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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다는 판단 너무 일찍 하지 마라, 누군가엔 쓸 데 있어”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16-10-02 12:56
조회
809
[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쓸데없다는 판단 너무 일찍 하지 마라, 누군가엔 쓸 데 있어”

http://news.joins.com/article/20645840 에서 발췌

 




질의 :
EBS 특강을 풀어쓴 『과학, 철학을 만나다』 에서 “과학의 성공은 진리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진상을 밝히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응답 :
“과학에서 진리를 밝힌다는 생각이 이번 서울인문포럼에서도 말씀드릴 문제인데 그런 문제는 종교에서 나왔다. 서양 과학의 뿌리는 종교와 같다. 이것은 동양과 다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유럽에서 현대과학을 만들었다. 그 사람들이 자연신학의 틀에서 생각을 했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 방법은 첫째 성경을 읽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자연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뜻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17세기 과학혁명기에 서양 과학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했다. 과학이 밝혀낼 것은 절대적 진리라는 생각이 거기에 들어가 있다. 제가 생각할 때 그 기본 생각을 아직도 많이 가지고 있다. 진리와 진상은 영어에서는 다 ‘truth’로 구분이 안 된다. 영미권에서 법정 증언할 때 ‘truth’를 얘기하겠다고 하는 것은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그것이 진리를 얘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과학도 진리를 밝히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학은 진리가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진리를 밝히려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양대 이상욱 교수는 ‘진상도 진리와 유사해서 장하석 교수의 뜻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해 주셨고, 그것을 고려하면 '진상'보다 '사실'이 더 적합할 듯하다.”

......

질의 :
진리란 무엇인가.

응답 :
"진리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칸트 철학의 기본이다. 이성으로서 궁극적 해답을 얻으려고 하지 말라. 인간의 이성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의 기본 메시지다. 주제넘은 짓을 하지 말라는 것. 그러나 칸트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기 때문에 이성으로 알 수 없는 것을 신앙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저같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고 살자는 것이다. 진리는 모르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거든요."

질의 :
종교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 같은데.

응답 :
"종교의 폐단도 그거다. 서로 진리라고 공격하고 전쟁하는 것. 중동의 문제도 그렇고. 그런 절대주의적 사고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과학인데 과학을 그렇게 절대주의적으로 해석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과학과 종교가 또 싸우게 되고 그런 것이다. 과학은 진리가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학문이고, 그런 과학적 사실이 있을 때 인간은 어떻게 훌륭한 삶을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윤리학이고 종교라고 본다. 다른 한편에서 종교가 사실을 가지고 얘기하려는 것도 문제다. 미국에서는 교회에서 진화론을 학교 교육 과정에 가르치지 말라는 간섭을 많이 하거든요."

......

질의 :
포퍼는 흔히 보수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응답 :
"포퍼는 열린사회를 주장했다. 그게 도리어 억압적이었던 반공주의와 연결되면서 불분명해졌다. 본래 포퍼는 모든 것을 개방적으로 하자고 했다. 과학도 항상 모든 이론은 끝까지 가설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을 계속 검증해서 틀리면 다시 가설을 세우고. 아무리 과학을 해도 확실한 것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절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없죠. 과학자는 항상 혁명적으로 살아야한다고 했다."

질의 :
포퍼와 경쟁했던 토마스 쿤은 어떤가.

응답 :
"포퍼에 반해 쿤은 사람은 혁명적으로 살 수 없다고 했다. 틀 안에서 살아야 일을 하고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혁명을 하는 것인데 너무 자주하면 안 된다고 했다."

......

질의 :
포퍼와 쿤, 두 사람이 논쟁한 이유는.

응답 :
"포퍼는 과학자는 안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론은 가설이기 때문에 항상 자기 비판을 해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과학의 임무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쿤은 기본적인 것을 토대로 하지 않으면 과학연구를 할 수도 없다는 거죠."

질의 :
그렇게 보면 쿤이 보수적인 것 같은데 종종 진보로 여겨진다.

응답 :
"그게 오해인데요. ‘과학혁명’을 얘기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기에만 집중해서 그렇다. 과학혁명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했고 또 과학이 노멀(normal)하게 갈 때는 상당히 보수적인 활동이고, 그 틀을 받아들인 후에 지엽적인 것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유하자면 쿤의 입장은 구조개편 계속하면 안 된다는 거죠. 일단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일이 되지 계속 구조개편 하면 아무 일도 안 된다는 거죠. 그게 맞는 말이고. 이게 제가 말한 상보적 과학과도 연결된다. 안정적 구조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서 무시되는 측면이 있는 데 그걸 누군가는 짚어서 생각해줘야 한다. 말하자면 일부에 편중성은 필요악이라고 나는 보는 거죠. 쿤도 그렇게 봤고, 나는 거기에 덧붙여 누군가 고려할 가치는 있다고 상보적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

질의 :
쿤과 포퍼의 논쟁 사례를 이념 갈등이 심한 우리 사회와 비교해본다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응답 :
"제가 느끼는 것은, 도식화된 좌우 이념 그런 것을 생각하지 말고 근본적인 인간의 가치관부터 토론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가치관을 세우는 방법을 놓고 현실적인 토론을 하고, 싸움도 현실적인 싸움을 해줬으면 한다. 좌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 이렇게들 얘기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꼭 좌익이라고 할 수 없다. 더 잘하자는 게 진보라면 좌익이 꼭 진보여야 하나. 쿤의 생각을 보면 진보는 보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시각 자체를 다시 정비해주었으면 좋겠다."

......

질의 :
서양철학 하면 대개 플라톤, 칸트가 떠오르는데 과학철학의 입장에서 플라톤이나 칸트의 철학은 어떻게 보는가.

응답 :
"제 개인적 입장에서 칸트 철학이 중요한 것은 인간의 한계를 얘기했기 때문이다. 인간 지식의 한계도. 저는 플라톤은 좋아하지 않는다. 절대적 진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절대적 진리를 어떻게 우리가 알 수 있는가를 대답하기 위해 기가 막힌 얘기를 만들어냈다 플라톤이. 저는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들이 그런 기막힌 얘기 만들어 내기 보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더 잘 알고 잘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




다음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일 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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