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순해질 수 밖에 없는 물가 (2023-02-24)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3-02-25 10:40
조회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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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해질 수 밖에 없는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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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연준은 450BP나 기준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제약적 통화 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이었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였지요.
오히려 신규고용자수는 51.7만명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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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활동의 위축도 거의 없었습니다.
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3.0% 상승하면서 22개월래 최대폭 증가하는 모습이었죠.
예상치를 넘어서는 경제 지표들의 발표가 이어지면서, 결국 연준의 행동이 더욱 거칠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무렵...
미국의 1월 물가 지표들이 발표됩니다.
CPI, 즉 생산자 물가지수는 헤드라인 기준으로 6.4%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는 것을 인식시켰고, 그로부터 이틀 후 발표된 PPI는 거의 폭력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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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물가 지표가 발표된 직후, 채권 시장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죠.
특히, 연준의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는 미국채 2년물 금리는 물가 지표 발표 이후, 계속 올라서 수요일 새벽 현재 4.72%까지 치솟았습니다.
소비자 물가 지수 발표 직후에 터미널 금리가 5.25~5.5%에 이를 확률이 52%까지 상승시켰고, 생산자 물가지수가 발표 직후에는 58%까지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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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FF에서는 3월에 금리가 50BP 인상될 것이라는 확률마저 반영되기 시작했는데요, 수요일 새벽 기준 50bp 인상 확률은 24%까지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생산자 물가 지수는 소비자 물가에 비해 선행성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당분간 소비자 물가 지수가 진정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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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금리 상승이었다면 주가는 속락했었는데요, 왠일인지, 아직은 주가의 낙폭이 크지 않습니다.
오늘은 물가지표에 대한 세부항목을 고찰해보고, 물가로 인해 금리가 속등했음에도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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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대략 3가지 요인 때문이었습니다.
에너지 가격과 주거비, 그리고 서비스 물가 때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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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부터 자세히 뜯어볼 생각입니다만 오늘은 에너지 가격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우선, 유가에 대한 전망이 지금은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서구의 제재에 대항하기 위해서 3월부터 하루 50만 배럴의 추가 감산 조치를 발표했는데요, 이에 대해 사우디를 포함한 OPEC+의 이해 관계가 매우 복잡합니다.
게다가 미국은 전략 비축유를 4월부터 방출하기로 했기 때문에 호재와 악재가 서로 상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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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령 유가가 좀 오른다고 해도 지금은 위태로운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유가의 영향력까지 굳이 따져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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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론...
유가가 상승하면 CPI에 영향을 주기는 하죠.
하지만 자동차 연료비가 CPI 바스켓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에 불과한데다가 현재 세계 합산 GDP를 고려할 때, 유가는 배럴 당 90달러까지는 거의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 이상으로 오른 다음에나 유가에 대한 걱정을 할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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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임대료>와 <서비스 물가>에 대한 부분만 좀 더 집중적으로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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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역시, 인플레이션을 세 개의 영역으로 구분해서 설명한 바 있었는데요...
첫째가, <핵심 재화> 둘째가 <임대료>, 셋째가 <서비스 물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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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재화> 부문은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빠르게 안정되던 부문이었습니다.
바이러스 쇼크와 미/중간의 무역 전쟁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고조되었던 국제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해소되기 시작했거든요.
실제로 해상 운임이 안정되면서 핵심 재화 부문에서의 디스인플레이션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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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CPI발표에서는 그동안 디스인플레이션을 이끌어 왔던 상품 가격이 다시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겁니다.
의류 가격이 전월대비 0.8% 급등했고, 의료품도 +1.1%나 상승했습니다.
더불어 선행지수인 중고차 도매 가격이 반등한 점을 보면 2월 중 중고차 가격도 상승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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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핵심 재화> 부문의 물가 상승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12월의 북극 한파 때문에 너무도 많은 소비가 1월로 몰렸었거든요.
예를 들어 1월의 소매 판매 데이터를 보면 전월 대비 무려 3%나 증가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니고 전월 대비입니다.
12월 내내 움츠리고 있다가 이연되었던 소비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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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임대료>부문을 보겠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여러 차례 거론해드렸듯이 임대료는 Sticky 항목입니다.
일단 추세가 형성되면 끈적끈적해서 잘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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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보세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화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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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금리가 올랐으니 월세 올려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잖아요?
일단 임대차 계약을 하면 그 계약 기간 동안에는 배타적인 권리를 갖기 때문에 매매 가격 둔화가 임대료 둔화로 연결되는 시차는 매우 길게 유지됩니다.
아주 짧아야 1년, 길게는 1년 반 정도의 시차가 생기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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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좀 더 지연효과가 커지는 게 관찰되고 있는데요, 제 생각이 맞다면 임대료는 올해 6월~10월이 되면 둔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임대료>는여전히 CPI물가를 높은 수준으로 이끄는, 위력적이고 걱정이 되는 항목이라지만 하반기가 되면 저절로 둔화될 예정이라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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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임대료 제외 서비스> 부문을 고민해보겠습니다.
파월 의장이 최근 들어 가장 중요시 하는 부문이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이었는데요, 이것 역시 다시 반등을 시작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파월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만큼 그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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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이냐구요?
1970~80년대에 있었던 것처럼, 거의 잡았다고 생각했던 물가가 다시 큰 폭으로 오르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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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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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고용이 양호한 가운데 디스인플레이션이 느리게 진행되면 경제 전체의 실질 소득은 늘어나게 됩니다.
물가 효과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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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인플레이션 속에서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재차 늘어나게 되고 이어 경기 확장이 연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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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당연히 상승하게 됩니다.
이는 곧 <부의 효과>로 이어져 더 큰 소비를 이끌게 되고 경기는 재차 팽창하면서 물가 역시 큰 폭으로 재상승하게 됩니다.
