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소로스와 키신저의 경고 (2022-06-10)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2-06-11 11:24
조회
1068
.
소로스와 키신저의 경고
.
소로스는 얼마 전 <역사의 전환점(History at a Turning Point)>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다보스 포럼에서 무시무시한 전망을 했습니다.
.
"러시아의 침공은 3차 세계 대전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모든 문명을 파괴할 수 있다. 문명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푸틴을 패배시키는 것이다." 라고 말이죠.
.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이 3차 세계 대전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또한, 만약 그리 된다면 모든 문명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딱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을 겁니다.
.
지금까지 세계 대전이 2 차례 있었다지만, 말이 세계 대전이지 전쟁 참가국을 제외하고는 전쟁이 있었는 지도 모르는 나라가 많았었기 때문에 진정한 세계 대전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만약 세계 대전이 일어난다면, 이제는 중립국이고 뭐고 없습니다.
지구 상의 거의 대부분 나라가 참전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의 문명은 모두 파괴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
당연히 3차 대전은 피해야만 하는데요, 이를 위해 제시한 해법이 "푸틴을 패배시키는 것이다"라고 조지 소로스는 주장했던 겁니다.
.
하지만 그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얼마 전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이 전쟁을 조속히 끝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크라이나는 땅의 일부를 포기해야만 한다. 서방은 푸틴을 패배시켜 모욕하려하면 안된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
키신저는 우크라이나 땅의 일부를 떼어 주고서라도 전쟁을 끝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무시했겠습니다만, 키신저의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저를 더 고민하게 만들었는데요...
무엇 때문에 서방이 푸틴을 모욕하려해서는 안된다고 했을까요?
.
이 부분에서 잠깐 제 생각을 말씀드려보죠.
군사력이 대충 비슷한 상황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전쟁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는 대략 군사력이 2.5배 이상 차이가 나야만 전쟁이 일어난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지금 미국에 비해 러시아의 군사력은 대략 110% 정도로 균형이 맞아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쟁은 억제될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말이죠
핵능력만 따진다면 러시아가 월등합니다.
.
특히 가장 잔인한 폭탄인 <차르 봄바>는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폭의 3300배나 되는 무시무시한 이론적 위력을 가졌는데요, 지난 주에 러시아 하원 의원 중 한 명은 "러시아의 사르맛을 미국 동부와 서부에 각각 두 발씩 떨어뜨리면 미 전역이 잿더미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
<사르맛>은 핵탄두를 무려 15기나 장착이 가능하고 극초음속이라서 현존하는 Pac-3등의 미국의 방어 체제로는 막을 수 없는 러시아의 최신예 미사일입니다.
한 마디로 마음만 먹는다면, 미국 본토에 대한 핵투여가 가능하다는 말이죠.
아마도 키신저는 이 부분을 보았을 겁니다.
푸틴을 궁지로 몰게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죠.
.
어쨌거나, 우크라이나에서 뭔가 전략적 실패를 하게 된다면 결국 3차 세계 대전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오랜 만에 우크라이나와 석유 문제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석유는 글로벌 원유 공급에서 무려 14%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난 2월 24일 방송에서는 대략 1년 정도의 적절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수급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었구요.
.
실제로, 얼마 전 이스라엘과 UAE는 최초로 FTA를 성사시켰는데요,
무역 자유화를 통해서 이스라엘은 UAE에 뭔가 팔아먹을 게 많겠지만 과연 UAE는 이스라엘에 뭘 수출하겠습니까?
당연히 석유죠.
유럽은 러시아 석유로부터 단절하고 결국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요, 지난 2월 24일 방송에서...
.
에일라트-아슈켈론 프로젝트로 중동 석유가 유럽으로 가는데 상당한 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
유럽이라는 최대 시장을 잃게되는 러시아는, 인도와 중국 향 공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 공급량의 축소보다는 공급처의 재배치로 인해 수급의 불균형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날 강의의 핵심이었습니다.
.
실제로 중국이 지난달 러시아 석유를 하루 110만배럴 수입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이는 1년 전에 비해서 약 37% 증가한 규모입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하루 3만 배럴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하루 80만 배럴로 수직 상승했는데요, 인도 입장에서는 러시아 우랄유를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35달러나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
미국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 러시아의 결손 물량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인도가 석유를 수입해와도 눈감아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
믿기지 않으시겠지만...더욱 놀라운 사실은...
