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대량멸종 (Mass extinction)

지구상의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광범위하고도 급속히 감소한 사건을 대멸종, 대량멸종(Mass extinction)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대멸종은 현저히 많은 분류군의 생물이 지질학적으로 거의 동시에 절멸한 현상이다.

 

대멸종은 고생물학이 시작된 이래 계속 기록되어 왔다. 이러한 멸종 사건들이 지질학적 시간 척도의 중요한 경계를 확정하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지질시대(Geologic time scale)는 멸종의 역사이기도 하다(또한 진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육지의 지배적인 척추동물이었던 공룡이 멸종하면서 중생대가 끝나고 포유류가 지배하는 신생대가 시작된다.

(지질시대에 대해서는 http://ko.wikipedia.org/wiki/%EC%A7%80%EC%A7%88_%EC%8B%9C%EB%8C%80 를 참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격변과 갑작스런 대멸종을 옹호하는 자들은 어김없이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 우주선宇宙線이나 태양흑점, 화산 또는 운석충돌 따위와 대멸종을 결부시킨다는 것은 스스로를 사이비과학자나 점성술가로 내모는 짓이었다. 반면 멸종 반대론자들은 분별 있고 사려 깊은 과학자로 대우받았다. 점쟁이나 종말론자, 광적인 묵시론자들의 품속으로 조잡하게 뛰어들기 보다는,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하고, 멸종이 점진적으로 일어났다고 논하고, 해수면의 변화나 기후변동처럼 지구를 기반으로 서서히 작용하는 과정들에서 설명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훨씬 훌륭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1986년에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소행성 충돌이 공룡을 멸종시켰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본격적인 대멸종연구의 시대가 새롭게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격변론을 주장한 퀴비에(Cuvier)에서 시작되는 이 논쟁의 역사는 그 자체로 입체적인 드라마이다.

 

대량멸종은 오랫동안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가사의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대부분 생물 흐름의 단순한 중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쉽게 간과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대량멸종은 생물 흐름을 구체화하는 주요한 창조력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작용은 앞으로 수십억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호모 사피엔스와 그 후손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까마득한 미래까지도 틀림없이 지금처럼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대량멸종의 수수께끼는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그것을 이끄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가 라는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풀 길이 없다.

 

얼마나 규모가 크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어나야 대멸종이라 할 수 있을까?  대멸종의 정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의 멸종이 대멸종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난 5억 년 동안 일어났던 멸종들 가운데 크게 두드러진 멸종사건이 다섯 번 있었다. 규모가 대단히 컸기 때문에 흔히 5대 멸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5대 멸종은 수없이 일어난 대량멸종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건일 뿐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 사이사이에 많은 대량멸종(규모는 5대 멸종보다 작지만)이 있었다.

 

대멸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생물다양성’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그래프의 두 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이 두 개념이다. 수억 년의 시간단위로 측정된 지질시간은 x축이고, 종이나 과의 수로 측정된 생물다양성은 y축이다. 멸종은 늘 일어나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는 멸종비율, 곧 배경멸종비율이 있다. 그런데 이따금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나, 보통보다 높은 멸종비율이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러면 멸종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또는 그 비율이 충분히 높다면 대량멸종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 노란색 삼각형이 5대 멸종을 가리킨다. 파란색 삼각형은 다른 멸종

 

 

아래 그림은 다양한 규모의 멸종이 일어난 시기를 보여준다. 큰 글자들이 5대 멸종에 해당하는데, 페름기 말(2억4천5백만 년 전)의 대멸종이 가장 큰 것이었다. 작은 글자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들에 해당하며 멸종 강도에 따라 많은 사건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시간대별 해양생물의 멸종 강도를 나타내었다. 푸른색의 그래프는 주어진 기간 중에 멸종한 해양동물 속(屬)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고 모든 해양동물 종들을 나타낸 것이 아니고 화석화된 해양동물 종들을 나타낸 것이다. 굵게 쓰여진 라벨이 5대 멸종을 나타낸다.

