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치솟는 천연가스, 올 가을이 고비 (2022-08-25)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2-08-27 12:18
조회
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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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천연가스, 올 가을이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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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잭슨홀 미팅이 너무 중요합니다.
그것을 오늘의 주제로 하고 싶었지만, 이 방송이 나가는 시기에 이미 지난 뉴스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오늘은 대신 최근 변동성이 커지는 천연가스에 대한 전망을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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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월요일 시작부터 S&P 기준 2% 넘는 하락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랜 시간 시장을 압박하던 <금리>와 <물가>라는 악재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고, 어지간한 변화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던 시장이 돌연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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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시작은 독일의 살인적 물가지표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생산자 물가가 5.3%로 발표되면서, 물가 상승이 피크아웃된 것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전년 동기대비로도 5.3%라면 감당이 어려운 수치잖아요?
놀랍게도, 5.3%는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니라 지난 달 대비 수치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37.2%나 치솟으면서 시장에서는 그냥 평범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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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물가 급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전기요금의 급등이었어요.
독일의 전력 가격은 백만 와트 당 537유로까지 치솟았는데요, 당연히 역사적 최고가입니다.
발전 단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천연가스가 급등했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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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천연 가스 가격을 브렌트유로 환산한다면 배럴당 300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까지 상승한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도달했던 가격까지 올랐다는 건데요...
당시 시장은 유가의 동반 상승과 함께 물가의 상승을 이끌었었기 때문에 이제 천연가스의 수요가 커지는 겨울이 오면 또 다시 고물가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지난 월요일부터 시작된 공포의 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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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이 가지고 계신 근거 없는 공포를 깨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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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독일의 생산자 물가가 파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전기요금이 급등했기 때문이라는 점과 천연가스 급등이 전기 요금을 오르게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여기까지는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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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천연가스 가격이 가을을 지나면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만 입증해드리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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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장에서는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기는 천연가스 이외에 경유나 원자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지만 난방은 거의 천연가스 이외에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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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3일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의견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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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트스트림을 통해 유입되는 천연가스는 정상 물량의 20%까지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작 3일 정도의 수리기간이 전체 수급을 흔들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도 오르고 아시아도 오르는데요, 이건 노르트 스트림 1에 대한 중단 소식이 나오기 전부터 상승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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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을 올린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수온 상승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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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많이 쓰이던 것이 원전과 천연가스, 그리고 석탄 석유였잖아요?
물론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들은 제외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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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중에서 원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죠.
독일은 원전을 반대해왔지만, 반대로 프랑스는 원전에 찬성해왔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수 많은 원전들이 왕성하게 돌아갔고, 원전을 통해 만들어지는 저렴한 전력은 주변 국가들에게 수출까지 해왔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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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원전은 냉각수의 원할한 공급을 위해서 주로 해변이나 강가에 위치하는데요, 프랑스의 원전도 주로 하천 주변에 많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럽은 사하라 사막의 고온 건조한 열풍이 북상하면서 500년래 최악의 가뭄이 진행 중이죠.
하천의 수온이 오르고 심지어 일부 지역의 경우 바닥까지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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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게는 <온배수 규제>라는 게 있습니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생긴 규제인데요, 하천의 수온이 일정 수준 위로 오르면 냉각수로 활용할 수가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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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수라는 게 과열을 식히는 게 목적이잖아요?
원전을 통과한 물은 온도가 상승하는데요, 수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고온의 온배수를 방출한다면 하천에 서식하던 물고기들은 몽땅 매운탕이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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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원전들이 줄줄이 가동 중단되면서 주변국들로의 전기 수출이 중단되었다면, 독일은 결손된 전력 수급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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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일찌감치 원전을 포기했었으니 남아 있는 방법은 당장 화석연료에 기대는 수 밖에 없었을겁니다.
실제로, 화석연료 발전으로 상당 부분 전환을 시키고 있는데요, 혹시 발전소에서 휘발유를 쓴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하셨지요?
주로 경유로 터빈을 돌리는데요, 최근 주유소에 가보시면 경유가격이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천연가스 터빈도 더 많이 돌릴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 흐름이 최근까지 천연가스와 경유 등의 화석연료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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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화불단행이라고, 고온현상은 결국 물류비용까지 급등시켰습니다.
내륙 해운 운송의 80%를 차지하는 라인강의 수위가 가뭄으로 인해 하락하는 바람에 큰 배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거든요.
수위가 낮아져서 작은 배로 나르려다보니 인건비는 물론이고 운송비 등의 물류비마저 치솟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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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들 마음에 두려움을 준 독일의 생산자 물가 지수 급등은 러시아 때문이라기 보다는 최근에 일어난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가 더 큰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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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곧 9월입니다.
북반구에 가을이 시작되면 하천의 수온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한 낮에는 중단되었던 하천 주변의 원전들은 다시 가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가을비가 내려 라인강의 수위가 오르면, 천연가스 가격과 경유 가격도 하락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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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이후, 천연가스의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바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이란의 핵협상 타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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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란과 미국은 그간 핵 협상에서 크게 세 가지 쟁점을 놓고 대치해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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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가 혁명수비대(IRGC)의 외국 테러 조직(FTO) 지정 철회였습니다.
두번째는 미국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핵협상을 탈퇴하지 않는다는 연대보증이었구요.
세번째는 이란 내 미확인 장소에서 핵물질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서 IAEA의 조사를 중단하라는 요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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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세 가지 조건 모두 수용하기가 어려운 사항이었습니다.
우선 이란은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합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거점으로 한 무장 조직인데요, 지금도 이스라엘 쪽으로 미사일을 날리고 있잖아요.
하마스는 뭐 말할 것도 없지요.
