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미국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 (2023-03-09)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3-03-11 16:25
조회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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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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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 가지의 의문점을 풀어보려 합니다.
첫번째 의문점은 다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미국 경기가 여전히 꺾이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번째 의문점은 미 금리가 과연 5.5% 이상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와의 금리 차이로 인해 자본의 역류 현상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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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풀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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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유명 하우스들의 시장 전망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도 비관론을 유지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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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은 더 매파적인 시나리오를 점차 가격에 반영해왔으나 주식 시장은 덜 그래왔으며, 상대적으로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범위의 상단에 있다.
현재의 실질 금리 수준에서 S&P500지수의 멀티플이 2.5배 이상 고평가된 상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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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은 주식시장에 현재와 같은 높은 금리가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4가지를 꼽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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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수요 파괴입니다.
더 높은 금리가 주택, 자동차, 재량 서비스 등에 대한 신용 관련 기업의 수요 감소를 촉발할 것이라는 얘기죠.
금리가 오르면 자동차 등 신용으로 구매할 부채 부담이 늘어나 관련 구매가 줄어든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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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기업의 수익 악화입니다.
더 높은 금리가 소비자들의 소비를 둔화시키면서 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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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기업 자체의 레버리지 비용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의 부채 이자 비용이 상승해서 수익을 감소시키고 투자를 제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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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금리가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신용 전망이 악화하면 기업들은 신용 손실까지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주택 관련 대출을 내준 은행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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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의 전략가 역시, <희박한 공기 속으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서 투자자들에게 매도를 또 다시 권고했습니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다가 죽은 12명의 등산가에 대한 <존 크라카우어>의 베스트셀러 제목인데요, 책에서는 데스존(death zone)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산소 압력이 충분치 않아서 장시간 생명을 유지하기가 힘든 고도를 데스존이라고 하는데요, 주로 하산하다가 환각 상태에 빠지는 등 사고 조난을 당하게 되는 위험한 곳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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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윌슨은, 현재 증시를 데스 존에 비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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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어지러운 높이까지 주가를 따라갔다.
유동성(산소통)이 투자자들을 가면 안 되며 오래 머물 수 없는 곳까지 오르게 했다.
이들은 탐욕 때문에 궁극의 정상을 추구하며 오른다.
자신들은 무사히 하산할 수 있으며 재앙적 결과는 없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마침내 산소가 바닥이 나면, 위험을 무시한 사람들이 다치게 된다.
증시가 10월에 상승하기 시작했을 때는 PER이 15배수, 증시 리스크 프리미엄이 270bp로 밸류에이션이 많이 낮았다.
그러나 12월에는 PER이 18배수, 리스크 프리미엄이 225bp로 공기가 희박해지기 시작했다.
작년 마지막 주 동안 데스존에서 더 나아간 다수의 ‘등산가’를 잃었다.
하지만 2023년이 시작됐고, 생존한 등산가들이 정상을 향해 또다시 오르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가장 투기적인 종목들이 주도하는 더욱 위험한 루트였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멈추고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뒤따를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 있었다.
투자자들이 더 빠르고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갖고 얘기하게 되었다.
더 높은 지점에 이르자, 이제는 ‘노랜딩(no landing)’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데스 존에서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있다고 믿는다.
이제 PER이 18.6배수이고 리스크 프리미엄은 155BP수준까지 내려왔다.
2009년부터 시작된 유동성이 이끈 장기 강세장 중에서 지금이 공기가 가장 희박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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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존에서는 갖가지 환각 상태에 빠질 수 있는데요,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는 말이죠.
그의 주장이 오싹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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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분들의 분석을 존중합니다.
조금 장황하게 말씀을 드렸지만 결국 채권 대비 주가가 너무 높다는 겁니다.
마이크 윌슨과 JP모건은 무위험 채권 수익률이 5%나 되는 상황에서 누가 과연 위험 자산인 주식을 사겠느냐는 것입니다.