 

 

멸종에 대한 과학적 논의는 결코 과학의 영역 내에서만 맴돌지 않는다. 넓게는 생명의 진화와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며 좁게는 인간종의 생존과 멸절에 관한 분석이기 때문에 인문 · 사회적 함의를 지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 5대 멸종

 

– 450~440 Ma(백만년 전) :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 고생대 실루리아기 경계, 27%의 과(科), 57%의 속(屬), 60~70%의 종(種)이 멸종

– 375~360 Ma(백만년 전) : 고생대 데본기 / 고생대 석탄기 경계, 19%의 과(科), 50%의 속(屬), 최소한 70%의 종(種)이 멸종

– 2억5천2백만 년 전 : 고생대 페름기 /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경계 (P-T 경계 멸종 사건), 57%의 과(科), 83%의 속(屬), 90~96%의 종(種)이 멸종

– 2억1백3십만 년 전 :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 중생대 쥐라기 경계, 23%의 과(科), 48%의 속(屬), 70~75%의 종(種)이 멸종

– 6천6백만 년 전 : 중생대 백악기 / 신생대 제3기 경계 (K-T 경계 멸종 사건), 17%의 과(科), 50%의 속(屬), 75%의 종(種)이 멸종

 


◎ 대량멸종의 원인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는 책 『멸종, 나쁜 유전자 때문인가 나쁜 운 때문인가』에서 이렇게 썼다. “곤혹스러운 사실은 과거 지질역사에서 뚜렷이 기록된 수천 가지의 멸종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그 멸종이 왜 일어났는지 확실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5 대 멸종 각각에 대해 무엇이 그들을 이끌었는지에 관한 몇 가지 이론들이 있다. 또한 그들 중 일부는 주목을 끌 만하다. 하지만 사실상 모두 이론일 뿐, 그 어느 것도 증명되지는 못했다.

 

매클라우드(Macleod, 2001)는 커티어(Courtillot et al., 1996), 할람(Hallam, 1992) 및 그리브(Grieve et al., 1996)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대량 멸종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건을 정리했다.

– 홍수 현무암(Flood basalt, 범람 현무암) 사건 : 거대한 화산 활동인 홍수 현무암 사건 11건이 모두 중요한 멸종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Wignall (2001)은 주요 멸종 중 5건만이 홍수 현무암 사건과 일치하며 분출 이전에 멸종의 주요 단계가 시작되었다고 결론 지었다.

– 해수면 하락 : 12개 중 7개의 멸종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

– 소행성 충돌 : 하나의 큰 충격이 대량 멸종, 즉 백악기-제3기 멸종 사건(K-T 경계 멸종)과 관련된다. 더 작은 충격이 많이 있었지만 중요한 멸종과는 관련이 없다.

 

대량 멸종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 홍수 현무암(Flood basalt) 사건 : 거대하고 강도 높은 화산 활동

– 해수면의 하락

– 지구자기장 역전과 같은 지자기 변동

– 빙하기

– 지구 온난화

– 혜성,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 클라스레이트 총 가설(Clathrate gun hypothesis)

– 산소 결핍 사건

– 지각 변동

– 기타 (바다에서의 황화수소 분출, 초신성 폭발, 태양 복사 변화 등)

 

위의 가설들은 대량 멸종을 불러일으킨 가장 중요한 원인들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맨틀이나 지각판 배치와 변동, 지구 궤도의 변화 등과 같은 궁극적인 원인의 결과일 수도 있다. 이는 어떤 사람의 최종 사망원인이 폐렴이지만 1차 원인이 교통사고, 암 등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요인들이 지구 생태계에 주는 충격이 어떨지는 거의 추측의 문제다. 그러므로 이렇게 많은 잠재적 원인이 검토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라우프는 이렇게 의심했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모두 잠재적으로 대량멸종의 원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러한 충격이 몇 가지 합쳐져서 대량멸종이 일어난다는데는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한다.

