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 데이비드 라우프

멸종이라는 주제에서 많이 인용되는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 1933. 4.24 ~ 2015. 7. 9)의 『멸종』(데이빗 라우프 / 장대익 역 / 문학과지성사 / 2003.12.05)을 읽고 결론 부분인 11장을 정리했다.

라우프는 지구에서 생명의 행진이 시작된 이래 사라져간 수많은 종들이 모두 고전 진화론이 가르치듯 적자생존에 실패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오히려 진화와 직접 관련 없는 외생적 돌발 변수가 주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 어떻게 멸종에 이르는가

멸종에 관한 몇 가지 사실에 관해서는 타당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1. 종은 일시적이다.

복잡한 생명체로 이루어진 그 어떠한 종도 생명의 역사 중 극히 일부 기간 동안만 존재하였다.

2. 개체군이 매우 작은 종은 소멸되기 쉽다.

3. 널리 퍼져 있는 종은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

멸종의 동인이 물리적 교란인 경우에는 종이 서식하는 모든 장소에서 살해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4. ‘처음 한 방’은 널리 퍼져 있는 종도 소멸시킬 수 있다.

넓은 영역에 걸쳐 갑작스럽게 극심한 압박(생물학적이거나 물리적인 압박)이 가해지면 널리 퍼져 있는 종의 신속한 회복력도 소용이 없어진다.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처음 한 방은 멸종의 필수 조건일 수도 있다.

5. 널리 퍼져 있는 종의 멸종은 뜻밖의 압박에 의해 촉진된다.

진화는 지속적인 자연 선택의 압박에 의존하므로 개체들은 자신들이 거의 경험하지 못한 조건들에 적응할 수 없다.

6. 수많은 종들이 동시에 멸종하려면 생태학적 경계들을 가로지르는 압박이 있어야 한다.

화석 기록에 나타나는 대규모 멸종들은 명백하게 더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는 원인들에 의한 것이었다.

◎ 진화에서 멸종의 역활

화석 기록을 보면, 수많은 적응적 혁신 – 새로운 과나 목을 발생시키는 폭발적인 종 분화 – 은 거대한 대멸종 이후에 일어났다.
공룡 멸종 이후 곧바로 이어진 포유류의 번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효과는 5대 대멸종 이후에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지만 다른 규모의 멸종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인다.

……

진화에서 멸종의 주된 역활은 종을 제거하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켜서 혁신을 위한 생태적 · 지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된다.

……

진화에서 멸종의 역할을 달성하는 데 선택성은 중요한가? 나는 지금까지 이 책의 다양한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멸종 양태를 살펴보았다.

1. 총알받이

적응도의 차이에 상관없이 일어나는 무작위적인 멸종

2. 공정한 게임

다윈적인 의미에서의 선택적 멸종으로서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생존하게 된다.

3. 변덕스런 멸종

특정 종류의 유기체가 선택적으로 생존하긴 하지만 그것이 정상적 환경에 더 잘 적응했기 때문은 아니다.

확실히 세 양태가 모두 일정한 시간에 그리고 일정한 규모로 작동한다. 그러나 나는 세번째인 변덕스런 멸종이 화석 기록에 나타난 생명의 역사를 산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할 것이다.

……

멸종은 진화에 꼭 필요하며 대개 유기체의 적응도와 상관없이 선택적으로 일어난다(변덕스런 멸종)는 점이 내 결론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강조해왔듯이 멸종이 완벽하게 공정한 게임이었다면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불량 유전자 탓인가, 불운 때문인가?

나는 대부분의 종이 불운하기 때문에 소멸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전의 진화에서 예상치 못했던 생물학적이거나 물리적인 압박에 직면했거나, 자연 선택에 의해 적응할 만큼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어버린 것이다.

<관련자료 및 참고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David_M._Raup

2016-01-02  대멸종설을 주장한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

2015-08-22  방대한 화석 데이터 탐구 “멸종은 진화보다 불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