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의 <인페르노>를 읽고 터키의 이스탄불의 명소 몇군데를 온라인으로 탐방해 보았다.
오스만 제국 때의 이름인 이스탄불은 도시가 형성된 기원전 660년 그리스시대에는 비잔티움(Byzantium)이라고 불렀으며 330년 콘스탄티누스가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이라고 불렀다. 1453년 술탄 메메드 2세가 이곳을 점령하면서 오스만제국의 중심적인 도시가 되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남쪽 입구에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다. 1923년까지 1,600년 동안 수도였던 이스탄불에는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오스만 제국시대에 이르는 다수의 유적들이 분포해 있다.
사진 밑의 글은 책에 나오는 글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 피렌체 탐방 : http://yellow.kr/blog/?p=3391
※ 베네치아 탐방 : http://yellow.kr/blog/?p=3429
◎ 하기아 소피아 (Hagia Sophia)
베네치아의 변절한 총독 엔리코 단돌로는 결국 베네치아에 묻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그의 유해는 그가 1202년에 정복한 요새의 한복판에 묻혀 있었다. 어떤 면에서 단돌로가 자신이 정복한 도시의 가장 장엄한 성소에 잠들어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오늘날까지도 이슬람의 찬란한 보석으로 남아 있는 바로 그 건물……
하기아 소피아였다.
서기 360년에 처음 건축된 하기아 소피아는 1204년까지 동방 정교의 교회였다가, 엔리코 단돌로와 제4차 십자군 원정대가 이 도시를 점령한 뒤에는 가톨릭 교회로 변신했다. 그러다가 15세기에 파티흐 술탄 메흐메트 2세(‘파티흐’는 터키어로 ‘정복자’를 뜻함)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후에는 사원으로 바뀌어 이슬람 성전으로 기능하다가, 1935년에 종교 색을 벗고 박물관이 되었다.
‘금박 입힌 거룩한 지혜의 무세이온.’
하기아 소피아는 산 마르코보다 더 많은 황금 타일로 장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름 자체가 말 그대로 ‘거룩한 지혜’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
‘하기아 소피아.’
그것은 건물이 아니라…… 차라리 하나의 산이었다.
비에 젖은 하기아 소피아의 거대한 실루엣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도시처럼 보였다. 거대한 은회색 중앙 돔이 주위를 둘러싼 다른 건물들 위에 턱 얹혀 있는 느낌이었다. 각각 한 개의 발코니와 뾰족한 은회색 꼭대기를 가진 네 개의 첨탑이 건물 가장자리에서 우뚝 솟아 있었는데, 중앙 돔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것들이 같은 건물의 일부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
천 년에 육박하는 세월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였던 건물, 지금도 이보다 더 큰 건물을 상상하기란 쉽지가 않다. 모처럼 이곳을 다시 찾은 랭던은 이 하기아 소피아를 완공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한발 물러서서 자랑스럽게 외쳤다는 한마디를 떠올렸다. “솔로몬, 내가 당신을 뛰어넘었소!”
흔히 이곳을 세계 8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지금 이 건물 안에 들어선 랭던도 그런 평가를 부정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랭던은 이 거대한 본당의 문턱을 넘어서며, 하기아 소피아가 방문자를 압도하는 데는 단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 엄청난 규모 때문이었다.
본당의 이 압도적인 규모는 유럽의 대성당들조차 왜소해 보이도록 만들 정도였다. 거기에는 비잔틴 양식 특유의 설계 방식이 빚어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적지 않은 몫을 한다는 사실을 랭던은 잘 알고 있었다. 실내 공간을 십자가 모양으로 분산시키기보다는 한 치의 이탈도 없이 중앙으로 집중시킴으로써 더욱 넓어 보이게 하는 이 방식은 후대의 다른 성당에도 적용된 바 있었다.
‘이 건물은 노르트담보다도 700년이나 먼저 지어졌다.’ 랭던은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본당의 너비를 가늠해본 랭던은 시선을 들어 무려 45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바닥을 내려다보는 황금색 돔을 올려다 보았다. 마흔 개의 서까래가 돔의 구심점에서 마치 햇살처럼 뻗어 나와, 둥글게 배치된 마흔 개의 아치형 창문으로 이어진 형태였다. 낮 동안에는 이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천장의 황금 타일에 박힌 유리조각에 반사되고 또 반사되어 하기아 소피아의 최고 명물이라는 ‘신비의 빛’을 만들어 냈다.
……
흔히 ‘천국 그 자체의 돔’이라 불리는 이 황금빛 둥근 지붕은 네 개의 거대한 아치로 지탱되고, 이 아치는 다시 일련의 반원형 돔과 팀파눔으로 연결된다. 이 지지물들은 여러 층의 더 작은 반원형 돔과 회랑들로 이어져, 마치 조그만 폭포가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좀 더 직접적인 통로도 있어서, 돔 꼭대기에서 직선으로 늘어뜨린 기다란 케이블들이 수많은 샹들리에를 붙잡고 있다. 이 케이블들은 아주 낮은 데까지 드리워져 키가 큰 방문객들은 혹시 머리를 찧을까 봐 몸을 웅크리게 되는데, 이것은 워낙 넓은 공간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착시 현상일 뿐이어서 실제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는 높이는 바닥에서 최소 3.5미터가 넘는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다른 성전들과 마찬가지로, 하기아 소피아의 이 어마어마한 크기는 두 가지 목적을 띠고 있다. 하나는 인간이 신을 경배하기 위해 이 정도의 정성을 쏟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신자들에 대한 일종의 충격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인 공간을 최대한 위압적으로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하고 자아의 보잘것없음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신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와 그것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점 티끌밖에 되지 않으며, 조물주의 손에 잡힌 하나의 원자에 지나지 않는다.