 

대부분의 멸종 사건은 원인이 다 다를 수 있을까?  만일 모든 멸종 사건이 다르다면, 그것 중 어느 하나를 해독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 지구자기장 역전(지자기 역전)과 지자기 편위 : http://yellow.kr/blog/?p=3333

 


용어에 대하여

 

캐나다의 고생물학자이며 멸종 연구가인 딕비 맥라렌Digby McLaren은 ‘대멸종mass extinction’ 대신에 ‘대량 살해mass killing‘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종의 죽음과 개체의 죽음을 구별하기 위함이다. 맥라렌은 대멸종의 가장 극적인 측면이 무수한 개체들의 갑작스런 살해killing라고 확신한다. 그에게 멸종은 살해가 어쩌다 완료될 때 생기는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맥라렌의 제안은 용어를 바꾸자는 게 아니라 강조점을 종에서 개체로 옮기자는 것이다.

 


◎ 대량멸종과 배경멸종

 

배경멸종은 지질시대에 일어난 소규모 멸종현상이다. 배경멸종의 크기는 지질시대를 통하여 서서히 감소해왔다고 생각된다. 대량멸종과 배경멸종에서는 멸종을 면한 생물군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양자는 질적으로 다른 요인에서 일어났다는 설이 유력하다.

 

모든 멸종이 대량멸종 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전체 생명의 역사에서 수십억 종이 출현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수천만 종에 불과하다. 이 말은 이제까지 나타난 종의 99퍼센트는 멸종하고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멸종은 진화에서 자연스러운 사건이다. 이제까지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대량멸종 때 사라진 종은 35퍼센트뿐이고, 나머지는 평소에 멸종한 것이다.

대량멸종의 시기가 아닐 때 일어난 이른바 ‘배경(background)’멸종은 모든 멸종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러나 배경멸종은 대량살육의 거대한 파도를 설명하지 못한다.

 


◎ 대멸종의 지속 기간

 

예를들어 K-T 멸종은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되었을까, 아니면 몇 분 만에 끝났을까? 이는 성가시고도 중요한 질문인데 이에 대한 대답은 모른다는 것이다.

많은 고생물학자들이 대멸종의 지속 기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저마다 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능하고 정직한 과학자들이 동일한 자료를 살펴보고서는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나(데이빗 라우프)는 대부분의 경우에 갑작스런 살해가 사실에 대한 최선의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무의식적인 편견의 제물일 수도 있다. 이 주제의 어느 쪽이 입증 책임을 지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는데, 관측 결과는 양쪽 모두에 꽤 잘 들어맞도록 유도될 수 있다. 어쨌든 나는 계속해서 대멸종을 ‘사건’으로 취급하려 한다. 이는 대멸종이 갑작스럽게 단기간에 일어났다는 함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멸종과 진화

 

고생물학자들에게 있어 죽음은 생물의 사실fact이고 멸종은 진화의 사실fact이다. 캄브리아 대번성기에 다세포 생물이 처음 진화한 이후로 지구상에는 약 3백억 종의 생물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누군가의 계산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상에는 약 3천만 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종의 99.9%가 멸종되었음을 의미한다. 한 종의 평균 존재 기간은 몇백만 년  정도이다. 멸종은 새로운 종의 형성만큼이나 중요한 진화의 한 부분인게다.

 

화석 기록을 보면, 수많은 적응적 혁신 – 새로운 과나 목을 발생시키는 폭발적인 종 분화 – 은 거대한 대멸종 이후에 일어났다. 이러한 효과는 5대 대멸종 이후에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지만 다른 모든 규모의 멸종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인다.

콘웨이 모리스는 1989 년 (사이언스) 10월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현생대(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이루어진) 생물에 공인된 대진화의 형태는 임의적인 멸종과 우연성이다.”

