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Complex system)를 일반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위키백과 등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복잡계 이론은 자연과학에서 시작되어 전 학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론이다. 복잡계는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수많은 구성 요소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많은 경우에 노드(node)가 구성 요소를 나타내고 링크(link)가 상호 작용을하는 네트워크(network)와 같은 시스템으로 복잡계를 표현할 수 있다. 복잡계의 예로는 지진, 산불, 주식 시장, 글로벌 기후, 유기체, 인간의 두뇌, 도시와 같은 사회·경제 기구, 생태계, 살아있는 세포, 궁극적으로 우주(universe)가 있다.
복잡계는 구성 요소 간의 또는 특정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둘러싼 환경 간의 종속, 관계 또는 상호 작용으로 인해 모델링하기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시스템이다. 복잡계는 여러가지 특성 중 비선형성(nonlinearity), 창발(emergence),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 적응(adaptation) 및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s)와 같은 뚜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복잡계(complex system)란 완전한 질서나 완전한 무질서를 보이지 않고(‘혼돈의 가장자리’라는 별칭),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계로써, 수많은 구성 요소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구성 요소 하나하나의 특성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는 시스템이다. 구성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상호 작용(interaction)을 주고받고 그 결과 구성 요소를 따로 따로 놓고 보았을 때의 특성과는 다른 거시적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발현된다. 뉴튼 역학에서는 한 행동이 하나의 결과를 갖지만, 복잡계에서는 주어진 원인이나 행동은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를 통해 여러 가지 결과를 초래한다.
산타페 연구소의 경제학자 브라이언 아서(Brian Arthur)는 “복잡계란 무수한 요소가 상호 간섭하여 어떤 패턴을 형성하거나, 예상외의 성질을 나타내거나, 각 패턴이 각 요소 자체에 되먹임(feedback loop)되는 시스템이다. 복잡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펼쳐지는 과정에 있는 시스템이다.”라고 했고, 심리학과 교수 제롬 싱어(Jerome L. Singer)는 “복잡계란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행위자를 가지고 있어 그들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행동은 비선형적이어서 개별 요소들의 행동을 단순히 합해서는 유도해낼 수 없다.”라고 했으며,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P. W. Anderson)은 “More is Different”라는 말로 창발(emergence)을 강조했다.
복잡계 이론은 사실 근래 갑자기 발견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 속에서 복잡계의 존재는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복잡계는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지성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발견되어왔다. 다만 과거에는 다양한 복잡성을 하나의 틀로 담아낼 만큼 세세한 지식이 축적되지 못했으며, 이를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이론화할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에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잡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과학의 지평이 넓어지고 시야가 트이게 되면서 다양한 영역의 복잡성을 하나의 틀로 바라보게 되는 새로운 흐름으로 터져 나온 것이 바로 복잡성 과학(complexity science)이다.
이해하기 힘든 위의 설명보다는 복잡계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모래더미 게임을 여기에서도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많은 복잡계의 주제 중에 ‘자기조직화된 임계상태(self-organized criticality)’에 촛점을 맞춘다.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의 페르 박(Per Bak) 박사는 복잡계 연구가 태동하던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복잡계의 핵심 원리인 ‘자기조직화하는 임계성(self-organized criticality)’이라는 현상을 한줌의 모래가 만들어내는 패턴 속에서 발견했다.
페르 박(Per Bak), 차오 탕(Chao Tang), 커트 위젠필드(Kurt Weisenfeld)는 모래더미 게임이라는 실험을 하였다. 평평한 표면 위에 모래알을 천천히 마구잡이로 떨어뜨린다. 더미가 쌓이면서 사면이 점점 가팔라지고, 그 다음에는 사태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모래알이 몇 개씩만 무너진다. 더미가 커지면서 사태의 전형적인 크기도 함께 커진다. 결국 모래더미는 임계상태(critical state)가 되어서, 모든 크기의 사태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는 어떤 조절도 하지 않았다. 임계상태가 저절로 솟아난 것이었다. 그들은 여기에 ‘자기조직화하는 임계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물리학자들은 조율 없이 저절로 생겨난 임계상태를 보았다. 게다가 이 임계상태에는 복원성이 있었다. 손으로 모래더미의 절반을 쓸어버려도, 모래알이 계속 떨어지면 다시 임계상태로 돌아간다.
모래더미는 외부에서 에너지(모래알)가 공급되는 ‘열린 시스템(open system)’이며, ‘많은 수’의 모래 입자로 구성이 되어 있다. 또한 모래더미 전체에 걸친 모래 사태(집단적인 동역학)를 유발하고, 결국 모래더미는 스스로 임계성을 가지게 된다(창발현상). 따라서 모래더미는 복잡계의 공통된 성질들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지진이나 태양 플레어의 경우 모래알 대신 에너지로 대체하여 생각한다면 모래더미와 동일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임계점 근처에서 발생되는 재미있는 성질은 중요한 물리량들이 멱함수 법칙(power-law)을 따른다는 것이다. 어떤 양들이 멱함수의 형태로 기술되는 경우 수학적으로는 규모 불변성(자기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보통 척도가 없다(scale-free)고 표현한다. 위의 모래더미 예에서는 모래사태 크기의 분포가 멱함수 법칙을 따름이 잘 알려져 있다. 즉 큰 모래사태와 작은 모래사태는 단지 크기만 다를 뿐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진의 경우 지진 규모의 분포가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 이는 매우 중요한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지진의 크기가 2배로 되면 그런 지진은 4배로 드물게 일어난다고 말한다.
