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
과학이 발전하여 ‘생명’과 관련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되었지만 생명의 본질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생명(life)’ 항목에는 생리학적, 대사적, 유전적, 생화학적, 그리고 열역학적 생명 개념을 나열하고만 있다. 이해하기도 어렵다.
여러 분야 많은 전문가들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들이 있다. 예를 들면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생명이란 단백질의 존재양식이다.”라 했고, “생명이란 제어(制御) 바로 그것이다.”는 의견도 있다.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와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의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살아있는 유기체의 진화는 비유기적 환경에서 자기조절기능을 지닌 생물권으로 변해간 지구표면의 변화에 맞춰 진행되었다 한다. 해럴드 모로비츠는 “이런 점에서 생명은 개별 유기체의 속성이 아니라 행성의 속성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전하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내용이다. 그는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라고 말한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DNA 구조가밝혀짐으로써 드디어 분자생물학 시대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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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적 생명관으로 보면, 생명체란 마이크로 부품으로 이루어진 플라스틱 조리실 장난감(프라모델), 즉 분자기계에 불과하다. 데카르트가 생각했던 기계적 생명과의 궁극적인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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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녹아웃 기술로 부품 한 종류, 한 조각을 완전히 제거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그 결함이 채워져 보완 작용이 일어나고 전체가 조화를 이루면 기능 부전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생명에는 부품을 끼워 맞춰 만드는 조립식 장난감 같은 아날로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중요한 특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뭔가 다른 다이너미즘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생물과 무생물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이 다이너미즘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동적인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문득 어느 유대인 과학자가 떠오른다. 그는 DNA 구조가 발견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루돌프 쇤하이머(Rudolf Schoenheimer). 그는 생명이 ‘동적인 평형 상태’에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힌 과학자였다. 우리가 섭취한 분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온몸으로 퍼져 잠시 잠깐 여유롭게 그곳에 머무르다 다음 순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을 증명했다. 즉 생명체인 우리 몸은 플라스틱으로 된 조립식 장난감처럼 정적인 부품으로 이루어진 분자기계가 아니라 부품 자체의 다이나믹한 흐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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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외계와는 격리된 개별적인 존재로 느낀다. 그러나 분자 차원에서는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우리들 생명체는 우연히 그곳에 밀도가 상승하고 있는 분자 ‘덩어리’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빠른 속도로 대체되고 있다. 그 흐름 자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항상 외부로부터 분자를 흡수하지 않으면 빠져나가는 분자와 수지가 맞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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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하이머는 자신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이를 ‘신체 구성성분의 동적인 상태(The dynamic state of body constituents)’라 불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생물이 살아있는 한 영양학적 요구와는 무관하게 생체고분자든 저분자 대사물질이든 모두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이란 대사의 계속적인 변화이며, 그 변화야말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이다.
새로운 생명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을 복제하는 시스템이다. DNA라는 자기 복제 분자의 발견을 계기로 우리는 생명을 그렇게 정의했다.
나선형으로 꾜여있는 두 가닥의 DNA 사슬은 서로 상대방을 상보적으로 복제함으로써 자신을 복제한다. 이리하여 지극히 안정된 형태로 DNA 분자 내부에 정보가 보존된다. 이것이 생명의 영속성을 가능하게 한다. 그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작은 조개껍데기를 주웠을 때 거기서 생명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리고 조개껍데기가 같은 장소에 같은 모양으로 흩어져 있는 자갈과는 전혀 다른 존재임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거기서 생명의 제1차적인 특징인 자기 복제를 느꼈기 때문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기 복제가 생명을 정의하는 주요 개념인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들의 생명관에는 다른 믿음이 있다. 비록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선명한 조개껍데기 장식에는 질서의 미학이 있고, 그 질서는 끊임없는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 동적인 것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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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왜일까? 슈뢰딩거의 예언을 떠올려보자. 1944년, 쇤하이머 사후 3년 만에 출판된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모든 물리 현상에서 나타나는 엔트로피(난잡함) 증대의 법칙에서 벗어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생명의 특질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그 특질을 실현시키는 생명 고유의 메커니즘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은 예외 없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성분에도 적용된다. 고분자는 산화되면서 분단된다. 집합체는 흩어지고 반응은 일정치 않다. 단백질은 손상을 입으며 성질이 변한다. 그러나 만약 결국은 붕괴하게 될 구성 성분을 일부러 미리 분해함으로써 그런 난잡함이 축적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항상 재구축을 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그 시스템은 증대하는 엔트로피를 시스템 외부로 버리는 것이 된다.
즉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스템의 내구성과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스템 자체를 흐름에 맡기는 것이다. 다시말해 흐름만이 생물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엔트로피를 배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쇤하이머가 발견한 생명의 동적인 상태(dynamic state)라는 개념을 한층 더 확장하여 동적 평형이라는 단어를 도입하고자 한다. 이 말에 대응하는 영어는 ‘다이내믹 이퀼리브리엄(dynamic equilibrium)’이다. 해변에 서있는 모래성은 그곳에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이 만들어낸 효과로서 그곳에 있는 동적인 무언가이다. 나는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무언가란 평형이다.
자기 복제를 하는 존재로 정의된 생명은, 쇤하이머의 발견에 다시 한 번 빛을 비춤으로써 다음과 같이 재정의될 수 있다.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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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백질에는 반드시 그와 상호작용을 하는 단백질이 존재한다. 두 개의 단백질은 서로 표면의 미세한 요철이 들어맞아야 결합된다. 지그소 퍼즐 조각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그소 퍼즐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결합한다. 특별한 아미노산 배열이 만들어내는 입체 구조의 기복과 플러스와 마이너스 전하의 결합, 친수성과 친수성·소수성과 소수성 등 비슷한 것끼리의 친화성 등 화학적인 여러 조건이 종합된 상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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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소 퍼즐 조각처럼 상보적인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영역은 하나의 단백질에 여럿 존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단백질에 복수의 단백질이 접근하여 결합한다. 또한 그 상보성은 지그소 퍼즐이 2차원상으로 한정되어 있는 데 반해 3차원적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단백질에 의한 상보성은 신체 곳곳에 퍼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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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동적 평형상에 있는 흐름이다. 생명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파괴되기 시작한다. 이는 생명이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생명은 끊임없이 파괴되면서도 어떻게 원래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단백질의 형태가 몸소 보여주는 상보성에 있다. 생명은 그 내부에 얽히고설킨 형태의 상보성에 의해 지탱되며 그 상보성으로 인해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동적인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관련 자료>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 : 생명
2014-04-18 양자물리학자 슈뢰딩거가 말하는 ‘기억으로서, 생명’
2008-12-01 과학난제, 생명이란 무엇인가?
2005-03-15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