우세한 해부학적 설계, 꾸준히 진보하는 적응력과 복잡성을 지닌 종들이 살아남아 이 세계를 만든다는 개념은 이제 사라졌다. 철저히 운에 맡겨진 승부다툼에서 살아남은 지극히 운좋은 생존자들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진화에서 멸종의 주된 역활은 종을 제거하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켜서 혁신을 위한 생태적 · 지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된다.

 


◎ 살해 곡선 kill curve

 

아래의 살해 곡선은 과거 6억 년간 해양 유기체의 멸종 역사를 요약한 것이다. x축은 종 살해(퍼센트), y축은 평균 시간 간격(대기 시간)을 나타낸다.

약 5%의 종 살해는 백만 년마다 발생한다. 5대 대멸종은(페름기 멸종을 제외하고는) 근사적으로 1억 년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평균 65%의 종이 살해되었다.

 

살해 곡선kill curve은 일련의 대기 시간 동안 평균적으로 얼마나 많은 종들이 살해되었는지를 묘사한다. 이 곡선은 대략 2만 개의 속 멸종 기록에 대한 자료를 내삽하여 종 수준에서 구축된 것이다.

 

대멸종이라 불리는 사건은 살해 곡선의 위쪽에 위치하며 배경 멸종으로 불리는 것은 그래프의 왼쪽 아래 근처에 위치한다. 이 곡선에는 대멸종이 더 작은 규모의 멸종과 차이를 갖는다는 점을 정당화할 만한 구분이 나타나지 않는다.

살해 곡선은 대멸종의 발생 시기를 예측하지는 않는다. 곡선은 주어진 길이의 시간 안에서의 평균적인 발생 가능도를 보여줄 뿐이다.

살해 곡선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대부분의 경우(곡선의 아랫부분) 멸종의 위험은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황은 멸종이라는 대단히 큰 위험에 의해 드물게 중단된다. 멸종의 원인에 대한 그 어떠한 설명도 그럴듯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패턴을 수용해야만 한다.

 


◎ 멸종과 복잡계

 

1996년에 물리학자 리카르드 솔레(Ricard Sole)와 수산나 만루비아(Susanna Manrubia)는 고생물학자 잭 셉코스키(Jack Sepkoski)의 데이터를 자세히 검토해서, 절멸의 크기 분포(사멸한 과의 숫자를 취했다)가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규칙성은 지진과 동일했다. 사멸의 숫자가 2배면, 그러한 사멸은 4배로 드물게 일어난다. 이러한 규칙성은 단 몇 과의 사멸에서 수천 과의 사멸까지 일관되게 유지된다.

 

대량멸종에서 나타나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분포는 끔찍한 대량멸종도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는 암시를 준다. 멸종의 크기를 시간에 따라 그린 그래프에서는 뾰족한 봉우리가 아주 특별해 보인다. 하지만 똑같은 데이터를 멸종의 크기와 빈도의 그래프로 표시해보면, 가장 큰 사건도 그리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 복잡계와 멱함수 : http://yellow.kr/blog/?p=2824


◎ 마크 뉴먼의 멸종 모델

 

1995년에, 코넬대학의 물리학자 마크 뉴먼(Mark Newman)은 종들이 전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경우의 멸종을 그려보는 게임을 고안했다. 다시 말해 모든 멸종의 진짜 원인은 생태계 밖에서 온 충격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고생물학자들은 대개 외부 요인(기후 변화, 소행성 충돌 등) 때문에 대량멸종이 일어난다고 본다. 뉴먼 모델은 이 오래된 생각을 지지한다.

뉴먼은 외부 충격에 의한 멸종의 논리를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구성해보았다. 그는 다음과 같은 게임을 만들었다. 지구 상의 모든 종들에 어떤 적합성(viability)을 부여한다. 적합성은 외부 충격에서 살아남는 능력의 척도로, 여기에 0에서 1 사이의 숫자를 매긴다. 지구에 여러 번 충격이 오면, 그때마다 각각의 종들에게 무작위로 스트레스를 주는데, 이것도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진다. 종의 적합성이 스트레스 값보다 크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도태된 막대는 꺼내고, 그 자리에 다시 0에서 1 사이의 무작위 길이를 가진 막대로 채운다. 이것들은 진화 과정에서 새로운 종들이 비어 있는 생태적 지위를 채우는 것을 나타낸다.