태양 플레어의 경우는 태양 플레어에서 나오는 x-ray 크기의 분포가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
산불, 대도시의 인구 규모 분포, 주가의 등락, 재산 분포, 사람의 심장 박동, 눈송이, 결정 성장, 자석, 전염병의 전파, 생물의 대량멸종, 펄서의 깜빡이는 주기 등 멱함수 법칙이 나타나는 것은 도처에 있다. (전쟁과 혁명과 같은 역사의 문제는?)
※ 복잡계와 역사 : http://yellow.kr/blog/?p=2839
복잡계가 완전한 질서나 무질서도 아니기에, 그 ‘가장자리’에선 과학과 자연의 절묘한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 뉴턴식 사고관과 복잡계적 사고관 비교
뉴턴식 사고관 | 복잡계적 사고관 |
환원주의(작게 쪼개 분석하면 전체도 이해할 수 있다) | 전일주의(구성원 상호작용을 포함해서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
미래는 결정적이다 | 정해지지 않은 전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
복잡함은 복잡함을 낳을 뿐이다. | 복잡함이 간단함(새로운 질서)을 낳을 수 있다 |
세상은 평형 · 선형적이다 | 세상은 비평형 · 비선형적이다 |
세상은 평형으로 돌아오는 안정적 시스템이다 | 세상은 혼돈스럽고불안정한 시스템이다 |
※ 용어 정리
– 열린 시스템(open system) : 외부 환경과 지속적으로 에너지, 물질, 정보 등을 교류하며, 외부 환경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선형, 비선형
선형적 관계는 원인과 결과가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말한다.
선형적 관계는 부분의 답을 합친 것이 전체의 답과 같다는 중첩성을 가지고 있다.
관계가 선형적이라면, 현재의 상태를 알고 있다면 미래의 상태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자연 현상은 비선형적인 움직임을 보이므로, 기존의 선형적 공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회적 문제는 더더욱 선형적인 관계로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비선형적인 움직임이나 결과는 주로 구성 요소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feedback loops 때문에 일어난다.
비선형적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시너지, 혹은 간섭이 일어날 수 있다.
비선형적인 관계는 확률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서 무언가가 수없이 되풀이되면서 하나의 패턴이 형성되는 관계라고 이해할 수 있다.
– 평형, 비평형
평형상태는 여러 가지 뜻을 가질 수 있는데, 열역학적 평형상태(thermodynamic equilibrium state)란 어떤 계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고 물질이나 에너지 등의 흐름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
다음과 같은 자료들을 찾아 보았다.
우발과 패턴
– 마크 뷰캐넌 / 김희봉 역 / 시공사 / 2014.08.20
전쟁의 근원은 정치와 역사에서, 지진의 원인은 지구물리학에서, 산불은 날씨와 자연 생태계에서, 시장의 붕괴는 자본과 경제의 원칙과 인간의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 ‘참사’라고 부르건 ‘격변’이라고 부르건, 각 사건들은 그 자신의 독특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전히 마음을 끄는 유사성이 있다. 모든 경우에 계의 조직화(국제 관계의 그물망, 숲에 있는 나무의 종류와 밀도, 지각의 구조,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거래의 전망과 상호 영향의 그물망) 때문에 작은 충격이 거대한 반향을 일으킨다. 이 계들은 불안정성의 가장자리에 있어서 격변을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
……
이 책의 핵심은 격변을 설명하는 것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비평형 물리학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분야를 ‘복잡계 물리학’이라고 부른다. 비평형상태에서 사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그물망에서 발전하는 자연스러운 패턴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소용돌이치는 대기에서 인간의 뇌까지 방대한 영역의 자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복잡계의 연구는 평형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연구이며,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임계상태와 복잡성의 관계는 진정으로 아주 간단하다. 임계상태가 도처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은 복잡계이론이 내놓은 최초의 확고한 발견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보는 또 다른 유용한 방식이 있다. 복잡계를 다루면서 물리학자들은 단순한 사실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는 역사(여기에서 역사란, 시간에 따라 변하고 현재가 과거에 영향을 받는 모든 것을 말한다.-옮긴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 물리 법칙이 궁극적으로 단순하다면, 왜 세계는 이렇게 복잡한가? 왜 생태계와 경제계는 뉴턴 법칙과 같은 단순함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 답은 한마디로, 역사 때문이다.
……
따라서 멱함수 패턴이 나왔다는 것은, 정상적이거나 전형적인 파편 따위는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멱함수 패턴의 의미다.
