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게시판

급격한 한랭 기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세웠다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18-09-28 14:38
조회
6443
[이진아의 지구 위 인류사] 중근세 동아시아의 기후변화와 역사 아웃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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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지구자기장 변화 그래프를 보면, 약 900년에서 1200년까지, 즉 중세 온난기가 시작돼서 정점에 이르는 시기동안 지구자기장이 급속히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그래프는 중국 역사서 기록을 토대로 한 것이지만, 지구자기장 감소 현상은 광역적 규모로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 문화중심지였던 북송의 카이펑이나 남송의 항저우에서 한반도까지 거의 비슷한 정도의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지구자기장이 급격히 감소하면 일단 화산폭발 등 지각활동이 활발해진다. 600년대부터 시작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백운봉기 백두산 폭발이 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엄청나게 대규모로 활성화된 것은 이런 요인이 작용해서였던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시기엔 지구 시스템 자체가 요동치듯 변화하기 때문에, 모든 동식물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그 결과 개체 번식은 초기엔 반짝 왕성해지다가 곧 감소하며, 동물이건 식물이건 그리 크게 성장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큰 나무가 별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며, 장거리 항해가 힘들어진다. 로마시대 기후 최적보다 해상활동에 적합하지 못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식물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농업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온난기인데도 불구하고 흉작이 계속된다. 물론 사람에게 있어서도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진다. 식량이 줄어드는데다가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져 공격성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런 시기엔 앞 뒤 안 가리는 소모적 전투가 많았던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한반도보다 더 그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한반도는 그래도 왕조는 어느 정도 유지했는데, 중국은 무수히 왕조가 엇갈리는 혼란기를 겪게 된다. 그러다가 1200년대 후반에는 기후가 급속도로 떨어졌다. 이럴 때는 바다에 면해 있거나 위도가 낮은 지방보다 내륙에 있고 위도가 높은 지방일수록 식량생산성이 빨리 줄어든다. 위도가 높은 내륙지방에서 온난기 동안 어느 정도 세력을 굳혔던 몽골과 같은 민족이 공격적으로 남침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몽골족의 원나라는 한때 무서운 속도로 유라시아대륙을 휩쓸었지만, 원래 기반이 그리 튼튼하지 않았으며, 본토가 위도가 높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한랭기가 되면 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랭기로 진입하는 1300년대 중반, 중국의 새로운 주인으로 좀 더 남쪽인 중원의 한족(漢族) 출신 명나라가 들어선다.

고려에서는 기후가 급격히 한랭해지면서, 온난기 동안 해상활동으로 부(富)를 축적했던 상인들의 정치자금으로 성장한 개경의 정치 세력이 역시 급속도로 약해졌다. 명의 건국과 거의 동시에 한반도에서도 함경도 내륙지방을 근거로 세력을 쌓아왔던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다.

 

- 출처 :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7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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