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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혁명’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경계해야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17-06-18 22:56
조회
312
[화학칼럼] ‘수소 혁명’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경계해야 (화학세계, 2016.10)|작성자 이덕환의 과학세상
http://blog.naver.com/moonjinforum/220840790905

 




‘수소 혁명’이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엔트로피」라는 책과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경영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수소 혁명」에 따르면 그렇다. 리프킨의 주장은 간단하다. 지구의 기후를 걷잡을 수 없이 변화시켜버린 20세기 석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수소가 석유 대신 인류에게 에너지를 공급해줄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한다. 이제 막 시작된 21세기에는 수소가 우리의 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 경제와 권력 구조를 재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주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무한한 자원인 수소가 앞으로 가장 진보된 친환경 자동차를 달리게 해줄 것이라는 어느 자동차 회사의 광고도 수소 혁명에 대한 우리의 환상을 키워주고 있다.

 

지천으로 흔한 원소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H)는 지구상에도 엄청난 양이 존재한다. 지구에서 수소는 산소·실리콘·알루미늄·철·칼슘소듐·마그네슘·포타슘·타이타늄에 이어 10번째로 많은 원소다. 심지어 바닷물의 10.8%가 수소다.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구성하는 핵심 원소인 탄소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양이 존재한다. 더욱이 수소는 가볍기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자의 숫자로 단연코 가장 흔한 원소임에 틀림이 없다.
수소는 산소(O)와 단단하게 결합해 물(H2O)로 변환되면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수소 1킬로그램을 산소와 결합시키면 1.47x105 kJ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같은 양의 석유 연료(프로판·뷰테인· 휘발유·등유 등)와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수소의 장점은 그뿐이 아니다. 화석 연료를 연소시킬 때 배출되어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환상적인 연료인 셈이다. 리프킨의 주장은 수소의 그런 특성을 근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주장이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일에 상당히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수소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환경 친화적 청정에너지라는 주장만으로는 수소 혁명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인류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좋은 연료를 지금까지 방치해두었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지 못했던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 문제를 외면하고 수소의 장점만 강조하는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우선 수소가 같은 질량의 석유 연료보다 훨씬 더 많은 열량을 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소는 매우 가벼운 원소다. 결국 같은 양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수소의 부피는 석유 연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스 상태로 활용하는 프로판의 경우와 비교하더라도 22배나 큰 부피의 수소가 필요하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연료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엄청난 부피의 수소를 운반하고 저장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 수소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엄청난 크기의 연료 탱크를 싣고 다니거나, 불편할 정도로 자주 수소를 충전(充塡)해야 하기 때문이다. 팔라듐과 같은 금속이나 나노 소재를 이용해서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는 있겠지만 얼마나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화학으로도 어려운 ‘환원’의 문제

그러나 정말 어려운 문제는 따로 있다.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는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가벼운 기체로 존재하는 순수한 수소는 오래전에 지구 대기권의 상층부로 올라가서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 버렸고, 지구 표면에 남아있는 수소는 산소(물)·탄소(탄화수소)·질소(암모니아)와 같은 원소와 단단하게 결합한 수소 화합물의 상태로 존재한다. 결국 수소를 활용하려면 물(H2O)이나 탄화수소(CnHm)와 같은 수소 화합물에서 화학적인 ‘환원’(還元) 과정을 통해 수소를 분리시켜야 한다. 결국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려면 단단하게 결합된 수소 화합물을 환원시켜 수소은 후에 다시 산소와 결합시켜 물을 만드는 산화(酸化)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천연가스(CH4)와 같은 탄화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미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은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되어 있다. 천연가스만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면 연료로 사용할 수소를 충분히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는 직접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화석 연료다. 굳이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수소로 전환시키는 것보다는 천연가스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더욱이 수소를 생산하고 남은 탄소도 결국에는 산화되어 이산화탄소로 대기 중에 방출될 가능성도 있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의 활용이 온실 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물이다. 천연가스와는 달리 물은 그야말로 지천으로 널려있다. 지구 표면의 70퍼센트가 바다이고, 육지에서도 물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더욱이 수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얻고 나면 다시 물이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수소 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고 물을 이용해서 수소를 만드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니다. 전기나 열을 이용하면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할 수 있다. 물을 분해시키는 과학적인 방법은 충분히 알려져 있다. 전기를 이용하려면 물에 적당한 전해질을 넣어주고, 열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아이오딘화포타슘(KI)과 같은 물질을 촉매로 사용하면 된다.