생태계에서 도태가 계속 일어나면 적합성이 떨어지는 종들이 거의 사라져서, 막대들은 평균적으로 더 길어진다. 또 충격들 사이의 기간에, 적합성이 큰 종들(즉 도태되지 않은 긴 막대) 중의 일부에 대해 적합성 값을 무작위로 바꾼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종들은 빙하시대, 소행성 충돌, 화산 분출 등의 격변에 대비해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환경 조건에 적응한다. 따라서 평소의 적응으로 종들이 외부의 격변에 잘 견디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충격들 사이의 기간에 일어나는 진화에 의해 종의 적합성은 무작위로 변한다. 뉴먼은 생존자 막대의 일부를 무작위 길이의 새로운 막대로 바꾸는 것으로 이 효과를 게임에 포함시켰다.

이것이 이 게임의 전부다. 여기에서 유일하게 조율할 수 있는 성질은 생태계를 때리는 충격의 크기다. 이것들은 무작위고, 크고 작은 충격의 상대적인 빈도를 마음대로 잡을 수 있다. 큰 충격을 자주 주고 작은 충격을 드물게 줄 수도 있으며, 그 반대로 할 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충격을 어떻게 주어도 게임이 비슷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충격의 분포를 거의 어떻게 선택하든, 게임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생태계는 스스로를 조직하기 때문에, 어떤 크기의 충격을 주었을 때 생태계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단지 몇 종들만 멸종하거나, 거의 모든 종이 멸종하기도 한다. 화석 기록과 멸종의 규모 분포에 아주 잘 맞는 멱함수 법칙이 이 게임에서 나온다.


◎ 생물의 다양성

 

오늘날 생물 다양성(각기 다른 서식처를 차지하는 생물 종의 수)은 지구 역사상 거의 절정에 가깝다. 우리는 무수한 종들 가운데 하나이며, 이제껏 지구의 주인 노릇을 했던 생물들 가운데 가장 번창한 족속이다. ‘우월성을 통한 진화적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응당 스스로를 칭찬할지도 모른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를 환경에 지속적으로 가장 잘 적응한 종의 총체적 산물 중 하나라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진화생물학이 발달하면서 이와는 다른 의견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대량 멸종의 와중에서는 우월성이 아닌 ‘행운’이 나중에 어떤 생물이 생존할 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 인류는 과거의 우월성이 현대적으로 표명된 존재가 아니라 지구 역사의 천재지변에서 살아남은 극히 운좋은 생존자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한다.


◎ 화석의 문제

 

한 가지 문제는 화석 기록을 취합하면 어쩔 수 없이 최근의 것만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화석이 되는 것은 생물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생물들은 죽은 뒤에 시체가 썩으면 그걸로 끝이다. 게다가 최근에 형성된 화석일수록 오늘날까지 온전히 보전될 가능성이 더 많다. 따라서 화석 기록은 불가피하게 현재를 향해 왜곡되어 있다.

‘모노그래프 효과’라고 부르는 문제도 있다. 현재까지 남은 화석이 아주 적다면, 연구자들이 실제로 발견하는 화석은 훨씬 더 적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종들이 발견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그런데 어떤 정열적인 연구자가 특정한 지질 시대에 대해 화석 기록을 아주 철저하게 연구하면, 그 시대의 화석 기록이 아주 많아져서 마치 종들이 그 시대에 갑자기 많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문제들도 많다. 셉코스키와 벤턴이 종이 아니라 속과 과의 수준에서 사멸을 연구한 것도 이런 문제들 중 하나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화석의 수가 적으면 종이 실제보다 늦게 나타나서 일찍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화석의 수가 많아지면 오차는 줄어든다.


