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게시판

함평 금산리에 있는 일본식 고분의 미스터리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19-03-24 21:21
조회
5846
......

2018년 12월26일, 고대 한일관계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전남 함평 금산리에 소재하는 한 변의 길이 60m급의 대형 무덤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 정도 규모라면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를 통틀어도 왕릉급 규모이다. 신라의 황남대총 북분과 남분은 각각 그 직경이 70m 정도, 고구려의 장군총은 한 변이 30m, 태왕릉은 63m, 백제의 석촌동 3호분은 50m 정도이다. 무덤의 규모와 국가권력의 강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규모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영산강 유역에서 최대급인 금산리의 고분은 삼국의 왕릉에 견주어도 그 규모가 처지지 않는다.

이 무덤은 바깥 전면에 돌을 타일처럼 입혔는데, 즙석(이음돌)이라고 불리는 이런 시설은 한반도에서는 보이지 않고 일본열도에서 발달하였다. 무덤의 외부에서는 흙으로 빚은 인물, 닭, 말 모양의 형상이 여러 점 출토되었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일본열도의 고분 외부에 세워지는 하니와(埴輪)를 쏙 빼닮았다. 발견된 토기 중에는 일본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이는 스에키(백제와 가야 토기의 영향을 받아 만든 회색의 단단한 토기)도 있었고, 중국 남조에서 생산한 도기와 자기도 여러 점 발견되었다.

......

우리 사회는 식민사학의 폐해로 인하여 지나치게 위축되고 한편으로는 격앙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가야사나 한일관계사 연구의 최종 목표는 언제든지 “임나일본부설의 극복”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왜계 유적과 유물에 대한 조사와 해석이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심지어 자료의 공개나 연구를 꺼리는 분위기마저 형성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영산강 유역에서 발굴조사된 전방후원형 고분 중 아직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것이 절반 정도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고대 한일관계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학계의 든든한 후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모든 해석을 한가지 방향으로만 몰고 가는 경향은 비이성적이다. 가야사를 야마토 정권의 한반도 남부 지배의 역사와 동일시하는 황국사관을 용서할 수 없듯이, 일본 고대사를 한국인의 일본열도 정복사로 치부하는 논리도 성립할 수 없다. 한반도계 이주민이 일본열도에 정착한 흔적과 그 의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왜인들이 한반도 곳곳에서 활동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때로는 신라를 침략하고 때로는 백제의 용병으로 고구려와의 전투에 동원되었다. 백제의 동성왕을 호위하여 웅진으로 들어온 왜인도 있었으며, 동북아시아의 해상 교류에 참여하여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오간 상인과 선원도 있었다. 그중에는 죽어서 한반도에 묻힌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앞쪽은 직사각형, 뒤쪽은 원형인 전방후원분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외관의 고분은 일본의 나라 지역에서 3세기 중반 무렵부터 나타나서 6세기 말까지 수백년간 발전하였다. 지금까지 일본열도에서 발견된 전방후원분의 수는 5천여기에 달한다. 영산강 유역에서 전방후원형 고분이 발견된 사실은 분명한 팩트이고 그 수는 15기 정도, 시기는 5세기 말~6세기 전반 무렵에 국한된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한반도의 전방후원형 고분이 일본 전방후원분의 뿌리라고 볼 수는 없다. 한반도가 발생지라고 강변할 필요도 없다. 일본에서 유래한 전방후원형 고분이 왜 한반도 서남부에 남아 있는지, 그 국제적인 계기는 무엇인지, 그 안에 묻혀 있는 인물의 정체는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일본열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고분문화, 정치외교적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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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87107.html#csidxd83a05fb51ac50baa9b0ce0dedc7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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