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P. I. Tchaikovsky)의 교향곡 제6번 「비창(Pathétique)」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자, 음악사에서 가장 강렬한 정서적 울림을 지닌 작품 중 하나이다. 1893년에 작곡되었으며, 초연 후 불과 9일 만에 차이코프스키가 사망하면서 더욱 깊은 비극성과 신비성을 띠게 되었다.
아래의 오자와 세이지(Seiji Ozawa)가 2008년에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을 지휘한 카라얀 탄생 100주년 추모 공연은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오자와의 연주는 므라빈스키의 강철 같은 엄격함과 카라얀의 탐미적인 아름다움 사이에서, 베를린 필이 가진 힘과 오자와의 동양적 감수성이 더해진 새로운 차원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6번 「비창」은 그의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교향곡이자, 인간의 내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1893년에 작곡된 이 곡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었으며, 초연 후 불과 며칠 뒤 작곡가가 세상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유언과도 같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은 「비창」을 단순한 교향곡이 아니라, 차이코프스키 자신의 삶과 고뇌를 투영한 음악적 고백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부제인 ‘비창(Pathétique)’은 차이코프스키의 동생 모데스트가 제안한 것으로, 슬픔과 비애, 그리고 격정적인 감정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교향곡 전반에는 낭만주의적 정서가 극단까지 밀어붙여진 감정의 흐름이 일관되게 이어진다. 특히 이 곡은 전통적인 교향곡 형식을 따르면서도, 감정의 전개 방식과 결말에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점에서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제1악장은 낮고 어두운 도입부로 시작해 점차 격렬한 감정의 폭발로 나아간다. 불안과 갈망, 절망이 교차하는 이 악장은 작품 전체의 정서적 방향을 제시하며,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극적인 선율과 관현악 기법이 집약되어 있다. 이어지는 제2악장은 5/4박자의 독특한 왈츠로, 겉으로는 우아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미묘하게 어긋난 리듬 속에서 불안과 슬픔이 은근히 배어 나온다. 이 비틀린 아름다움은 「비창」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제3악장은 행진곡풍의 힘찬 리듬과 고조되는 에너지로 청중을 압도한다. 종종 이 악장이 마지막처럼 느껴질 만큼 화려하고 역동적이지만, 이러한 고양감은 곧바로 반전된다. 교향곡의 진정한 결말은 제4악장에서 찾아오는데, 이 느리고 침잠하는 악장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Adagio lamentoso’라는 표제처럼, 음악은 애도와 체념의 정서를 담아 점점 소멸하듯 끝나며, 듣는 이에게 깊은 여운과 침묵을 남긴다.
이처럼 교향곡 제6번 「비창」은 밝은 승리나 환희로 마무리되는 기존 교향곡의 관습을 거부하고, 비극과 허무 속에서 조용히 막을 내린다. 이러한 구조는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정서적 극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존재와 삶의 끝에 대한 성찰을 음악으로 표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비창」은 단순히 슬픈 음악을 넘어,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의 내면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남긴 가장 진솔한 음악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
# 예프게니 므라빈스키 (Yevgeny Mravinsky) /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1960년, DG)
‘비창’을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불멸의 명반이다. 러시아 본토의 거칠면서도 정교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낭만적인 감상에 젖기보다는, 칼같이 예리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곡의 비극성을 건조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한다.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 베를린 필하모닉, 1971년, EMI
카라얀은 이 곡을 여러 번 녹음했는데, 70년대 녹음이 가장 대중적이고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베를린 필의 두터운 현악기 소리가 주는 풍성함과 매끄러운 아름다움이 극대화되어 있다. 슬픔조차도 너무나 아름답게 들리게 만드는 연주이다.
# 테오도르 쿠렌치스 (Teodor Currentzis) / 무지카 에테르나 (2017년, Sony)
최근 클래식 계에서 가장 핫한 지휘자의 녹음이다. 기존의 관습을 깨고 템포와 셈여림을 극단적으로 조절하여 소름 돋는 긴장감을 준다. “이 곡이 이렇게 들릴 수도 있구나”라는 충격을 주는 현대적인 명반이다.
# Chitose Okashiro 피아노
# 3악장 : 유자 왕(Yuja Wang) 피아노
# 4악장 : 에밀 에나우모프(Emile Naoumoff) 피아노
# 1악장 : 톨스토이 원작,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안나 카레니나’ 주제음악

# 관련 자료
Pyotr Ilyich Tchaikovsky – Wikipedia
Symphony No. 6 (Tchaikovsky)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