◎ 멸종 – 데이비드 라우프

 

라우프는 지구에서 생명의 행진이 시작된 이래 사라져간 수많은 종들이 모두 고전 진화론이 가르치듯 적자생존에 실패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오히려 진화와 직접 관련 없는 외생적 돌발 변수가 주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http://yellow.kr/blog/?p=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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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  스티븐 제이 굴드 / 김동광 역 / 경문사 / 2004.10.20

 

…… 생명의 역사는 연속적인 발전이 아니다. 그것은 지질학적으로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기간의 대량 멸종, 그리고 뒤이어 계속된 다양화(diversification)에 의해서 단속(斷續, punctuated)된 기록인 것이다. 그리고 지질 연대 구분은 바로 이러한 역사를 사상(寫像)하고 있다. 왜냐하면 화석이야말로 암석의 시간적인 순서를 확정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화석 기록에 명료한 각인을 남기는 것은 멸종과 급속한 다양화이기 때문에, 그러한 중요한 단속의 지점에서 연대 구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지질 연대 구분은 악마가 학생을 괴롭히기 위한 책략이 아니라 생명의 역사 속의 중요한 순간들을 명시한 하나의 연대기이다.

……

지질 연대의 단위는 큰 구분에서 작은 구분으로 순차적으로 대(era), 기(period), 그리고 세(epoch)로 위계적으로 나뉜다. 가장 큰 연대 구분 단위인 대(代)의 경계는 최대의 사건을 구획하고 있다. 3개의 대(代)의 경계 중에서 두 개는 가장 유명한 대량 멸종이 있었던 연대를 명시하고 있다. 약 6천 5백만 년 전에 있었던 백악기 말기의 대량 멸종은 중생대와 신생대를 나누는 경계를 이룬다. 그것은 사상 최대의 ‘대량 사멸(great dyings)’는 아니었지만, 지명도라는 측면에서는 나머지를 모두 압도할 정도이다. 왜냐하면 이 죽음의 회오리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공룡이 멸종했고, 그 결과로 대형 포유류(훨씬 나중 일이지만 인류까지 포함해서)의 진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생대와 중생대를 나누는 두 번째 경계(2억 2천5백만 년 전)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량 멸종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페름기 말기에 벌어진 이 사건은 해양 생물종의 96 퍼센트를 사라지게 하면서 그 후의 생물 진화 패턴을 완전히 결정했다.

선캄브리아기와 고생대를 구획하는 세 번째이자 가장 오래된 경계(약 5억 7천만 년 전)는 다른 경계들과는 달리 좀더 신비스러운 사건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경계, 또는 그 언저리에서 대량 멸종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지만, 고생대의 시초는 다양화가 집중적으로 진행된 시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캄브리아기 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고 불리는 사건으로, 이 시기에 딱딱한 껍질을 가진 다세포 동물이 화석 기록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

지난 10년 동안 대량 멸종이라는 주제는 새롭게 관심을 얻게 되었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견고한 자료들도 축적되었다. 물론 거대한 운석의 충돌에 의해 멸종이 일어났다는 앨버레즈 이론이 최초의 자극이었다. 그러나 논의는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 충돌에서 혜성들의 출현, 2600만 년 주기에 대한 추정 이론, 그리고 진짜 파국에 대한 수리 모형으로 옮겨갔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나는 폭넓은 함의를 담은 하나의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그것은 대량 멸종이 이전에 생각해온 것 이상의 “높은 빈도로, 급속하게, 파멸적인 규모로 일어났으며, 그로 인한 결과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량 멸종은 지질학적 흐름에서 일어난 진정한 의미에서의 단절이며, 연속성 속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단순히 높은 지점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사건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극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환경 변화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생물들은 일반적인 자연선택의 힘에 의해 조정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대량 멸종은 ‘일상적(normal)’ 시기에 축적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탈선시키고, 전복시키고,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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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과 패턴

