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대선 후보님들에게 드리는 부탁 말씀 (2022-02-11)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2-02-12 11:20
조회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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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님들에게 드리는 부탁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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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가 모두 하락하는 시기에는, 우리 증시가 하락해도 그럭저럭 견딜만 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일제히 반등을 주는 시기에 우리나라만 못 오르면, 그 때는 누구라도 화가 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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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 이유를 좀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대선 후보님들께 드리는 부탁의 말씀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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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우리 증시의 선진 지수 편입이 공식화되었다는 말씀을 드렸었지요?
어떤 재료든 선반영시킨다는 증시의 특징 때문에 변동성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히, 선진 지수 편입에 대한 추종 자금이 작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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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3년에도 그랬으니까요.
뱅가드가 기존의 MSCI를 버리고 FTSE로 벤치마크를 변경할 때에도 대략 6개월에 걸쳐 우리네 증시를 매도했었습니다.
그들이 모든 매도를 끝마쳤을 때, 대략 7조원 정도가 매물로 나왔었지요.
하지만, 오로지 뱅가드만 매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굳이 대규모 매물이 나올 것을 빤히 알고 있는데, 총알 받이를 자처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외국인들은 즉각 추종 매도에 나섰고, 대략 6개월에 걸쳐 10조원이 넘는 매물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고작 하나의 대형 펀드가, 벤치마크를 바꾼 것이 무려 10조원의 매물을 쏟아내게 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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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선진 증시로 가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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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 당시와 지금은 ETF 추종 자금이 달라졌기 때문에 똑 같은 현상이 벌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당시에는 거의 동등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선진 증시를 추종하는 자금이 이머징 추종 자금 대비 대략 2배 정도로 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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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점점 커져만 가는 이머징 시장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우리에게 불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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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이머징 증시에 편입 중인데요,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꺼번에 들어올 수 없었고 매년 벤치막 비중을 늘려왔었습니다.
현재까지 고작 30%만 반영된 상황이죠.
이건 시차를 두고 결국 100%까지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 수년간에 걸쳐 패시브 이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기준 우리네 증시의 이머징 벤치마크 비중은 15.4%였지만 지금은 12%까지 떨어졌으니까요.
우리 증시의 시장 구분이 이머징 증시로 남아 있는 한, 중국 증시를 매수하기 위한, 코스피 매도 물량은 지속적으로 출회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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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작년에 편입되었던, 사우디 증시에서도 최근 변수가 생겼습니다.
가장 큰 회사인 아람코가 또 다시 영국 증시에 부분 상장을 공시했거든요.
커지는 아람코의 유동성 문제도 벤치마크 비율 증가의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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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증시 역시 지난 해 11월 MSCI 벤치마크가 상향 조정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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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증시는 하루라도 빨리, 이머징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진심이어야만 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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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네 증시가 상대적으로 허약한 것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쪼개기 상장>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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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악몽이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되기 이전의 KOSPI 전체 시가 총액은 1,866조원이었습니다.
그 시총으로 올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순익은 184조원 정도였으니까, 2022년 선행 PER은 10.1배 수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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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편입된 직후, KOSPI의 시총은 1,984조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한 방에 무려 118조원이나 증가했지요.
하지만 그 118조 원의 시총으로 거둘 수 있는 순익은 고작 1조원에 불과했습니다.
LG엔솔의 2차 전지 사업은 미래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높은 PER이 적용되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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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총 2위의 종목이 매우 높은 PER을 부여받을 때 어떤 일이 생기겠습니까?
일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매력도는 커지잖아요?
하지만 주가가 폭락해서 코스피가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1월 27일, 우리네 시장의 선행 PER은 오히려 10.7배수까지 뛰어 올랐습니다.
주가는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식 시장은 이전에 비해 고평가 상태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오로지 딱 한 종목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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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업들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회사 경영 효율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미래가치가 있는 부분만 떼어냈을 경우, 그 자회사는 기업 가치가 높아진 만큼 더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고 투자 유치도 수월해집니다.
잘 되는 사업에 집중해서 좀 더 박차를 가할 수 있고, 결국 그렇게 해서 생긴 이익은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현행법 상 자회사의 손익과 매출이 그대로 모회사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야 결함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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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어제부터 2차 전지를 추종하는 해외 패시브 자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지요?
