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게시판

찬란한 마야 문명 멸망으로 이끈 범인은 ‘가뭄’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18-08-20 09:48
조회
288
중세 온난기의 비극

지난 8월 2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미국 플로리다대학 공동연구팀은 마야문명의 멸망 원인이 당시 발생한 심각한 가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첨단 컴퓨터 기법으로 호수에 쌓인 침전물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해 과거의 기후를 추정해낸 것. 마야문명의 멸망 원인은 그간 고고학계 최고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기원전 2500년경부터 시작된 마야문명은 현재의 멕시코 남부에서 과테말라, 유카탄반도 등 중앙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번성한 고대문명이다. 8세기만 해도 인구가 1500만명이나 되었고 기원전 500년경부터 상형문자를 만들어 석판에 글을 쓸 정도로 앞선 문명을 자랑했다. 또 관개시설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으며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설할 정도로 건축학도 발달했었다. 숫자 0을 최초로 사용한 것도 마야인들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9세기 말 마야인들은 갑자기 연기처럼 증발했다. 전쟁의 흔적도, 다른 곳으로 이동한 흔적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들의 멸망 원인을 놓고 숱한 추측이 돌았다. 반란이나 전염병, 땅의 침강, 인구 증가 등 다양한 설이 등장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었다.

이번의 공동연구팀은 가뭄의 증거로 마야문명의 발원지인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위치한 치칸카납(Chichancanab)호수 바닥의 침전물을 지목했다. 호수 바닥에 형성된 석고 성분과 산소 동위원소를 조사한 뒤 그것을 통해 당시 날씨의 변화를 추적한 것.

산소 원자 중에는 중성자가 두 개 더 많은 무거운 원자가 가벼운 것과 섞여 있다. 가뭄이 들면 가벼운 원자가 많이 증발해 호수 물에는 무거운 산소 원자가 더 많이 남는다. 석고의 증거도 마찬가지. 석고는 황이 호수 바닥에 침전되면서 생기는데, 가뭄으로 호수의 고인 물이 줄면 소금 성분이 날아가고 황산칼슘이 남는다.

공동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이 지역에 가장 가뭄이 심했던 시기가 800~1000년 사이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의 강우량은 평소보다 41~54%, 심지어 70%까지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 호수의 침전물을 분석한 결과 무거운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높았다. 또한 침전물의 깊이에 따라 석고 농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이는 9세기 말 마야문명이 붕괴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결국 9세기 초부터 시작된 심각한 가뭄이 마침내 거대한 호수의 바닥을 드러내게 하면서 마야문명이 파멸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기후학자들은 이 시기의 기후를 ‘중세온난기’라고 부른다. 이 무렵 온난한 기후가 지속된 것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는 등 이상 기후로 요동쳤다. 그렇게 급격히 변한 기후는 농경 중심 사회였던 마야문명에 치명타를 입혔을 가능성이 크다. 땅이 메말라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서 심각한 식량 위기를 맞았을 테고, 암석의 부식현상이 잇달아 발생해 건축물이 붕괴되어 도시는 황폐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농경 시스템의 약화로 왕의 신성한 권위도 함께 약화돼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끼리 치르는 정복 전쟁이 빈번해졌을 것이다.

농경이 발달하고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왕의 권력 강화를 의미한다. 당시 왕은 번영을 가져오는 비를 내리게 하는 사람으로 추앙받았다. 결국 오랜 기간 이어진 가혹한 가뭄이 극심한 생활고를 낳았고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져 마야문명이 몰락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번 논문 선임저자인 닉 에반스 박사의 설명이다.

마야제국의 황폐해진 도시는 울창한 밀림에 뒤덮여서 19세기까지 묻혀 있었다. 고고학자들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묻혀 있었을지 모를 역사다. 마야문명이 가뭄 때문에 멸망했다는 주장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부터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가뭄설을 주장해왔다.

2003년 스위스의 하우크 박사 연구팀 역시 유카탄반도 근처 바닷속 퇴적물을 조사한 뒤 가뭄 때문에 마야문명이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의 육지에는 티타늄(Ti) 성분이 많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온 해에는 바닷속 퇴적물에 육지에서 흘러들어간 티타늄이 많고, 가뭄이 든 해에는 퇴적물의 티타늄 양이 줄어든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760년, 810년, 860년 그리고 910년에 극심한 가뭄이 3~6년 계속되었음을 밝혔고 이러한 가뭄이 마야문명을 붕괴시켰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 내용은 2003년 3월 14일자 ‘사이언스’에 발표되었다.

2012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도 마야문명의 멸망 원인을 삼림 훼손으로 인한 가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같은 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스위스 연방기술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 또한 마야문명 멸망 원인이 가뭄이라고 해석했다. 마야문명 발상지인 멕시코 일대 동굴의 석순에서 강수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00~1000년간 중앙아메리카의 기후는 기복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마야문명이 절정을 이뤘던 시기에는 강수량이 많았지만 이후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멸망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가뭄설

2014년에도 미국 라이스대학 연구팀의 가뭄설이 제기되었다. 라이스대학의 앙드레 드록슬러 교수에 따르면 약 100년간에 걸친 지독한 가뭄이 마야문명을 멸망시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카탄반도 남쪽의 벨리즈에 위치한 해저동굴 ‘그레이트 블루홀’의 침전물을 분석해 마야문명의 멸망을 알려주는 단서를 얻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 구멍인 ‘그레이트 블루홀’의 각 침전물 층은 수세기에 걸친 기후 변화 과정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연구팀은 ‘기록의 보고’와도 같은 블루홀 속 침전물을 조사하여 800~900년 사이 극심한 가뭄으로 강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시기가 마야문명의 쇠퇴기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는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소개됐다.

이처럼 마야문명의 멸망이 기상이변 탓이라는 설이 유력하다면, 지구 환경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현재의 인간 활동도 마야문명 멸망을 재연시킬 수 있다. 요즘 지속되는 폭염이 던지는 이상기후 묵시록이 그 경고일지 모른다.

 

- 출처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5211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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