–  마크 뷰캐넌 / 김희봉 역 / 시공사 / 2014.08.20

 

전쟁의 근원은 정치와 역사에서, 지진의 원인은 지구물리학에서, 산불은 날씨와 자연 생태계에서, 시장의 붕괴는 자본과 경제의 원칙과 인간의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 ‘참사’라고 부르건 ‘격변’이라고 부르건, 각 사건들은 그 자신의 독특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전히 마음을 끄는 유사성이 있다. 모든 경우에 계의 조직화(국제 관계의 그물망, 숲에 있는 나무의 종류와 밀도, 지각의 구조,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거래의 전망과 상호 영향의 그물망) 때문에 작은 충격이 거대한 반향을 일으킨다. 이 계들은 불안정성의 가장자리에 있어서 격변을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

생명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지구 상 종의 수는 (대략적으로) 지난 6억 년 동안 조금씩 늘어났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엄청난 대량멸종이 최소 다섯 번은 일어나서, 그 때마다 살아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쓸어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대량멸종은 끊임없이 생물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을 수수께끼에 빠뜨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생명의 그물망은 복원력이 있고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의 생태계는 때때로 급작스러운 붕괴를 만난다.

……

이 책의 핵심은 격변을 설명하는 것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비평형 물리학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분야를 ‘복잡계 물리학’이라고 부른다. 비평형상태에서 사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그물망에서 발전하는 자연스러운 패턴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소용돌이치는 대기에서 인간의 뇌까지 방대한 영역의 자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복잡계의 연구는 평형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연구이며,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임계상태와 복잡성의 관계는 진정으로 아주 간단하다. 임계상태가 도처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은 복잡계이론이 내놓은 최초의 확고한 발견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보는 또 다른 유용한 방식이 있다. 복잡계를 다루면서 물리학자들은 단순한 사실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는 역사(여기에서 역사란, 시간에 따라 변하고 현재가 과거에 영향을 받는 모든 것을 말한다.-옮긴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 물리 법칙이 궁극적으로 단순하다면, 왜 세계는 이렇게 복잡한가? 왜 생태계와 경제계는 뉴턴 법칙과 같은 단순함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 답은 한마디로, 역사 때문이다.

……

감자 조각의 무더기가 규모 불변성을 보인다는 것은, 큰 조각과 작은 조각은 단지 크기만 다를 뿐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도 지진에 대해 똑같은 의미를 가지며, 따라서 지진을 일으키는 지각의 작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진은 에너지에 대해 멱함수에 따라 분포하므로, 이 분포는 규모 불변성을 가진다. 큰 지진이라고 해서 작은 지진과 특별히 다른 원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큰 지진이라고 해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이 역설적인 함의는, 큰 지진이든 작은 지진이든 똑같은 정도의 원인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대한 지진이라고 해도 우리의 발밑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작은 흔들림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이런 결론은 다른 어떤 수학적 형태에서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멱함수라는 수학적 형태에서만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으로 볼 때, 거대한 지진의 예측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사실 지진 예측을 위한 모든 노력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을 수 있고, 지진 예측은 실제로 불가능할 것이다.

 


<참고 자료 및 관련자료>

 

위키백과 : http://en.wikipedia.org/wiki/Extinction_event

네이버 지식백과(생명과학대사전) : 대멸종

네이버 지식백과(생명과학대사전) : 배경절멸

멸종, 나쁜 유전자 때문인가 나쁜 운 때문인가 (데이빗 라우프 / 장대익 역)

대멸종 (마이클 J 벤턴 / 류운 역)

우발과 패턴(마크 뷰캐넌 / 김희봉 역 / 시공사)

제6의 멸종 (리차드 리키 / 황현숙 역)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스티븐 제이 굴드)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16470/

https://www.ted.com/talks/peter_ward_on_mass_extinctions/transcript?language=ko

https://en.wikipedia.org/wiki/Power_law

 

대멸종, 대량멸종 (Mass extin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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