……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도 지진에 대해 똑같은 의미를 가지며, 따라서 지진을 일으키는 지각의 작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진은 에너지에 대해 멱함수에 따라 분포하므로, 이 분포는 규모 불변성을 가진다. 큰 지진이라고 해서 작은 지진과 특별히 다른 원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큰 지진이라고 해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이 역설적인 함의는, 큰 지진이든 작은 지진이든 똑같은 정도의 원인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대한 지진이라고 해도 우리의 발밑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작은 흔들림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이런 결론은 다른 어떤 수학적 형태에서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멱함수라는 수학적 형태에서만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으로 볼 때, 거대한 지진의 예측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사실 지진 예측을 위한 모든 노력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을 수 있고, 지진 예측은 실제로 불가능할 것이다.
……
이런 맥락에서, 파국적인 대지진은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난다는 말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왜 그런 지진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설명은 있다. 지각이 임계상태로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고, 격변의 가장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아무 설명이 없다. 단지 사실에 대한 서술만 있을 수 있다. 어떤 바위들이 어떤 순서로 미끄러지는지는 알 수 없고, 1811년에 일어난 뉴마드리드 지진이 왜 그렇게 컸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처음 미끄러진 바위가 하필이면 멀리까지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이 연쇄반응의 고리는 모든 단층계를 누비고 다닌다. 이 고리를 건드리면 거대한 지진은 어느 때나 일어날 수 있다. 콜롬비아대학의 지진 전문가 크리스토퍼 숄츠(Christopher Scholz)에 따르면, 지진이 일어났을 때 “이것이 얼마나 커질지는 지진 자신도 모르는 것 같다.” 지진 자신이 모른다면, 우리도 모른다.
……
멱함수 법칙은 규모 불변성 형태이고, 큰 사건이 작은 사건과 다르지 않음을 함의한다는 것을 앞에서 보았다. 멱함수 법칙이 나온다는 것은 큰 사건과 작은 사건이 똑같은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뜻이다. 대지진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단지 지각이 전체적으로 임계상태로 조직되어 있어서 연쇄반응이 멀리까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식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코넬대학의 연구자들은 산불도 마찬가지임을 알아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뿐만 아니라 지구 상의 모든 지역에서 산불의 분포는 똑같다. 불이 나면, “불 자신도 처음에는 자기가 얼마나 커질지 모른다.” 모든 숲이 임계상태로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산불이 그런 방식으로 번지며, 어떤 특정한 산불이 얼마나 멀리 번질지는 크게 보아 우연의 문제다.
……
임계상태에 사는 것들은 엇비슷하게 조직되는 경향이 있고, 이 조직은 계의 세부적인 성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계의 기하학적 구조에만 관계된다. 따라서 어떤 것이 임계상태라면, 계의 세부적인 성질들을 거의 무시하면서도 본질적인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
1990년대에 물리학자들은 도처에서 멱함수 법칙이 적용되는 예들을 찾아냈다. 종이를 구길 때, 초전도체에서 일어나는 자기장의 움직임에서, 이글대는 태양 플레어의 폭발에서, 심지어 교통 정체에서도 물리학자들은 자기조직화의 흔적을 발견했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이런 예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무엇으로 이루어진 것이건, 어떤 세부적인 성질이 있건, 임계상태는 모든 종류의 사물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 임계상태라는 상황은 물리학보다 더 근본적이다. 이것은 물리학의 배후에 있고, 세계의 많은 것에 질서를 부여하는 영혼이다.
……
…… 임계상태로 조율된다는 것은 강제하는 힘이 느리게 작동하고, 또 개별적인 활동보다는 상호작용이 지배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과학(개념이 발전하는 방식) 자체에서도 이런 조건이 작동하는 것을 볼 것이고, 심지어 인간 역사에서도 볼 것이다. 자기조직화하는 임계성의 한계를 탐구하던 과학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자기조직화하는 임계성을 발견했다. 이것도 똑같이 단순해서, 세계의 많은 것들이 이런 형태의 임계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메커니즘이 도처에서 세계를 불안정성의 가장자리로 이끈다는 것이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 유정식 / 위즈덤하우스 / 2007.11.30
돌처럼 딷딱하게 냉동된 감자를 벽에다 던지면 여러 가지 크기로 깨진다. 어떤 것은 포도알만 하고 또 어떤 것은 쌀알만 한 것도 있을 것이다. 냉동감자 수천 개를 벽에 던진 후에 깨진 감자 조각들을 크기가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나열해보고 분포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어떤 규칙이 발견될까? 아마 여러분은 중간 정도 크기의 조각이 가장 많고 양쪽으로 갈수록 개수가 줄어드는 정규분포 곡선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정규분포로 나타나지 않는다. 덴마크의 과학자들이 실제로 냉동감자를 깨뜨리는 실험을 한 결과, 조각의 무게가 반으로 줄 때마다 개수가 6배씩 늘어나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오른쪽 그래프는 왼쪽 그래프에 로그(Log)값을 취하여 그린 것이다). 이렇게 그래프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뚝 떨어지듯이 급감하는 모양을 갖는 패턴을 ‘멱함수(power law)’라고 부른다.