2차 전지를 추종하는 자금만 대략 4000억, 그 외 지수 추종 자금까지 합하면 모두 2조 원대의 자금 유입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물적 분할을 결심한 기업인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선한 의지로 행동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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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모든 선한 의지가 선한 결과로 귀결되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인들이 100% 선한 것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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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설명드리죠.
오너 일가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라는 대기업이 어느 날, 몇 명이 결정해서 핵심 사업부만 물적분할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자회사를 이라고 하고, 이 회사는 장외에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사의 지분 100%를 사가 보유하게 되겠죠?
장외 주식이기 때문에, 누군가 그 종목을 매수하고 싶어도 못삽니다.
당연히 주주총회는 무의미하죠.
이사회 역시, 사의 친인척으로 채워질 수 있을 겁니다.
비상장이니까, 공시 의무도 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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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게 무슨 대수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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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생각해보세요.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10개 장외 주식에 투자하는 브라인드 PEF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중에서 한 두 회사는 대박도 날겁니다.
하지만 한 두개 회사는 쪽박도 있을 겁니다.
제가 대박 종목만 슬쩍 독식하고, 여러분들께는 허접한 것들만 모아드리면 기분이 어떠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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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라는 게 하다보면, 잘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잘~~되고 돈을 많이 벌어주는 핵심 노른자위만 달랑 분리해서 대주주가 독식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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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조드립니다만, 대부분의 기업은 선의를 가지고 행동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이 악의를 가질 경우, 전혀 보이지 않는 장외에 핵심 사업을 베일에 가려 놓고, 불법적인 비용 처리를 하는 등, 얼마든지 이익을 왜곡 시킬 수 있어요.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설명드려서...
분할 전 100억원의 이익을 내던 Mother가 Son을 분할 시키면서 90억원의 이익을 분리했어요.
그런데 이 90억원의 이익은 장외에서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비용처리를 통해 합법적으로 이익 규모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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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사를 상장시킨다면 당장 투명성은 보장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가 가지고 있던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 가치는 절반 이하로 희석되버립니다.
주주들은 그냥 앉아서 자산 가치를 강탈당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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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불합리는 명백하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듭니다.
실제로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행태는 해외 증시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인데요, 미국에서 만약 우리 식으로 물적 분할이 자행된다면, 거의 중대 범죄에 해당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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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개인투자자들만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멀쩡히 있는 회사가 쪼개져서 상장되면 시작부터 데카콘 규모를 넘어서게 되는데요, 트레킹 애러를 줄이기 위해서 패시브들은 고평가 저평가를 가리지 않고 울며 겨자먹기로 매수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증시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상장 당일부터 기관투자자들에게 매도해서 조 단위의 차익을 취하죠.
이른바 <국부 유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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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한다면 참겠습니다.
하지만 물적 분할은 그 외에도 큰 여진이 수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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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은 MSCI 지수에 조기 편입이 확정되었죠?
코스피 상장 이후, 10 거래일 뒤인 2월 14일 장마감 직후에 편입됩니다.
이렇게 조기 편입이 결정되면 이와 관련된 패시브 이슈가 또 다시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아직은 기관투자자들의 보호 예수 기간으로 묶여 있는 물량이 있기 때문에 MSCI에서 책정한 LG에너지솔루션의 유동 비율은 고작 9%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시작부터 시가 총액을 118조원으로 보는 게 아니구요, 그 중 9% 만 유통된다고 보고 MSCI EM 지수 내 비중도 약 0.12%로 간주합니다.
유동 비율은 보호 예수 기간이 순차적으로 종료되면서 계속 증가하게되고, 그 때마다 수급적 이슈를 또 다시 만들 겁니다.
한마디로 MSCI를 추종하는 자금이 엘지엔솔을 사기 위해서 우리 증시의 대형주를 매도해야만 한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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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가 쭉쭉 가줘야 주가가 오르는데요, 잊을 만~~하면 대형주들에게 계속 매도 물량이 출회된다면 주가는 결국 탄력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스피 200 지수에 편입되는 시기가 3월 11일 정도로 예상되는데요, 그 때에도 기관투자자들의 수급적 이슈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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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FTSE 지수 조기 편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이죠?