 

진짜 문제는 물을 분해해서 얻은 수소를 다시 연소시켜서 물로 되돌려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열역학에서는 그런 변화를 ‘순환과정’(cycle)이라고 한다. 한 곳에서 출발해서 변환을 거듭하다가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열역학에 따르면, 순환과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에서 에너지가 유입되어야만 한다. ‘우주에는 공짜가 없다’는 열역학의 가장 강력한 원칙이다. 그런 법칙은 아무도 어길 수가 없다.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도 순환과정을 일으킬 수 있는 ‘영구운동장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열역학 제1법칙이다.

 

결국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시켰다가 다시 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가 수소를 연소시켜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보다 클 수밖에 없다. 어떤 방법으로 물을 분해시키는지는 상관이 없다. 결국 물을 분해시켜서 얻은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은 열역학적으로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물을 분해한 수소를 사용할수록 물을 분해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을 분해해서 생산한 수소를 쓸수록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에 의한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된다.

 

수소는 에너지 전달물질

그렇다고 수소 에너지가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현대 문명은 우리의 에너지 소비를 전제로 한다. 우리의 에너지 소비는 필연적으로 오염을 발생시킨다. 화석 연료의 사용에서는 매연, 일산화탄소, 질소 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에 의한 환경 파괴를 피할 수가 없다. 예외는 없다. 모든 에너지 소비에는 오염과 사고의 위험이 수반된다. 그런 오염은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도시에서 더욱 심각해진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는 에너지 소비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만약 수소의 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하는 적자의 폭이 대도시의 환경 오염을 해결하는 비용보다 적을 경우에는 수소 에너지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그렇게 생산한 수소를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대도시까지 운반해서 사용함으로써 대도시의 오염 문제를 줄일 수 있게 된다면 수소 에너지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수소를 생산하는 지역의 오염은 굳이 비용을 들여서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수소를 대도시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비용도 충분히 저렴해야만 한다. 그리고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그런 전제가 만족되지 않은 경우에는 물을 이용한 수소 에너지는 엄청난 낭비만 초래하게 될 뿐이다.

 

수소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원자력이 등장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대도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엄청나고, 그런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수소의 양도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대도시에서 소비하는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도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보다도 더 많은 양의 열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많은 양의 열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원자력뿐이다. 그러나 원자력을 이용해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전기는 수소 생산에 소비하는 것보다 직접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 전기 자체가 청정 에너지이고, 전기를 대도시로 공급하는 것이 기체 상태의 수소를 운반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저렴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시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수소로 전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소가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도 진실이 아니다. 수소를 활용하는 방법은 수소를 산소와 함께 직접 연소시켜서 열을 발생시키는 방법과 연료전지(fuel cell)를 통해서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수소를 직접 연소시킬 경우에는 상당한 양의 물이 수증기나 액체 형태로 환경에 배출된다. 수소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렇게 배출된 물이 환경에 영향을 주게 된다.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황산과 같은 맹독성 전해질이 대량으로 필요하게 된다. 연료전지에서 만들어지는 물에서 그런 전해질을 분리해내는 일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결국 수소가 우리의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꿈의 에너지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수소 에너지의 정체와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경우에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수소 혁명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전체 1

  • 2017-12-29 06:47
    결국 원자력이 짱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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