지진의 경우에도 에너지 방출이 두 배로 되면 빈도가 네 배로 줄어드는 멱함수 패턴을 따른다. 산불의 피해 면적이 두 배가 되면 그런 산불은 2.48배로 드물어진다. 이러한 멱함수 분포에서는 앞의 그래프에서 보듯 ‘전형적’인 값을 찾을 수 없다. 즉 분포의 형태가 정규분포가 아니므로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 표준편차 등은 의미가 없다. 만일 어떠한 관계가 멱함수 패턴을 나타낸다면 정상적이거나 전형적인 값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계획을 수립하거나 여러 가지 모델링을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정규분포를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잘못된 판단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어떤 패턴이 멱함수를 따른다는 것은 큰 사건이든 작은 사건이든 동일한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는 뜻이다. 큰 감자 조각이나 작은 조각이나 모두 벽에 내동댕이쳤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큰 조각이 발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진과 산불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본문에서 살펴보았다.
상위고객 20%가 매출의 80%를 기여하고, 20%의 제품이 이익의 80%를 올리는 등 우리가 보통 80대 20법칙으로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은 멱함수의 일종이다. 따라서 이런 패턴을 보고 이익기여도가 높은 상품과 상위고객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믿고 그것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특별한 조치(타깃 마케팅 등)를 취하는 것은 자칫 무의미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 마크 뷰캐넌 / 김희봉 역 / 지호 / 2004.08.13
감자 조각의 무더기가 규모 불변성을 보인다는 것은, 큰 조각과 작은 조각은 단지 크기만 다를 뿐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도 지진에 대해 똑같은 의미를 가지며, 따라서 지진을 일으키는 지각의 작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진은 에너지에 대해 멱함수에 따라 분포하므로, 이 분포는 규모 불변이다. 큰 지진이라고 해서 작은 지진과 특별히 다른 원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큰 지진이라고 해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이 역설적인 함의는, 큰 지진이든 작은 지진이든 똑같은 정도의 원인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대한 지진에 대해 특별한 설명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 거대한 지진이라고 해도 우리의 발밑에서 끊임없이 생기는 작은 흔들림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불확실성 속의 질서 : 복잡계 이론과 국제정치학
– 민병원 / 논문(한국국제정치학회 2005년) / 2005
복잡계 이론은 자연과학에서 시작되어 전 학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이론틀이다. 이것은 독립된 학문영역이기보다는 다양한 학문영역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 큰 우산과도 같으며, 이 우산 아래에서 인식의 틀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수많은 소규모의 이론들이 운집해있다.
……
복잡계 이론에서는 사물이나 현상을 하나의 ‘복잡계’로 간주한다. 이것은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로서 ‘단순성’과 배치되는 관념이다. 연구대상이 되는 사물이나 현상을 하나의 복잡계로 간주하는 것은 인식론적 관점으로 보면 뉴턴식 결정주의에 대한 반격으로 볼 수 있다. 뉴턴식 결정주의는 우리 눈앞에 놓여 있는 모든 대상들의 작동원리와 초기 값만 알면 그것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예측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주의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및 괴델의 불완전성 공리 이후 서서히 무너지면서 확률주의의 패러다임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복잡계 이론은 바로 이러한 확률주의를 그 기저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주의적 입장과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이 복잡계 이론에서는 주어진 대상을 ‘복잡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확률주의적’ 접근방법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복잡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복잡계 이론에서는 우리가 관찰하는 대상의 복잡성이 변수의 많고 적음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본다. 대상을 구성하는 변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복잡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변수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비선형(nonlinear) 관계를 이루면서 복잡성이 나타난다고 본다. 기존의 시스템 이론들이 대부분 거대한 변수군의 규모로부터 기계적인 복잡성의 원인을 찾았던 반면 복잡계 이론에서는 바로 이러한 상호관계의 비선형성을 강조하고 있다(Bertalanffy 1968). 복잡계이론에서는 또한 ‘진화’의 요소가 복잡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본다. 전통 물리학이 ‘열역학 제2법칙’을 통해 닫힌 시스템에서의 엔트로피(entropy) 증가를 입증했고 그럼으로써 모든 물체는 무질서를 향해 나아간다는 비관적 메세지를 던졌다면, 진화 생물학은 열린 시스템의 속성으로부터 질서의 등장을 설명함으로써 다양한 시스템의 동적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진화론적 시각은 시스템이 정체상태가 아니라 끝없는 변화와 적응상태에 놓여 있음으로써 그 복잡성이 항상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
프랙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역시 시스템 내부에서 자발적인 질서가 등장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Bak 1996). 자연계와 사회현상 중에는 내적 다이내믹스에 의해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자기조직화의 속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진이나 산불의 발생은 이러한 자기조직화의 패턴을 형성하는 사례들인데, 얼핏 보기에는 마구잡이 형태로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거시적으로는 시스템 전체가 조화를 이루면서 특정한 상태로 진화함을 볼 수 있다. 열역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카오스’에서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자기조직화’의 과정이라고 보고, 프랙탈도 바로 이러한 질서의 조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본다. 이러한 자기조직화 과정은 자연계에서 ‘진화’ 메커니즘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사회 시스템의 분석에 응용될 경우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일정한 제도적 패턴들, 즉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쉽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복잡계이론에서는 자연계 및 사회 시스템 속에서 생성되는 질서의 다이내믹스를 ‘창발성(emergence)’의 개념으로 이론화한다. 이것은 시스템 차원에서의 질서가 내부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상향식으로(bottom-up)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자연과 사회 시스템의 질서는 누군가에 의해 하향식으로(top-down) 디자인되고 의도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시스템의 질서는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창발되는 내생적 메커니즘의 산물인 것이다.