FTSE 기준 유동시가총액(investable market capitalization)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다음 분기 리뷰에서 편입이 검토될 예정이기 때문에, 역시 그 때에도 아무 죄 없는 대형주들이 하락하는 수급적 이슈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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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한 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두고 두고 계속 지수를 찍어 누르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냥 엘지화학으로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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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엘지앤솔 하나 뿐이었겠습니까?
작년 11월 29일 SK텔레콤으로부터 물적분할되어 상장된 SK스퀘어도 유동주식 비율이 12%였던 것이 70%로 상향 됩니다.
패시브는 이 종목을 대략 2400억원 정도를 추가 매수해야만 되고, 당연히 다른 종목은 그만큼 팔아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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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아이이테크는 25%였던 것이 35%로 상향 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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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역시 28%였던 유동 비율은 70%까지 상향조정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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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쪼개져 들어온 거물 기업들은 한 번이 아니고 두고 두고 여진을 만듭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높은 밸류를 받는 업종이기 때문에 코스피의 PER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주가가 하락해도 오히려 고평가 상태를 만든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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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속상한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많은 기업들의 상장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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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만 나열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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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두나무입니다.
워낙 수익이 많이 나고 있어서 CEO가 상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지의 여부가 불명확합니다만, 만약 상장한다면 기업 가치는 대략 20조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 상장된다면, 가장 큰 패시브 효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건 쪼개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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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현대오일뱅크인데요, 이 회사도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입니다.
그냥 두면 될 것을...굳이 상장하네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 2018년 당시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었지만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스스로 IPO를 연기한 바 있었지요.
지난해 12월 13일 거래소에 IPO 청구서를 제출했으니 조만간 시장에 들어오게 될 겁니다.
현재 추정 기업가치는 약 10조 원 수준입니다.
10조원 어치 다른 종목을 팔아야 이 종목을 편입시킬 수 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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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컬리입니다.
신선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부문에서 <새벽 배송>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죠.
현재 추정되는 기업가치는 4~7조 원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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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는 쏘카입니다.
지난 5일 거래소에 청구서를 제출했구요, 이르면 4~5월에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2조 원대로 예상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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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는 CJ올리브영입니다.
대략 기업가치는 약 4조 원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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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슥닷컴이 대략 8~10조 정도, 카카오모빌리티가 6~7조원, SK쉴더스가 3조원, 무신사가 2.5조원 등등 올해도 만만치 않은 규모의 기업들이 수도 없이 들어올 것이고, 그로 인해 PER은 계속 높아만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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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와 무신사, 두나무 정도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대기업의 핵심 자회사들이라는 점에서 실망감은 더욱 커지는데요, 정말 속상한 것은, <원스토어>처럼 물적 분할에서 또다시 물적분할되는 케이스도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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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SK스퀘어>의 자회사인데요, 아시다시피 SK스퀘어는 작년 11월 29일에 SK텔레콤으로부터 물적분할되어 탄생한 회사잖아요?
호적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원스토어를 또다시 SK스퀘어로부터 물적 분할합니다.
지난해 11월 26일 한국거래소에 IPO 청구서를 제출했고, 기업가치는 대략 2조 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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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정말....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참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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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치인들은 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든지, 혹은 신주 우선 배분권 등을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만, 하나의 대안일 뿐,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해외에도 물적 분할 후 상장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기에, 즉각 중단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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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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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증시는 향후 2~4년 동안 상대적 약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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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선진 증시 편입 과정에서 약간의 수급적 이슈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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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물적분할 때문입니다.
특히,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만큼, 뭔가 금지 법안이 만들어지기 전에 대기업들은 물적 분할을 좀 더 서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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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번 주만해도 LS일렉트릭이 EV릴레이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니까요.
이런 대기업들의 행동들은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 지속적인 여진을 만들면서 우리 증시의 상대적 약세를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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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씀드리면 또...
"다 매도하라구요?" 라는 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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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약세라는 말이지 주가가 하락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남들이 올라갈 때 조금 덜 간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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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는 공급망 이슈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 때문에 동등한 조건의 이머징 대비 낙폭이 매우 심한 수준입니다.
오미크론 문제가 피크아웃된다면, 다소 빠른 속도로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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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반등을 이용해서 아주 천천히 자산 재분배를 시도할 생각입니다.
기존의 30%였던 국내 증시 비중을 20% 이내로 줄이고, 축소된 만큼은 즉각, 선진 증시에 상장된 ETF와 대안 투자에 재배치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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