러시아의 석유가 인도를 거쳐 미국으로도 흘러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인도의 거대 에너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지난달 러시아 원유를 전쟁 전보다 7배나 더 많이 구매했는데요, 릴라이언스의 유조선이 고급 휘발유 성분인 <알킬레이트>를 싣고 4월21일 <시카>항구를 출발해서 지난 5월22일 미국 뉴욕 항에서 하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내 모든 물가가 올랐다지만, 유독 휘발유 가격이 더 많이 올랐는데요, 갤런당 5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정유사들의 휘발유 생산은 증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라는 점 때문에 적시에 투자를 못했기 때문이죠.
미국 CPI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8%나 되기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산 알킬레이트가 절실했을 겁니다.
충분히 정황은 이해하지만, 딱히 모양은 좋지 않네요.
.
유럽 나름대로 러시아의 의존도를 낮추는데 진심이었는데요, 앙골라로부터의 석유 수입은 3배나 폭증했고, 그 외에도 브라질이나 이라크로부터의 석유 수입도 각각 50%, 40%나 급증했기 때문에 대충 이런 흐름이라면 전체적인 균형이 크게 훼손되지 않고 유가는 점진적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제가 지금 말 실수한 게 아니라 제대로 말씀드린 겁니다.
만약 우크라이나 사태가 없었거나 혹은 조기에 종결되었더라면,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석유 가격은 천천히 오를 수 있었을 겁니다.
.
오래 전에 진공관 예를 들었었지요?
트렌지스터의 세상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진공관의 수요는 남아 있었지만 신규 투자를 중단하게 되면서 한동안 진공관 가격을 급등시켰었는데, 이런 일이 석유 시장에도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모델포트폴리오에 석유 ETF를 매우 저점에 편입시켰다가, 푸틴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서는 날 대략 배럴당 90달러가 넘는 수준에서 매도하고 나왔으니까요.
.
이후에 이란과의 핵협상이 잘 진행되고 이란의 석유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해서 유가가 좀 하락하게 되면 다시 석유 시장에 대한 진입을 시도할 생각이었습니다.
.
여기까지가 석유 시장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였습니다.
.
하지만 일이 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유가가 오르자 이란은 핵협상에 굳이 매달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장기전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여태까지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유럽의 에너지 수급 상황은 심하게 꼬이게 되면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급하게 올라버렸습니다.
.
지구 상의 생명체는 환경이 각박해지면, 그 고통을 이겨내고자 진화를 시도하잖아요?
원시 대기의 강한 산성비를 견디기 위해서 악어의 딱딱한 등껍질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죠.
.
기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석유 시장은 별 탈 없이 점진적 상승을 이어갔을 겁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오르는 바람에 살아남기 위한 큰 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
물론, 지난 6월 2일 열렸던 OPEC+ 회의에서는 기존의 하루 생산량을 43만 2000 배럴에서 64만 8000 배럴로 증산 규모를 늘렸는데요, 이 정도 증산량으로는 지금 당장 러시아의 결손 조차 커버하기 벅찬 수준입니다.
.
증산 규모가 기존에 비해 50% 늘었다지만 그래봐야 20만 배럴에 불과하니까요.
반면에 러시아는 4월에만 무려 100만 배럴을 감산시켰거든요.
하반기에는 추가로 감산 해서 전체 감산 규모는 모두 3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기 때문에 OPEC의 증산이 유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는 작용하기는 어렵습니다.
.
사실, 중요한 것은 추가 생산 여력을 가진 사우디나 UAE의 생각인데요, 수 차례 거론해드렸듯이, 다른 산유국들은 이미 최선을 다해서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증산 여력이 거의 없습니다.
.
간단하게 입증이 가능한데요, OPEC+가 43만 2000배럴의 증산을 결정했다지만 지난 3월 OPEC의 총 생산량은 오히려 하루 4000배럴이나 감소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다소 생산량이 늘기는 했지만 43만 2000배럴에 턱없이 부족한 15만 3000배럴 증산에 그쳤었습니다.
지금처럼 유가가 높은 시기에 스스로 할당량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증산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하지만 사우디가 예전같지 않아요.
까슈끄지 이후로 사우디와 미국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죠.