……
자기조직화의 속성과 관련된 또 하나의 특징으로서 비선형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임계현상을 꼽을 수 있다. 복잡계이론에서 관심을 갖는 대부분의 시스템에서는 내부의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한 임계치(criticality)에 도달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임계치를 전후하여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상전이 현상을 의미한다. 선형 관계에서는 특정한 패러미터의 양적 증가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지만, 비선형관계에서는 이러한 양적 증가가 어느 순간에 질적 변화를 유발시키는 효과를 갖게 된다. 즉 해변가에서 모래탑을 쌓을 때 모래가 얹어질 때마다 탑의 높이는 증가하지만, 임계치에 도달한 모래탑은 마지막 한 알의 모래로 인하여 붕괴되고 만다. 복잡계이론에서는 이러한 붕괴, 즉 임계현상을 주목한다(Bak 1996). 마지막 한 알의 모래는 단지 ‘+1’이라는 양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속성을 갑작스럽게 바꾸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마지막 한 알의 모래가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커지기까지 모래탑 내부에서 축적되어온 자생적 다이내믹스에 관심을 기울인다.
임계치의 관념은 오랫동안 뉴턴식 패러다임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갑작스러운 변화’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복잡계이론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격변(catastrophe)’ 모형으로 체계화시켜왔는데, 안정적으로 보이던 시스템이 갑자기 붕괴하는가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큰 진전을 이루게 되었다(Thom 1975).
특히, 점진적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관념과는 달리 ‘단속적 평형(punctuated equilibrium)’과 같이 오랜 기간의 안정기와 매우 짧은 기간의 급격한 변화를 통해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이론이 제시된 이후 변화의 비선형적인 과정에 대한 이론들이 더욱 정교하게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자연계에서 발견된 현상들을 바탕으로 하는 임계치와 단속적 평형의 관념은 인간들 사이의 복잡한 사회적, 제도적 진화과정을 설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복잡계로 풀어내는 국제정치
– 민병원 / 삼성경제연구소 / 2005.09.26
그 동안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을 중심으로 하여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거시적 현상들은 사건의 규모가 일정한 비율의 빈도로 발발한다는 ‘축척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체제 내의 거시적 현상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상관관계에 대해 복잡계 이론은 큰 관심을 기울여왔는데, 특히 규모와 빈도 사이의 관계가 로그값으로 변환시킬 경우 일정한 패턴을 띤다는 점에서 이를 ‘축척법칙(scaling law)’ 또는 ‘멱(冪)법칙(power law)’이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지진의 강도와 빈도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존재하는데, 이들 각각의 값을 로그화하여 그래프(로그-로그 분포도)에 그리면 직선의 관계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특정한 규모의 지진이 일정한 횟수 이상 또는 이하로 발발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지진의 발생이 전 지구 시스템의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음을 함축한다.
로그-로그 분포도에서 선형 관계가 나타난다는 것은 비(非)로그 분포도에서 비선형 관계를 의미하며, 특히 대규모 사건(현상)은 우리의 상식보다도 훨씬 적게, 그리고 소규모 사건(현상)은 훨씬 많이 관찰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생물체의 크기와 질량, 그리고 질량과 물질대사량 사이에는 로그-로그 분포도에서 일정한 선형 관계가 나타나는데,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생물체의 속성과 주위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축척법칙이 현상이 나타나는 패턴 속에서는 통계학적 평균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통계학적 평균은 가운데가 불룩한 벨(bell) 모양의 그래프에서나 의미를 지닐 뿐, 로그-로그 분포도에서 직선 모양을 나타내는 축척분포 상에서는 무미건조한 수치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생물의 멸종 패턴을 들 수 있는데, 지구 역사상 대규모의 멸종사태와 소규모의 멸종사태들은 그 규모와 빈도 수에 있어서 모두 동일한 축척법칙을 따른다. 지질학에서도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을 통해 지진의 규모와 빈도 사이의 일정한 관계가 알려져 있는데, 이 법칙에 따르면 일정한 기간 내에 발생하는 특정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는 그 규모에 따라 일정한 수치를 보인다. 만약 어느 시기에 리히터 강도 4의 지진이 1,000회 발생했다면 강도 5의 지진은 100회, 강도 6의 지진은 10회 일어나는 식의 패턴을 보인다.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축척법칙은 자주 관찰된다. 조지 지프(George Zipf)의 연구에 의하면 문서나 책 속에 사용되는 단어들의 빈도 수와 순위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존재하며, 도시의 규모와 빈도 수 역시 로그-로그 분포도에서 역(逆)의 선형 관계가 나타난다. 지프의 법칙은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기업의 규모와 빈도 수 사이의 역학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는 이미 경제학 및 경영학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특히 경제학에서는 기업의 규모나 성장의 분포도가 임의적으로 형성되는 것인가 아니면 특정한 법칙을 따르는가의 문제를 놓고 수십 년간 논쟁이 계속되어 오기도 했다.