‘신은 무(無)에서 인간을 창조했다. 따라서 인간이 무(無)가 되기 전까지, 신은 그를 가지고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마르틴 루터는 16세기에 그런 말을 남겼지만, 그런 마음가짐 자체는 그보다 훨씬 이전의 종교 건축에도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미르사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랭던이 단돌로의 무덤을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미르사트는 그게 일종의 미끼일 거라고 생각했다. ‘단돌로의 무덤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랭던이 정말로 보고 싶은 것은 단돌로의 무덤 바로 옆에 놓인 불가사의한 보물, 디시스 모자이크(Deesis Mosaic)일 터였다. 이것은 하기아 소피아의 수많은 보물들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팬토크레이터 그리스도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었다.
이제 목표물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단돌로의 무덤.
무덤은 랭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 직사각형의 하얀 대리석이 반짝거리는 바닥에 얹혀 있고, 그 앞에는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는 줄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랭던은 재빨리 그쪽으로 달려가 바닥에 새겨진 글자를 확인했다.
헨리쿠스 단돌로
◎ 예레바탄 사라이 (Basilica Cistern)
미르사트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차들이 붐비는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쫓아가 본 신스키는 흰색과 붉은색 벽돌 건물을 발견했다. 그 건물의 문은 열려 있었고, 그 안쪽에 보이는 것은 계단인 듯싶었다.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우산을 쓴 채 기다리고 있었고, 수위처럼 보이는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모습이었다.
미르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 도시의 저수조 이름이 바로 예레바탄 사라이예요. ‘물에 잠긴 궁전’이라는 뜻이지요.”
……
안내판에는 어지간한 대성당규모의 지하 공간이 묘사되어 있었다. 길이는 거의 축구장 두 개와 맞먹고, 336개의 대리석 기둥이 3만 제곱미터가 넘는 천장을 떠받치고 있었다.
……
붉은 조명에 물든 지하 동굴은 말 그대로 지옥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 소리로 가득했다. 울부짖는 목소리, 현악기의 불협화음, 그리고 팀파니의 깊은 울림이 어우러져 지진파처럼 동굴 속에서 우르렁 거렸다.
이 지하 세계의 밑바닥은 거울처럼 잔잔하게, 그러나 뉴잉글랜드의 얼어붙은 검은 연못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별빛조차 비치지 않는 석호.’
마치 그 물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듯, 9미터 높이의 도리아식 기둥 수백 개가 끝없이 줄지어 동굴의 둥근 천장을 떠받치고 있었다. 각각의 기둥 아래에는 붉은색 스포트라이트가켜져 밑둥에서 빛이 나는 초현실적인 숲을 연상케 했고, 이것이 어둠 속으로 길게 뻗어 묘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랭던의 가슴이 사정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메두사는 그냥 쳐다보기만 한 사람도 돌로 만들어버리는, 머리카락 대신 뱀이 달린 무시무시한 괴물이었지만, 랭던은 그것이 그리스신화의 판테온에 나오는 대표적인 소닉 몬스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물에 잠긴 궁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라.
이곳의 어둠 속에……
소닉 몬스터가 기다린다…….
‘이 메두사가 길을 알려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랭던은 정신없이 통로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메두사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지그재그로 통로를 달려가는 그를 브뤼더가 간신히 뒤쫓아 왔다. 이윽고 랭던은 저수조의 오른쪽 끝을 가로막은 벽 앞의 조그만 전망대에 다다랐다.
그의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물 위로 불쑥 솟아오른 것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자리에 뱀들이 꿈틀거리는 메두사의 머리를 새긴 거대한 조각상이었는데, 더욱 끔찍한 것은 메두사의 머리가 목 위에 거꾸로 놓여 있다는 점이었다.
‘저주받은 자의 도착(倒錯).’ 랭던은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 속에서, 거꾸로 땅에 묻힌 말레볼제의 죄인들을 떠올렸다.
브뤼더가 랭던 옆으로 숨 가쁘게 달려와 난간 너머 머리가 거꾸로 달린 메두사를 당혹스러운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랭던은 여기서 기둥의 주춧돌 노릇을 하고 있는 이 메두사의 머리도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 다른 어디선가 징발한 것일까 생각했다. 머리를 거꾸로 얹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그렇게 해야 그녀의 사악한 힘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미신 때문일 터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랭던은 자꾸만 고개를 치켜드는 끔찍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단테의 <인페르노>, 마지막 피날레. 지구의 중심. 중력의 역전. 위는 아래가 된다.’
◎ 스파이스 바자르 (Spice Bazaar)
300년의 역사를 가진 이스탄불의 스파이스 바자르는 지붕이 있는 시장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L자 모양의 구조를 가진 이 거대한 건물은 둥근 천장을 가진 88개의 방에 수백 개의 상점이 들어차 있으며, 상인들은 각종 향신료와 과일, 약초를 비롯해 이스탄불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터키 특유의 캔디인 터키시 딜라이트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먹을거리를 가지고 손님들을 유혹한다.
이 시장의 입구 노릇을 하는 고딕 양식의 거대한 아치는 지제크 파자리와 타흐미스 가의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30만 명 이상이 그 아치를 지나다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