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 사랑한 후에

※ 옐로우의 K-Pop : http://yellow.kr/lifeView.jsp?s=yellowKpop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위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 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 전인권 (1998년)

 

 

1987년 전인권이 들국화를 떠난 후 발표한 첫 솔로 앨범에서 히트시킨 <사랑한 후에>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영국 포크록 씬의 중요 인물 중의 하나인 알 스튜어트(Al Stewart)의 <The Palace of Versailles(베르사이유 궁전)>를 리메이크한 노래다. 가사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전인권 특유의 창법과 한 맺힌 가사, 멜로디 등으로 들국화의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전인권이 가사를 쓴 <사랑한 후에>는 가볍고 템포감이 있는 알 스튜어트의 원곡에 비해 훨씬 더 애상감 넘치는 록발라드로 재탄생했다. 원곡은 알 스튜어트가 1978년 발표한 앨범 《Time Passages》에 수록되어 있다. 클래식 기타로 만들어진 성가곡인 이 노래를 나름 대중화시킨 앨 스튜어트는 1970년대 중반쯤 ‘Year of the cat’이라는 노래로 유명해진 포크록(folk rock) 가수다.

 

<사랑한 후에>는 1988년에 나온 전인권의 솔로 앨범(전인권 3집 《전인권》)에 앞서 1987년 전인권과 허성욱이 발표한 《1979~1987 추억 들국화》 앨범에 먼저 수록되었는데, 두 버전은 편곡이 약간 다르다.

 

나는 어느 날 내 삶에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죽음의 실체를 뼈저리게 느꼈다.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현실과의 타협을 싫어하는 한학자의 아내였다. 아버지는 평생 공부하며 잘 쓴 서예, 잘 그린 그림을 병풍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다.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서예·문학 등의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판단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누가 뭐라 해도 당신께서 판단한 것에 대해선 고집을 굽히지 않으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 대해 궁금했다. 분명히 강한 분임에도,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부드러운 분을 나는 아직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도 포크적 예술가였다. 북청사자놀음의 꼭쇠를 자처하며 즐기셨다. 그러니 생활고는 모두 어머니의 몫이었다. 형님들이 돈을 번 것은 나중의 일이다.

 

어릴 때 나와 나의 작은형님은 공부하는 것보다 어머니와 놀고 싶었다. 어머니와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 보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했다. 어머니는 자식들과 먹고살기 위해 매일 새벽 6시경이면 남대문시장으로 장사를 나가셨다. 그때는 자정이면 사이렌 소리가 들렸는데 어머니는 매일 사이렌이 울리기 직전에야 돌아오셨다. 그래서 나와 작은형님은 우리 친척 중에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아주머니 손에 의해 키워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의 힘이 필요했다.

 

“에구 요것들아. 너희는 내가 없으면 고생문이 훤하다.”

 

어머니께서 자주 하시던 그 말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함경도 사람들은 “사랑한다”라는 말을 잘 안 한다.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셋째주 일요일에 딱 한 번 쉬셨다. 그러나 그것도 두세 달 만에 한 번이었다. 약속은 깨지기 일쑤. 집에 돈이 없었다. 구청은 툭하면 무허가로 지어진 우리집 지붕을 헐어버렸다. 나와 작은형님은 엄마 빽밖에 없었다. 지붕이 헐린 것을 장사를 마치고 돌아와 확인한 어머니는 우셨다. 우리도 따라 울었다.

 

우리 삼형제 중 나를 어머니는 유독 이뻐하셨다.

 

“학교 다녀오는 길에 시장으로 와라. 냉면 사줄게.”

 

어머니도 우리가 보고 싶으신 거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원래 그러면 안되지만 병원에서 ‘야매로’ 집으로 모신 어머니 앞에는 하얗게 촛불이 밝혀졌다. 나는 그때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을 목격했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하얀 방의 어머니 시신 앞에 털썩 주저앉아 “내가 미안하다. 잘 가거라. 내가 잘못했다”며 커다란 소리로 엉엉 우시는 거였다. 나도 울었다. 작은형님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늘 들어오시던 뒷문 앞에서 울었다. 동시에 큰형님은 갑자기 “어머니!” 하고 밖에서 어머니를 목놓아 부르셨다.

 

나는 그후 지독한 허무주의에 빠졌다.

 

–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1302038015

 

 

– 앨 스튜어트(Al Stewart)의 <Palace of Versailles>

 

 

– 한영애 / 나는 가수다(2012년)

 

 

– 박완규 & 전인권 / 2000년

 

 

– 전인권 / 윤도현의 MUST(2012년)

 

 

– 하동균 / 불후의 명곡(2013년)

 

 

– 1979~1987 추억 들국화

 

 

※ 가사는 다음과 같다.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 수 없어

 

나는 왜 여기 서있나

오늘밤에 수 많은 별의 기억들이

내 앞에 다시 춤을 추는데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위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 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 걸까

새벽이 내 앞에 다시 설레이는데

 


<관련자료 및 참고자료>

 

위키백과 : 들국화 (밴드)

위키백과 : 1979-1987 추억 들국화

위키백과 : 전인권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 : 전인권

네이버 지식백과(가요앨범사) : 원곡보다 더 유명해진 번안가요

전인권 – 사랑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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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전인권 – 사랑한 후에

  • 2021년 6월 23일 at 1: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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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이런 적 있나요? 어스름 어두워 지기 시작하는 초저녁 이집 저집 집 부엌에서는 밥하는 냄새와 반찬 냄새가 나고 누구의 엄마가 누구야 밥무로 온나. 하는 소리에 같이 놀던 아이들은 한명 두명 가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친구를 좀 더 붙잡기 위해 있는 아양 없는 아양 다하면서 마음 조리던 기억… 집에가면 어두운 기억, 무거운 냄새,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없는 컴컴한 방, 그런 집에 가기 싫어서 좀 더 늦게가려고 몸부림 치던 기억들. 없나요? 있나요? 이 노래 가사를 보니 저 멀리 있던 어린 시절의 가슴 시린 기억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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