급등이었는데요, 일할 사람이 충만하다면 급여가 왜 이렇게까지 가파르게 오르겠습니까?
지난 1년 동안 급여는 4.3% 뛰었는데요, 팬데믹 초반부에 사람 구하기가 어려웠던 극히 일부 시기를 제외한다면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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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율 역시 사상 최대치로 증가 중입니다.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기업들이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 더 높은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결국 일자리가 없어서 신규 채용자 수가 급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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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8월의 고용지표는 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을 정도로 위축되었을까요?
대략 4가지 정도의 이유가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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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실업자에게 주는 연방 정부의 실업급여 보조금(FPUC)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제 방송에서 수 차례 거론해드렸었지요?
특히 저임금의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받던 급여 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불하면서 고용 시장을 수개월 동안이나 왜곡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한 주에 100만원을 받던 사람에게 일을 안해도 11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면 누가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을 할까요?
실제로 지난 수개월 동안 실업자수 증가에서 소외되었던 부문은 주로 저 임금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제롬파월도 입만 열면, 히스패닉 등 취약 계층의 고용 시장 회복이 아직 미흡하다고 늘 떠들고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구직자수와 구인자수가 모두 1000만 명이라는 보도 듣도 못했던, 희한한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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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선택은 두가지 중 하나입니다.
사업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보조금보다 더 많은 급여를 주어 고용을 유지하든가...
사업 포기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급여를 더 올려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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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왜 저임금 노동자들이 받던 급여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과거 방송에서 자주 거론해드렸기 때문에 오늘은 구체적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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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8월의 고용은 정확한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우리도 이 때를 전후로 휴가철에 접어들잖아요?
미국도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수천만 명이 휴가를 떠나게 되는데요, 그 때문에 정부의 고용 조사 설문에 제 때 응답하는지 못하는 기업의 수가 평소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8월 고용성장에 대한 노동부의 1~3차 추정치 중 1차 발표는 월가의 예상에 늘상 못 미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고, 8월의 수치는 이후에 다시 긍정적으로 수정되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이런 식으로 늘 반복되는 왜곡이 생기는 시기에는 지표의 변동성을 막기 위해서 이른바 <계절 조정>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요, 미국은 일반적으로 7월에 방학해서 8월이면 개학을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늘 상쇄되어왔습니다.
그래서 굳이 8월 지표에는 계절조정을 하지 않았었지요.
하지만 하필이면 이번에는 델타의 확산 때문에 9월로 개학이 연기되었고, 8월의 고용 지표를 일시적으로 나쁘게 만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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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델타 변종의 확산이 영향을 일부 주었을 겁니다.
직관적으로 생각을 해보죠.
제조업과 서비스 업종 중에서 바이러스에 좀 더 민감한 부문이 어느 쪽이겠습니까?
아무래도 대민 접촉이 많은 서비스 업종이겠지요...
실제로, 바이러스 위기가 피크아웃되던 최근 6개월 간의 동향을 보면 월 평균 50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주로 서비스업종에서 나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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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고용 동향에서는 전혀 반대의 결과를 보였는데요, 서비스업부문에서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매우 도드라지게 컸거든요.
최근 6개월 평균에 비해 무려 -60% 가까이 감소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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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업종의 하위 지표로로 접근해보면, 윤곽이 좀 더 뚜렷해지는데요...
여행 레져 부문 등 대민 접촉이 가장 활발한 부문에서의 고용 정체 현상이 더욱 크게 나타났습니다.
최근 6개월간 서비스업 고용 증가분의 55%를 차지했던 것이 레져 부문이었는데요, 이번 고용지표에서는 반대로 여행 레저 부문의 신규 고용은 0으로 발표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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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델타 확산이 오로지 유일한 원인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FDA가 화이자 백신을 정식으로 승인한 이후로 지역별로 접종을 의무화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미국은 이미 재생산지수가 지난 8월부터 1 아래로 꺾이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한 명의 감염자가 다른 한 명을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재생산지수가 1 아래로 내려오고 나서 1개월 정도가 지나면 확진자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고용 지표에 준 악영향도 9월이 지나면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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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국의 연준이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철지난 뉴스에 반응하지도 않기 때문에 델타 변이가 연준의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생각도 넣어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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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간단하게 중간 정리를 좀 해보죠.
8월 고용 지표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고용 시장을 왜곡시켰던 주요 원인 중에 하나가 연방 정부의 보조금이었잖아요?