경제학에서도 이러한 축척법칙이 발견되고 있다. 이 책의 초반부에서 간단하게 소개했던 만델브로의 프랙탈 기하학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가격 변동 추세가 축척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수학자였던 만델브로는 시장에서의 일일 가격변동폭, 월별 가격변동폭, 그리고 연별 가격변동폭 사이에 유사한 형태의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이러한 유사성은 시장가격이 무작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의미한다. 만델브로에 따르면, 시장가격 변동이 임의적인 브라운 운동을 따라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기존 경제학 이론들은 가끔씩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대규모의 현상들(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붕괴나 공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대공황과 같은 대규모의 경제적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예외적’인 현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되며, 대규모 사건도 소규모의 사건과 동일한 이론틀 내에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자기 유사성(self-affinity)’의 개념은 바로 다양한 규모의 현상들 사이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유사성을 지칭한다. 경제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도 별개의 독립적인 현상들이 아니라 체계적, 역사적으로 상호 연계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경영하라
– 최희갑 / 삼성경제연구소 / 2006.09.11
일부에서는 복잡계와 카오스를 연관 지어 생각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카오스의 개념이 복잡계 이론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활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카오스와 복잡계는 각기 다른 분야에 속한다. 카오스는 어떤 시스템을 지칭하기보다는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으로 특징지어지는 비선형 시스템의 동태적 행태를 지칭한다(May, 1976; Devaney, 1989). 반면 복잡계가 ‘복잡’하기 위해 무질서할 필요는 없다. 카오스는 복잡성과 그다지 관련이 없다. 바꾸어 말하면 “카오스는 복잡성을 설명할 수 없다”(Bak, 1996, p.31). 예를 들어, 자기조직화된 임계상태(Self-organized criticality; SOC)와 같은 창발성 속성은 동태적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카오스와는 다르다. 수학적 의미에서 카오스는 간단한 모델이 매우 복잡한 행태를 보일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복잡계 이론은 복잡한 모형이 단순한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복잡계 이론은 조직, 경제, 생태계 등 복잡해 보이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카오스는 그 가장자리에서 창발하는 질서가 무질서와 공존한다는 점에서 복잡계와 관련이 있다. 즉, 어떤 시스템이 질서에서 점증하는 무질서 상태로 옮겨갈 때 무질서한 가운데 새로운 질서의 패턴이 출현하는 상전이(phase transition)를 겪게 되는데, 이는 결국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역설을 낳는다. 아울러 개별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시스템에서 카오스 시스템의 경우 상호 작용의 규칙은 변화하지 않지만 뒤에서 설명할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 CAS)는 상호 작용의 규칙이 적응적으로 진화하며 바뀌어간다. 카오스 이론은 복잡계에 비해 사회 시스템에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인간은 기계적 알고리즘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계 워크샵 – 복잡계 이론의 사회과학적 적용
– 복잡계 네트워크 / 삼성경제연구소 / 2006.06.30
물리학자들은 열역학적 비평형상태를 평형상태에 대한 일시적인 카오스로 보지만 프리고진(Ilya Prigogine)과 스텐저스(Isabelle Stengers) 등은 비평형상태가 자율적인 질서창조의 원천이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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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회적 변동’은 복잡계적 관점에서 보다 넓은 시각에서, 그리고 학제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 자기촉매적(autocatalytic) 조직화 과정에 의한 복잡계 네트워크의 작동은 실제로 유사 이전부터, 그리고 생명체의 기원이 있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역사적 과정이다. 35억 년 전 최초로 나타난 세포의 조상인 박테리아 또한 군체(colony) 형태로 발달해왔다. 그후 오랜 시간에 걸쳐 고등생명체들이 탄생하게 되었고 자기조직화와 창발현상의 메커니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역사의 단계가 만들어졌으며, 더욱더 복잡한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전체시스템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종류의 기술과 상호작용을 위한 수많은 장치와 제도들은 그러한 복잡계적 진화과정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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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탈 구조가 가장 효율이 높은 구조인 이유는 그것이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조직화란 카오스의 경계상태(at the edge of chaos)에서 완전한 무질서(deep chaos) 혹은 소멸의 상태나 과정으로 전락하지 않고 문제해결 능력이 한 단계 향상된 높은 구조로의 변형이 창발된다는 것이다. 창발되는 조건은 전체를 구성하는 구성요소들의 능동적인 재조직화를 통하여 발생한다. 이와 같은 자기조직화는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들 간의, 그리고 부분과 전체 간의 능동적 · 자율적 상호작용 및 상호적응의 과정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창발되는 현상이다.
