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질문에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 1933. 4.24 ~ 2015. 7. 9)는 『멸종 – 불량 유전자 탓인가, 불운 때문인가?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모두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세계, 그것의 역사, 그리고 그것의 미래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만화, 수업, 텔레비전 시트콤 등 매우 다양한 출처에서 나온 이런 생각들은 우리 문화의 집합적인 태도를 대표한다.
모든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 가운데 하나는 지구가 살기에 매우 안전하고 호의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 지진, 허리케인, 그리고 전염병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지구는 안정적이다. 지구는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으며 계절은 예측 가능하고 해는 계획대로 뜨고 진다.
지구라는 행성에 대해 우리가 이렇듯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대개 생명이 35억 년 동안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존재해왔다는 확신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자연 세계의 대부분의 변화가 느리고 점진적이라고 배워왔다. 종은 영겁의 세월을 거치면서 매우 작은 걸음으로 진화한다. 침식과 풍화작용이 경관을 바꾸긴 하지만 거의 측정이 안 될 정도의 느린 속도로 변형시킨다. 대륙도 이동하긴 하지만, 북미 대륙이 유럽에서 멀어지는 속도는 1년에 몇 센티미터 정도로 측정되며, 이는 우리의 삶과 우리 아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실인가? 아니면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한가? 더 이상의 것들이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거 거의 모든 종들은 살아남는데 실패했다. 만약 그들이 점진적으로 조용하게 죽어갔다면 그리고 그들이 어떤 열세에 놓였기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면, 지구에 대한 우리의 좋은 느낌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급작스럽게 사라졌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죽어갔다면 우리 행성은 그렇게 안전한 장소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