9월 6일로 모두 종료가 되었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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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휴가를 떠났던 사람들도 대부분 돌아왔을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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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델타 확산으로 인한 고용 지표의 왜곡현상도 재생산지수가 1 이하로 떨어진 곳이 전체 50개 주 중에서 31개주이므로 9월에는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9월이 되면 어느 정도 고용 시장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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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좋아진다는 말인데요, 하지만 이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 이해하시기가 쉽지 않겠지만 천천히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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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라는 것은 새로 돈을 찍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롭게 5조 달러를 찍어내면, 미국은 5조 달러의 부가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거의 공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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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을 위해서는 경제가 매우 심각하게 힘들다는 점에 모두 동의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고용 지표의 고의적 왜곡이 필요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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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의 고의적 왜곡...이 부분만 간단하게 입증해보죠
첫째,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받고 있던 급여보다 더 많은 돈을 뿌렸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설명을 드렸었습니다.
당연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피고용> 상태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실업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함으로서 고용 지표가 회복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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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지난 주에도 잠시 말씀을 드렸었지만 미국인들의 저축은 무려 17조 달러에 달합니다.
바이러스 이전의 저축이 대략 12조 달러였다면 무려 5조 달러가 더 늘어났다는 말입니다.
쓰지 않고 저축의 형태로 모아두었다는 말을 뒤집으면, 시급히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미국 정부가 지급했다는 말입니다.
미국이 바이러스를 핑게 삼아 보조금을 남발했었지만 그것은 사실 그다지 급하게 쓰일 돈은 아니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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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미국에서는 3%의 실업률이 15%까지 무려 12%P나 급증했지만, 같은 선진국인 유럽은 고작 1%P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아무리 봐도 말도 안되는 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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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고의적 왜곡을 오랜 시간 지속할 수는 없어요.
이미 초과 실업 급여의 지급은 지난 주에 모두 마무리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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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실업 상태에서 소비를 마음놓고 하지는 않습니다.
9월 6일이 지났으니, 일터로 속속 들어가게 될 것이고, 지금까지 모아둔 돈들을 본격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하게 될 겁니다.
9월 이후에는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본격적으로 자극을 받게 되고 경제는 곧 정상화된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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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미 의회에서는 3조 5000억 달러의 재정 투자 안건이 아직도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에 있습니다.
3.5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법안>과 한 달에 1200억 달러의 <양적완화>는 하나로 묶여 있는 세트메뉴입니다.
둘 중 하나가 어긋나면 전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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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달러를 찍어내도, 그 돈들이 활동할 무대가 없다면 다시 연준의 창고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지금도 빈둥 빈둥 할 일이 없는 달러가 하루에 1조 달러나 역RP를 통해서 연준 창고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지금까지 찍어낸 어마무지한 달러가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고 정상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3.5조 달러의 인프라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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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제가 마구 확장되는 상황에서 재정투자를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전통적인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미 의회에 있는 대부분의 의원들은 <재량적 재정정책>은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도구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회복의 징후가 매우 강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오버히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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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시장은 일반적으로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를 긴축의 전 단계로 인식합니다.
연준에서는 긴축을 준비하고 있는데, 정부는 재정투자를 늘린다는 점을 미국의 상 하원 의원들은,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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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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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보우하사, 기가 막힌 시점에 9월의 고용지표가 엉망으로 발표된 겁니다.
무려 시장 예상치에 1/3 수준까지 찌그러진 고용 지표는 과도한 재정 투자로 인한 경기의 과열을 고민해왔던 미 의회에 압박을 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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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추가로 미국 역사상 5번째로 강했던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의 남동부를 강타합니다.
일반적인 허리케인은 상륙하고 나면 얼마 후 소멸 되는 것이 보통이잖아요?
하지만 이번 아이다는 좀 더 혹독했습니다.
소멸되지 않고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뉴욕 등지에 큰 비를 만들어 더 많은 사상자와 셧다운을 유발했거든요.
실제로 화학 시설 중, 상당 부분이 셧다운되었고 학교와 자영업 등의 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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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10월에는 FOMC회의가 없어요.
딱 이번 회의만 잘 넘기면 11월까지는 매우 자연스럽게 테이퍼링에 대한 개시 선언을 연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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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론을 말씀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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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과 관련된 시간표는 처음의 계획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어떤 경제 현상 때문에 테이퍼링이 미루어진다, 혹은 앞당겨진다는 생각을 함부로 하시면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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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장애물이라면, 달러가 활동할 수 있는 큰~~무대를 조속히 구축해주는 겁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아프간에서의 실수를 어떻게 하든 만회하고 중재에 나서 3.5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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