만약 이란의 혁명 수비대를 테러 지원 단체 지정에서 철회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간의 사이가 서먹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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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국이, 다시는 핵협상을 임의로 탈퇴하지 않는다는 보증서를 써 준다는 것도 참 웃기는 일입니다.
어쨌거나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테러지원 단체로 남아 있는데, 보증서를 써준다는 것은 테러리스트에게 보증서를 써준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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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입장을 바꾸어서, 이란의 입장에서 본다면 두 가지 조건 모두 거래의 전제 조건이어야만 했을 겁니다.
이미 거론해드렸듯이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국군입니다.
한 나라의 정규군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나라와 뭔가 계약서를 쓴다는 것은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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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계약을 뒤집지 않는다는 보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상은 좌파와 우파....둘로 갈려 있기 때문입니다.
좌파는 예술성과 창의력을 가졌고, 우파는 성실성과 근면성을 가집니다.
실제로 위대한 예술가 중에서 우파를 찾아보기 힘들고, 위대한 기업가들 중에 좌파를 찾아보기 힘들죠.
문제는 이들이 서로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국경, 종교, 인종 불문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우파는 은근히 일본을 좋아하고 중국을 싫어하잖아요?
좌파는 그 반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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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서도 좌파는 이란이고 우파는 수니라고 했는데요, 미국에서도 공화당이 집권할 때면 이란에 대한 압박은 더 커져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보증을 원하는 이란 입장도 이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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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권이 바뀌어서 트럼프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어느 날 갑자기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 어렵게 만들어 놓은 핵협상을 또다시 뒤 엎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란이 가진 핵을 깔끔하게 포기하려면 그 계약을 보증할만한 연대보증서가 필요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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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남은 쟁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미확인 핵물질 관련 쟁점인데요, 앞서 거론해드렸던 두 가지 쟁점이 워낙 넘기 힘든 산이라서, 두 가지만 잘 해결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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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나씩 양보를 했겠지요.
그럼, 이란과 미국은 어느 것을 취하고 어느 것을 양보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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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습니다만...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은 EU의 최종 중재안에 대한 답변 제출 기한이었던 지난 15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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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쟁점 세 가지 중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미국이 융통성을 보였다.
미국이 구두로 유연함을 보였지만, 이를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것은 미국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국가 원수 말만으로는 보증이 될수 없다.
이들 이견을 모두 좁힌다면 우리는 타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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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원했다는 것이죠?
3개의 항목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 중 딱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어렵게 만든 핵 협상이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다시 깨져버리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게 중요했을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CNN 방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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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최종 중재 안에 대한 답변서에서 이란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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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무슬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이익보다 형제의 피입니다.
아무리 핵협상이 잘 마무리 되고 이란의 경제 봉쇄가 풀리더라도 헤즈볼라나 혹은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무 자르듯이 딱 끊어버릴 수도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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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지금 당장 혁명 수비대에 대한 테러리스트 지정이 철회된다고 해보죠.
어느 날 헤즈볼라의 전사가 이란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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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나를 진정 버릴 셈인가?" 라고 했는데...
"미안하네 친구...핵협상 이후 이란은 테러리스트 지원 단체로부터 빠졌으니까 이제 다른 형제를 찾아보게나..."라고 할 수 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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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안된다면 그냥 쿨~~하게 테러리스트 지원 단체로 남아 있는 게 어쩌면 나을 수도 있을 겁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더라도 숨어서 몰래 하지 않고, 그냥 떳떳하게 지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공인된 테러 지원 단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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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직은 모든 게 상상에 불과합니다만, 이 협상은 사실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타결 가능성은 크다는 생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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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에게는 러시아와의 협상보다는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탈피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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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카타르와 미국, 러시아와 함께 천연가스 4대 생산자에 속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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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천연가스는 유통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란의 석유는 미국의 봉쇄 중에도 일부 반출이 가능했었거든요.
하지만 가스는 수송이 쉽지 않습니다.
일단 액화 시켜야 하고 다시 기화시킬 수 있는 설비가 수출입자 모두에게 갖추어져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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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동에는 천연가스 대국 카타르가 있다지만 이미 최대 물량을 수출 중에 있었기 때문에 증산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결국, 미국의 봉쇄 기간 중에 잘 봉인되어 있던 이란의 천연 가스만이 러시아 산 천연가스의 결손을 커버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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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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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한 악재라고 해도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무디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연준의 과격해지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내성이 생기기 시작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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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초부터 주가는 제법 강하게 하락했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악재와는 전혀 새로운 악재가 생겼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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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인한, 유럽 전기 요금의 급등, 물류비 급등, 등이 유럽 경제의 중심인 독일의 생산자 물가를 무려 37.2%나 끌어 올렸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새롭게 생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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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다시 유로화를 패리티 아래로 추락시키면서 달러를 강세로 밀어 올렸고, 달러의 강세는 다시 안전자산의 선호 심리를 끌어 올렸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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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온 현상은 이제 9월이 되면서 점차 시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뜻한 공기가 찬공기를 밀어낼 때에는 낮고 넓은 구름이 형성되어 비를 내리지만, 찬 공기가 따뜻한 공기를 밀어낼 때에는 매우 높은 구름이 형성되기 때문에 국지성 호우를 부릅니다.
여름 장마보다 가을 장마가 더 무서운 이유죠.
유럽의 지독한 가뭄도 가을이 되면서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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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주목해야할 것은 이란 핵협상인데요,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란이 혁명 수비대에 대한 테러리스트 지정 철회를 포기하고 미국이 이란과의 포괄적 핵협상에 대한 신뢰도를 보강해줄 수 있다면 급등하던 천연가스 가격을 찍어 누를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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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장은 주초부터 강하게 조정을 보였지만, 이 조정은 구조적 문제가 아닌 시간적 문제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키울만한 조정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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