.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록 만남이 7월로 다소 연기되기는 했지만 완전 삐졌던 빈잘만이 바이든의 중동 순방 때 만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
이번 증산도 결국 미국이 빈잘만을 만날 수 있다는 신호를 자주 보이면서, 사우디가 보여줬던 성의 라는 생각인데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유가 수급을 정상으로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
그럼 좀 더 생각을 깊게 해보죠.
.
이미 유럽은 에너지 압박을 심하게 받기 시작했는데요, 혹여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온다고 해도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할 겁니다.
결국, 유럽은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스스로 진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에너지를 얻으려는 노력이 당분간 강화될 것입니다.
.
이런 환경은 오로지 유럽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도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인데요, 지금 당장은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를 어쩔 수 없이 쓰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석유를 가져다 써도 제재 대상이 되지 않고 있지만 유럽이 러시아 산 석유를 전면 중단하는 시기에 중국도 덩달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기 전에 중국 역시, 서둘러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죠.
.
실제로 지난 주 국가발개위에서는 황하, 기복, 송요 등 7개 지역을 기반으로 신 재생에너지 기지 건설을 가속화하기로 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50% 이상, 전체 사회발전 총량의 50% 이상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티벳의 동남부 지역과 사천, 윈난, 구이저우, 광시 지역에 수력과 풍력, 태양광 종합기지를 만들고, 해상 풍력발전 기지를 건설해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급진적으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
최근, 우리네 풍력과 태양광이 강세를 보인 이유입니다.
.
그럼 상상해보시죠.
유럽과 중국에 태양광 패널이 더 많이 설치되고 러시아로부터의 결손이 어느 정도 커버되는 순간이 오면요?
유가는 순식간에 급락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석 연료의 종말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말이죠.
.
그런데 말이죠...
중국과 유럽이 재생 에너지 비율을 급격하게 늘린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이빨을 가진 늑대를 굶주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러시아 재정의 상당 부분은 에너지 수출로 충당되기 때문에 급격한 에너지 가격의 하락은 푸틴을 좀 더 위험한 인물로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
문제는 여기에서 생깁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대가들의 문제 해결 방식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
소로스는 푸틴을 패배시켜야만 된다고 했고, 키신저는 푸틴을 욕보이려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에게 내 주어야만 세계 대전을 막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여러분들은 누구의 발언에 좀 더 공감하시나요?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민족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민족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애착을 갖지요.
당연히 구소련 붕괴 전에 그 땅은 러시아의 땅이었기에, 오래 전부터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 러시아인들이 대정부 투쟁을 벌여왔습니다.
.
물론 제가 지금 푸틴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
저도 주말 내내 대가들의 생각에 대해 장고해 봤습니다만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정학 전문가가 아니기에 여러분들에게 제 생각을 말씀드릴 자격도 없구요.
.
하지만 금융 전문가로서, 한가지 환경 변화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전쟁이 결국 탈 세계화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이제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입니다.
.
지난 30여년 간은,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하고 서로 협력하는...이른바 <리카르도>의 비교 우위론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면, 이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 쿠바 이란 벨라루스. 시리아 등이 하나의 경제 블록으로 뭉치게 되고, 반대 편에는 미국을 중심으로한 진영이 각자 도생의 길을 감으로서 탈 세계화의 흐름이 빠르게 전개될 것입니다.
.
하반기에는 탈 세계화를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합니다.
.
첫째,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 상승과 물가 상승이 종목 선정에서 고려되어야만 합니다.
물가 상승에 대해 유리하거나 혹은 비용 발생을 소비자에게 잘 전가시킬 수 있는 업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
둘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 관련주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당분간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변환에 집중하게 될테니까 말이죠.
다만 한 가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2022년 1분기 미 태양광 패널 신규설치가 전년 동기 대비 24%, 전분기 대비 52% 감소했는데요, 이는 공급 체인 차질에 기인합니다.
국제 공급망이 원할해진다는 가정 하에 태양광과 풍력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셋째, 탈 세계화의 과정에서 국가간의 긴장은 커지게 되고 방산주에 대한 매력은 커질 수 있겠습니다.
.
넷째, 유가는 중국의 락다운이 완전 해제되면 좀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유가 상승은 다시 폭락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
.
하나금융투자 CLUB 1WM 금융센터 박문환 이사(샤프슈터)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