마침 파월이 의회 증언에서 50BP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제 의견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PER이 18.6배수이고, 증시 리스크 프리미엄이 155bp라고 언급한 부분부터 제 생각과 다른 점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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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리스크 프리미엄은 어찌 구할까요?
향후 1년 동안의 S&P기업들의 주당 순익에 대한 월가의 평균 추정치는 222달러 정도 됩니다.(씨티는 216 달러 추정)
이것을 지난 주말 S&P500 지수 종가로 나누면 5.6%가 나오죠?
요게 안전한 채권 투자를 포기하고 주식에 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소위 <기대 수익률(Expected return)>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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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무위험 이자율, 그러니까...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인 3.95%를 빼면 대략 1.65% 정도가 나옵니다.
1.65%는 부도 위험이 제로인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가격 하락의 위험이 있는 주식 시장에 투자했을 때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입니다.
다른 말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하죠.
말 그대로 리스크를 떠 안는데 대한 댓가, 즉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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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이게 문제라는 겁니다.
여러분 같으면 절대로 부도나지 않는 3.95%짜리 미 국채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고작 165BP 남짓 더 준다는 이유로 위험 자산인 주식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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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정상적인 스테이지라면 고작 연간 1.65% 더 먹자고 위험을 감수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주식 시장이 채권에 비해 고평가 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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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여기에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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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회사의 이익은 실질이 아닌 명목이라는 점이죠.
물가 효과로 인해 물가 급등기에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높은 이익이 나오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입증해드렸었지요?
작년에 내내 주가가 하락했었지만 딱 실적 발표가 진행되는 실적 시즌에는 주가가 반등을 시도했었다는 점도 증거 자료로 첨부해 드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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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고물가 시대라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6.4%입니다.
반면에 10년 물 수익률은 3.95%죠.
이건 무위험 수익률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확실한 손실률이라고 해야겠지요.
국채를 매수하는 순간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반드시 연간 2.4% 내외의 손실이 확정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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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식은 하락할 수도 있는 위험 자산입니다.
하지만 인플레 헤징에는 채권에 비해 월등한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저라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반드시 손실을 보는 쪽보다는...
손실 볼 수도 있지만 물가 헤지가 가능한 주식을 선택할 겁니다.
심지어 리스크 프리미엄이 제로까지 하락한다고 해도 저는 단연코 채권보다는 주식을 매수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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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번 째 의문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금통위의 결정을 걱정합니다.
미국은 기준 금리가 4.75%인데, 우리나라는 3.5%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한국은행이 심각한 실수를 범했다는 주장도 자주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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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금리는 명목보다는 실질이 더 중요합니다.
현재 미국 소비자 물가가 6.4%였죠?
기준 금리는 4.75%이므로 실질 금리는 -1.65%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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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4.8%였구요.
현재 싯점에서 기준 금리는 3.5%이므로, 실질 금리는 -1.3%입니다.
오히려 미국에 비해 실질 금리는 35BP정도 우리가 더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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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질 금리가 높다고 자본 환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고려되어야만 하는데요, 두 나라 간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화폐의 보유가치 즉, 예금 금리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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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대략 3.8% 정도 되는 것 같더군요.(하나은행 기준 최고 금리)
놀랍게도 미국은 예금 금리가 아직도 0.4%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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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또 등장시켜야만 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조망친의원이죠.
그가 미국의 GDP규모를 획시적으로 키울 수 있는 인프라 투자 법안을 날려버렸기 때문에 미국은 GDP 대비 과잉 유동성이 날뛰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과잉 유동성이 예금 금리를 낮추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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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과잉 유동성을 흡출해내기 위해서 역레포 기구를 두고 있다는 말씀을 지난 해 여름부터 드렸었는데요, 최근 좀 감소하기는 했어도 아직 2조 달러나 역레포 기구에 시중 자금이 몰려들 만큼 과잉 유동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금리는 곧 돈의 보유 가치를 의미하는데요, 굳이 금리를 더 쳐주지 않아도 시장에 유동성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준 금리가 솟구쳐도 예금 금리는 좀처럼 따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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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건을 재구성해보죠.
아시다시피 미국은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찍어냈습니다.
