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의 게시판

‘무기팔이 외교’의 불편함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19-03-07 21:47
조회
3078
“지금이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아직 최악은 아닌 것이다.”

오늘날의 프랑스 외교는, 『리어왕』의 이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하락행진을 거듭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끝날 무렵, 많은 이들이 프랑스의 외교는 땅에 떨어졌다고들 말했다.(1) 희망을 놓지 않은 일부는 최후의 일격을 기대하기도 했다. 결국,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은 유럽 국가들을 경시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조약 준수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프랑스라고 해서 북대서양 조약 기구를 탈퇴함으로써 대러시아 제재 정책을 거부하지 못할 이유가, 또한 60년 전 드골 장군이 꿈꿨던 『대서양에서 우랄산맥까지의 유럽』을 구상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어르신들’로 불리는 백악관 참모진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베네수엘라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대통령 공석을 명분으로 자국의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를 인정하는 뜻을 밝힘으로써 프랑스는 다시금 미국을 추종하는 외교를 펼친 셈이 됐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식량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 배임, 제재, 폭력으로 점철된 베네수엘라의 현 상황은 점점 더 극으로 치닫고 있다.(2) 게다가 권력에 대항하거나, 정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누구도 철창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정치적 해법이, 서로 정면충돌하는 상황은 국면전환을 더욱 어렵게 한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지도자들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선례를 잊었을 리는 만무하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재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지만, 결국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고, 설상가상으로 2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프랑스의 이번 결정은 정통성 없는 정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프랑스 자체의 외교 입장에 어긋날 뿐 아니라, 프랑스가 미국의 선동정책에 일조하게 되는 결과를 빚었다. 후안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을 자청하기까지의 과정에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과 엘리엇 에이브럼스(1면 기사 참조)와 같은 미국 초강경파 인물들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과이도에게 미국이 그를 인정할 계획임을 알린 시점은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 선언을 감행하기 직전이었다.(3)

1월 24일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 가벼운 마음으로 이집트 카이로를 찾은 그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을 만나 프랑스의 전투무기 판매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적과 시위대 6만여 명을 투옥하는 데 앞장섰으며, 대선에서 국민 투표로 당선된 전임자를 권좌에서 몰아내 사형선고를 내린 인물이다. 프랑스가 외교에 있어 덕망을 앞세우고 있다지만, 과연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으랴?



글·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출처 :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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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옐로우의 게시판

  • 2022년 8월 12일 at 1: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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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은 뭐하는분인데 이런블로그 하세요? 너무 전문적이어서 개인블로그 아닌것같은데 무튼 사이트 잘 쓰고갑니다 너무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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