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민주주의와 제국, 젊은 통치자들과 전쟁, 그리고 세계 종교의 전파까지 기원 전후 1000년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부제를 가진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라는 책은 BC508 – AD415까지 고대사의 마지막 부분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저자도 얘기하지만 현대 인류의 종교, 정치체제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문명권도 어느 정도 내부적 통합을 실현한 시기이며 그것이 연결된 세계였다.

 

이 책의 출발점인 기원전 6세기 말에 대해 저자인 마이클 스콧은 역사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기원전 6세기 말이 한 국가의 고대사에서, 그리고 훨씬 더 넓은 지역의 고대사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시기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시기는 문명 발달의 전환점이자 인간이 어떤 사회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맺어야 하는지, 그리고 하나의 공동체가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고 취해야 하는지 달리 보게 된 시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기에 등장한 논의들이 현대 인간의 삶을 인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세계와도 공명한다는 사실이다.

야스퍼스의 “축의 시대”, 부르크하르트의 “인류가 겉으로 또는 진짜로 공통의 맥박을 치는 듯이 보이는 시대가 이따금 있기는 했다.”라고 말한 그 시대 즈음이다.

비교종교사학자인 캔트웰 스미스(Wilfred Cantwell Smith) 교수는 인도의 불교와 중국의 유교, 도교, 고대 그리스 철학, 초기 유대교에서 발전한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기원전 6세기에 출현한 정신문명이 지금까지도 줄곧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이전의 시대에서 문명의 중심부였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주변부였던 그리스, 로마 쪽으로 문명의 중심이 이동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지만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아 아쉬웠다.

 

책의 1부에서 언급한 여러 정치체제와 관련하여 마이클 스콧은 현재 동아시아에서의 유교를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한국,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는 공자가 20세기까지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실제로 이 나라들이 1950~1970년대에 거둔 경제적 성공 덕분에 유교는 다시 중국에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작금에 와서는 경제 성장을 약속하는 사상이자 서구 물질주의에 대한 해독제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 중국에서 유교는 두 가지 관점에서 장려된다. 하나는 서구의 오염을 중화하는 정신적 지주 역활을 하는 종교로서, 다른 하나는 동양에 적합한 민주주의의 잠재적 형태로서다.

우리나라는 현재 민주주의의 선진국으로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민주화 미성숙에 대해 비난과 우월감을 표현하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과연 중국보다 우리가 나을까? 일본, 싱가포르, 대만의 정치체제는 또 어떤가?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것과 국가의 발전은 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치체제에 대한 정답은 국가의 규모, 경제 규모, 성장 주기, 지정학 등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책의 2부에서는 기원전 3~2세기 문명의 확장으로 제국의 탄생과 전 지구화라 할 수 있는 상호간의 연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어쩌면 주요 문명권이 제국이라는 통합되고 안정된 정치체제하에서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이는 각 주요 주요 문명의 역사가 진화 발전하면서 또한 각 문명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겨난 객관적인 현상이고 역사 진화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이클 스콧은 책에서 2015년 성룡 주연 영화 『드래곤 블레이드』을 언급하며 “실크로드의 안전과 평화가 고대 세계의 공통 목표였다”라는 견해를 시각화한 것이라 얘기한다. 이미 본 영화지만 다시 한 번 더 봐야겠다.

 

3부에서는 연결된 세계의 종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4세기 무렵 단 10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의 주요 종교 중 셋이 방대한 지역에 전파되었으며, 종교 발생지에서는 해당 종교의 이론적 · 형식적 구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종교 발생지에서는 해당 종교의 이론적 · 형식적 구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종교와 통치자의 상호작용 – 무자비한 통치자와 평화와 선의를 핵심 메시지로 하는 종교의 기묘한 조합 – 은 대부분 통치자가 세력권을 통제하고 유지하기 위한, 즉 자신의 성공을 정당화하고 경쟁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졌다. 고대 세계가 점차 복잡한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로 변해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관계, 공동체 관계, 그리고 인간과 신의 관계도 갈수록 근본적으로 맞물렸다. 그러나 많은 경우 통치자와 종교의 결합은 세속적 권력자의 지지를 확보한 종교가 여타 종교에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는 이후 수세기 동안 공동체 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이었으며, 종교의 지속적인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4세기 로마 황제들의 기독교 수용은 로마제국의 동쪽에 위치한 정치적 · 군사적 경쟁국으로 기독교가 전파되고 수용될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였으며, 오히려 그 지역에서 기독교 반대 세력이 득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명과 종교의 결합은 당연할 수도 있는데, 지정학적인 문명의 분류에서 대분류 문명으로 볼 수 있는 중국, 인도, 유럽, 서아시아는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다. 그리고 대항해 시대 이후 서구의 다른 문명에 대한 확장과 침략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대체는 없었다. 문명의 동질성과 주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 천년의 역사를 세 개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기를 성장기, 전성기, 쇠약기로 나눌 수 있고 이는 다음의 천여년의 역사에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소위 중세 시대의 범위인 5세기부터 15세기도 비슷한 패턴의 세계사가 전개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사례들은 개인적으로 부족했던 고대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