마치 큰 불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잔불이 확산되어 더 큰 산불로 퍼지는 경우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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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물가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재차 금리 인상을 서두르게 되는데요, 지난 1970~80년대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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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월가의 대표 이코노미스트 중에 한 명인 <토르스텐 슬록>은 지난 주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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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진행된다면 약 5%의 인플레가 길게 유지될 위험이 상당하다."라고 주장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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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최근 파월은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통과했다는 점에 대해서 인정하는 발언을 했었잖아요?
그런데, 지난 주에 발표된 잔혹한 두 개의 물가 지표를 보고는 어떤 생각을 했겠습니까?
다시 1970~80년대처럼 다 잡은 물가가 다시 재상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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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은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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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정책의 부족로부터 생기는 실패보다는 지나침으로 인한 실수가 더 낫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1970년대 <아서번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당연히 금리를 더 올려서 조기 진화를 하고 싶었을테고, 그런 이유가 수요일 새벽 기준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3.956%까지 끌어 올렸던 것이죠.
이는 넉달만에 최고치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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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까요?
지금이라도 모두 팔아 버릴까요?
10년물이 마디지수인 4%를 넘어선다면 하락폭이 제법 커질 수도 있습니다.
아주 숙련된 트레이더라면 매도 후 재매수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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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매 기법이 완성되지 못한 초보 투자자라면 매도 없이 보유를 권고드립니다.
조정 폭이 깊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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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저는 파월이 그렇게나 걱정하면서 주시하고 있는 ,<임대료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가 6월이 지나면서 피크아웃 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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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미 시장은 금리에 둔감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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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입증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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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파월의 걱정거리인 서비스 물가가 6월~9월이면 꺾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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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제외 서비스 물가의 상승 요인은 3가지입니다.
첫째, 바이러스 쇼크 이후의 조기 퇴직
둘째, 막대한 보조금과 저축률
셋째, 타이틀 4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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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쇼크로 인해 조기 퇴직한 사람들은 일터로 되 돌아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이니만큼, 논외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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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둘째와 셋째 항목인데요, 이들은 시차를 두고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미국은 어마무지한 수준의 보조금을 뿌렸었지요?
자신이 수령하던 주급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보조금을 주었으니 일터에 나가고 싶은 욕구를 아예 틀어 막아 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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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급여 소득자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저축 계정에 두고 이를 소비하고 있었는데요, 작년 말 기준 개인들이 보유한 초과 저축액은 1조 3000억 달러였습니다.
최고치 대비 절반까지 하락하는데의 시간을 계산하면 대략 올 9~10월을 전후로 초과 저축액은 모두 소진될 공산이 큽니다.
저축이 모두 소진되기 전에 일터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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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42는 불법 이민자들을 자국 내에서 추방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법안입니다.
미국은 홀 서빙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 남미로부터 공급되었었는데요, 타이틀 42로 공급을 틀어막고 거기에 더해 연간 40만명의 불법 취업자들을 추방하게 되면서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올라갑니다.
아무리 금리를 끌어 올려도 꿈쩍도 하지 않고 상승만 거듭하고 있는 서비스 물가의 가장 큰 이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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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미 의회에서는 이 법안에 대한 철폐 시기를 논의한 바 있습니다.
목표 시한은 5월 11일 전후인데요, 만약 예정대로 철폐 된다면 끊어졌던 남미로부터의 값싼 노동력 공급이 재개될 수 있고 저임금 분야에서의 급여 수준은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5월 이후에는 징그럽게도 내려가지 않던 급여가 하락하고, 실업률은 반대로 오르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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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매도하지 않아도 되는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금리에 대한 민감도의 둔화입니다.
작년 내내 금리는 우리를 심하게 괴롭혀 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익숙했던 것들과의 결별을 준비해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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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개의 잔혹한 물가 지표가 채권 시장을 뒤 흔들면서 2년물 금리가 50BP나 상승했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5% 내외의 터미널 금리 수준을 5.25~5.5%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이상하게도 주가는 큰 조정이 없습니다.
작년 같았더라면 이 정도의 금리 변화에 주가는 당연히 속락했을텐데 말이죠.
특히나, 올 2월들어서는 주가와 금리간의 역상관 관계가 대부분 깨진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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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미래를 6개월 이상 먼저 반영시키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6월~9월 안에 물가가 꺾일 수 있다는 점, 이제 연준의 목표 금리가 곧 터미널 금리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들이 모두 주가에 선 반영되기 시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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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주식 시장만 금리에 둔감해진 것은 아닙니다.
2년물 금리가 짧은 기간 동안 50BP나 상승했는데요, EMBI+ 스프레드는 큰 움직임 조차 없었습니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차별도 사라졌습니다.
금리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거래소 대비 코스닥의 선전이 지속되고 있으니까요.
위험자산의 말단에 위치한 가상 자산의 변동성마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 전반에 걸쳐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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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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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지표가 시장 심리를 뒤 흔들었지만, 저는 오히려 작은 희망을 봅니다.
미국 CPI는 전년동기 대비 6.4% 상승했고, PPI는 전년동기 대비 6%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었지요?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 물가가 생산자 물가를 넘어섰다는 말인데요, 이건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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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소비자 물가보다 생산자물가의 상승 속도가 높아지면, 기업들의 비용 전가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고 결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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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로, 소비자 물가가 더 높다면 아무리 물가 상승이 가파르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모두 전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가가 어지간하게 올라도 기업들의 이익은 증가하고 경기 침체에 이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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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 마저도 6~9월이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혹여, 5~6월까지도 금리 인상은 이어질 수 있겠습니다만, 그로 인한 조정이 설령 있더라도 그 폭은 깊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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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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