프랙탈 구조의 장점은 간단한 방법으로 복잡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 프랙탈은 질서로부터 무질서로 넘어가는 가교이며, 무질서에서 질서가 탄생하는 창조의 원동력이다(김용운·김용국, 1998, p.146). 따라서 프랙탈 구조, 즉 자기닮음 구조 속에 자기조직화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부분과 전체는 서로 닮아가는 과정을 통하여 창발성 속성이 나타나 부분적 속성들과는 전혀 다른, 전체적으로 향상된 능력이나 구조로 변형되는 자기조직화의 과정이 발생하는 것이다.
……
특히 현 단계에서 필자가 조직이론에 의미를 부여하는 두 가지 복잡계 이론의 하나로 지적한 은유학파의 논의는 국제정치조직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 국제정치학에서는 여태까지 국제정치의 주요 단위체(또는 조직)로서의 국가를 닫힌 시스템(closed system)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열린 시스템(open system)의 은유라는 관점의 도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존의 국제정치조직에 대한 사고에 변화를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복잡계이론의 관점에서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은 이러한 열린 시스템으로서의 국가라는 조직이 어떻게 자기변형(또는 진화)해가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필자는 세계를 기계의 은유로 보는 뉴턴적 세계관을 넘어서는 조직의 변화를 논하고 있으며, 두뇌나 생명체의 은유를 통해서 자기조직(self-organization)을 행하고 있는, 다시 말해 전체 시스템의 설계나 계획 없이도 조직의 부분들이 서로 국지적으로나 부분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의 일관된 행동 패턴을 창발시켜주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 시장 변동에 대한 멱 법칙 분포 이론
– Nature Highlights / 2003.05.15
전세계 주식시장에 전자 상거래가 출현하면서 금융 시스템을 몇 분 단위로 추적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가 축적되었다. 복잡계(complex system)의 통계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주가, 주식 거래량 및 거래 횟수의 변동량이 멱 법칙(power law)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으며, 이러한 힘의 법칙은 서로 다른 주식시장, 시장 동향, 그리고 국가에 있어서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론 모델(general theoretical model)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안했으며, 마침내 물리학자들 및 MIT 경제학자들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하나의 모델이 완성되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모델에서는 거대시장 참여자(large market participant)들이 시장 동향을 설명하는 경험 법칙(empirical law)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주가를 변화시키는 법칙은 일정 기간동안 이루어지는 이양(hand over)에 변동을 가져오는 주식 수의 제곱근과 비례하였다. 하지만 데이 트레이딩을 하는 투자가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이번 연구결과가 물리학자들이 과거를 소급해서 적용한 것이지 주식 시장 예측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정재승 / 동아시아 / 2003.11.07
미국 하버드 대학교 언어학자 조지 지프 George Kingsley Zipf(1902~1950)는 영어로 된 책(현대어 성경이나 백경 등)에 나오는 단어들을 모두 세어 그 빈도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the’였으며, ‘of’ ‘and’ ‘to’ 가 그 뒤를 이었다. 의미를 가진 단어 대신 두 단어 사이를 연결해 주는 전치사나 단어 앞에 붙는 관사 등 기능어들(function words)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순위가 내려 갈수록 사용 빈도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 … 즉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소수에 불과하고 다른 대부분의 단어들은 비슷하게 적은 횟수로만 쓰인다는 얘기다.