그래서 물가가 치솟고 있죠.
만약 이 상태에서 경기마저 후퇴하면요?
매우 위험한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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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스테그플레이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요, 단순한 물가 상승은 금리 조절을 통해서 얼마든지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과 함께 경기 침체가 오게 되면,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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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입니다만, 미 정부는 물가가 계속 오르더라도 미 경제를 침체에 빠뜨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침체에 빠뜨리지 않는 방법은 소비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겁니다.
소비만 줄지 않으면 기업들의 이익도 유지되고 GDP가 쪼그라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소비를 줄지 않게 하려면, 소비자들에게 또 다시 공짜 돈을 안겨줘야만 합니다.
어떤 방법이든 소비자들에게 돈만 전달될 수 있다면 미국은 위험천만한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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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이러스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공짜 돈을 국민들에게 뿌릴 리가 없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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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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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연율화한 미국의 개인 소득은 작년 12월 대비 0.6%인 1,300억 달러 증가했습니다.
이 중 급여소득의 증분이 1,200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전 소득은 3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파악됩니다만 이전소득을 자세히 들이다보면,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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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준 이전소득 중에서 사회 보장급여가 전월대비 1,100억달러 증가하고 기타항목이 1,200억달러 감소하면서 총 20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우선 기타 항목이 감소한 것은 2021년 시행됐던 미국구조계획(the American Rescue Plan)이 끝나가면서 세액공제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세액 공제가 사라진만큼 미국의 소비자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하잖아요?
그럼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겠죠?
가처분 소득이 감소한 것을 그냥 둘 경우, 소비가 위축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보장급여로 부족한 부분을 알게 모르게 채워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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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회 보장 급여는 전월대비 무려 9.0%나 증가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니라 전월 대비입니다
전체 증분은 무려 1,100억달러로 급여소득 증분에 버금가는 엄청난 금액을 또 다시 소비자들 손에 직접 쥐어준 겁니다.
사유로 제시된 것이, 매년 조정되는 생활 물가 조정분을 들었는데요, 생활 물가가 8.7% 올랐기 때문에 9% 올려줬다는 취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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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꽁으로 돈을 받게 되면 주로 흥청망청 쓰게 되는데요, 실제로 숙박 예약 플랫폼인 부킹 홀딩스, 에어비엔비, 크루즈 기업인 로얄 캐리비언 등은 올 초 예약이 이미 2019년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서비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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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민 가고 싶은 마음이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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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렇게나 돈을 마구 마구 쥐어주니, 개인들 주머니에는 돈이 여전히 넘쳐납니다.
아직도 초과 저축이 1조 3000억 달러나 될 정도로 말이죠.
그러니 여간해서는 소비가 감소하지 않습니다.
또한,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서 정기 예금 금리도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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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처음으로 돌아가보죠.
JP모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하여 수요 파괴가 일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수요 파괴는 돈을 무한정 풀고 있는 미국 정부가 뒷배로 존재하는 한 걱정할 요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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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소비가 지속되는 한, 기업의 수익도 악화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매출이 조금만 늘어도 이자 비용의 증가는 충분히 커버되고도 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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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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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하면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떠날 것이라고 한걱정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명목 금리 차이에 의해서만 자본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네 금리가 동결되고 미국의 금리가 5.5% 이상으로 오른다 해도 그들은 우리 시장을 떠나지 못할 겁니다.
그들이 우리 시장에 남아 있는 이유는 의리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미국에서는 돈에 대한 보유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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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국이 이렇게나 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나빠지지 않는 이유도 설명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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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금리를 이 정도로 급하게 올리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미국의 경기는 요절이 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금리를 올려주면서 이전소득 등을 덩달아 올려주고 있으니, 소비자들의 소비가 위축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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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난 시간에도 거론해드렸듯이 주가가 조정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주가는 결국 유동성의 함수인데요, 미국에서 현재 M2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시장이 매우 위험한 지경에 빠졌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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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파월이 터미널 금리 상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주가가 조정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깊은 조정 보다는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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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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