이것을 수식으로 표시하면 사용 빈도수를 Y라고 하고 순위를 X라 하면 이들 사이의 관계는 Y = cX-a로 표현된다(이때 c와 a는 상수이며 a값은 1을 갖는다). 이것을 로그-로그 그래프 log-log graph(2차원 평면에 logX와 logY에 대해 그린 그래프)로 그려보면 a를 기울기로 갖는 직선 그래프를 얻게 된다. 두 변수의 관계가 위와 같은 그래프로 표현될 때 이것을 수학에서는 ‘베키의 법칙(Becky’s law)’ 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power law’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80/20 세계를 지배하는 자연법칙
– 리처드 코치 / 유한수 역 / 21세기북스 / 2002.05.30
경제학자 크루그먼은 복잡하고, 자기 조직적이고, 적응력 있는 시스템들이 그렇듯, 도시들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 중 상당수는 고도의 기술적 표현들이지만, 그 중 하나 쉽게 이해되는 것은 미국 도시의 규모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미국의 도시들은 하버드 대학 문헌학과 교수 지프의 이름을 딴 지프의 순위 및 규모 규칙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규칙에 의하면 한 국가 내 각 도시의 인구는 그 순위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
도시에 관한 무더기 이론을 믿든 믿지 않든 이상한 것은 지프의 법칙이 도시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것에까지 들어맞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지진과 운석, 종(種)에도 들어 맞는다. 지프의 법칙을 지진에 적용한 것이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으로, 지진의 발생 빈도는 지진의 크기와 반비례 관계를 나타낸다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빈도도 그 크기에 반비례한다. 또는 특정 크기를 초과한 동물 종들의 수를 살펴보면 동일한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자유전쟁 – 자유 개념을 두고 벌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대격돌
– 조지 레이코프 / 나익주 역 / 프레시안북 / 2009.05.10
유기적 인과관계는 직접적 인과관계와는 상당히 다르다. 유기적 인과관계에는 흔히 복잡계가 등장한다. 복잡계의 실례로는 주식 시장, 날씨 체계, 전력망, 경제, 문화, 선거인단, 생태계, 유행성 전염병, 의료보장 체계, 번죄 같은 사회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유기적 인과관계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복잡계를 포함하는 인과관계이며, 이는 매우 흔하다. 지구온난화는 남 · 북극의 만년설을 녹이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고 있다. 의료보장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건강 관리 비용의 상승이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 문장에서 ‘초래하고 있다’, ‘압박하고 있다’, ‘무너지고 있다’ 등 현재진행령이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하라. 복잡계는 상당 기간 동안 작용하며, 이 기간 동안에 인간은 예방 조치나 수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더욱이 복잡계는 단 하나의 사건이나 사건 유형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은유적이거나 환유적인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지표는 세계 속의 사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어떤 측면의 상태를 개념화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실례로 주식 시장 평균, 지구 온도 평균치, 건강 관리 비용 지표, 국내 총생산, 매년 병원에서 치료받는 당뇨병 환자 수 등을 들 수 있다. 엄격한 인과적 진술을 하기 위해서는 지표들 사이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사용해야 하며, 따라서 인과관계는 상관관계에서 도출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지표는 실제 사물이 아니며,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표는 물론 지표들 사이의 상관관계는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이론의 보충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화석연료의 사용이 어떻게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가에 대한 이론이나, 건강 관리 비용이 어떻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이론 등이다.
비지니스 스쿨 : 경영 편
– 이면희 / 청년정신 / 2008.11.30
복잡계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다. 그중에서 우리의 시장과 관련한 책으로, 앞에서 잠시 언급한 에릭 바인하커의(Eric Beinhocker) 《부의 기원》 이 있다. 《부의 기원》은 그간 복잡계 과학자들이 시도한 실험적인 연구 성과와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어떤 의미로는 복잡계 경제학의 입문서라고 할 만하다.
복잡계 경제학은 미국 뉴멕시코사막에 세워진 산타페연구소(복잡계 연구를 위해 설립)의 물리학자들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에로(Kenneth Arrow)와 같은 경제학 석학들이 시티코프(citicorp) 회장인 존 리드(John Reed)의 주선으로 만나게 되면서 1987년 시작되었다. 아직은 확실한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신 물리학과 생물학, 컴퓨터 이론을 접목하여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단, 복잡계 경제학 자체는 우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의도와 범위를 벗어나므로, 우리는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시사점만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의 시장은 대표적인 복잡계다. 67억의 인구가 참여하고 있으며, 물리적 · 사회적 · 자연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진화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
그렇다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복잡계는 완전 무질서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단지 예측이 어려울 뿐이다. 여하튼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이런 경제를 물리적 기술, 사회적 기술, 사업계획이 각각 진화 또는 공진화하는 복잡계로 파악한다.
따라서 복잡계에서 중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 된다. 미국의 MBA 교육의 영향으로 많은 기업체가 방대한 보고서를 통해 장기계획을 강조한 적이 있지만, 복잡계 경제학은 그런 노력이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미래에는 비전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기적인 계획과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포토폴리오의 중요성을 떠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 기업이나 개인은 수익의 극대화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아니 극대화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참고자료 및 관련 기사>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 : 복잡계
위키백과 : 복잡계
복잡계 개론 (윤영수 / 삼성경제연구소)
불확실성 속의 질서 : 복잡계이론과 국제정치학 (한국정치학회보 / 2006, vol40)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 :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http://networkpolitics.ne.kr/userData/board/145044672549077000.pdf
https://blog.naver.com/kdeereye/220130086475
2017-12-24 임계상태서 생기는 지진, 대기 현상과 달리 예측 불가
2017-07-12 복잡계학회, “AI를 복잡계로 바라본다”
2015-06-08 경희대학교 대학원보 [208호 과학학술: 복잡계] 복잡계의 과학
2010-08-12 복잡한 현실서 길 찾기… ‘복잡계 이론’ 뜬다
2007-05-13 [매경시평] 경제는 진화한다
2002-02-25 카오스와 복잡계과학의 선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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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높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