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채권 시장의 이상 징후들 (2023-0714)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3-07-14 16:59
조회
481
.
채권 시장의 이상 징후들
.
우리나라와 미국의 채권 시장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양국이 공히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데요,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거나 혹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거나, 혹은 시장 위험이 커질 때에도 금리는 상승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 싯점에서 이런 교과서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시장 위험이 커지면서 금리가 올랐다면 달러가 덩달아 상승해야하는데요, 금리가 24BP 이상 상승하는 동안 달러는 오히려 -0.6% 하락했으니까요.
.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독 7월 들어서 금리가 속등하기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한국과 미국의 장기 금리가 속등하기 시작한 각각의 이유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미국부터 가보죠.
.
7 월 들어 미국의 국채 금리가 또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수요일 새벽에는 다시 4% 아래로 내려가기는 했습니다만, 최근 들어 4%를 자주 넘나들고 있습니다.
SVB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 기록했던 금리가 4.056%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SVB 사태라면, 미 국채 시장에 강한 수급적 이슈를 만들던 시기였습니다.
각각의 지방은행들이 뱅크런에 대응하기 위해서 이른바 <매도가능 증권> 계정에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는 반대로 급등했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당시의 수준까지 장기 금리가 폭등했다는 말입니다.
.
장기 금리가 높아지다보니, 시장에서는 또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SVB 사태같은 것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죠.
.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 비례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하락하죠.
나름 안전 자산이라고 생각해서 현금성 유동자산으로서 미 국채를 잔뜩 담아두었던 은행들이 금리가 오르면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가치가 속락했고, 결국 지방 은행들의 연쇄 부도 사태를 만든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금리가 이미 SVB사태 만큼 상승했다면 똑 같은 위기가 다시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 되니까요.
.
하지만 그건 기우라는 생각입니다.
지난 3월과 같은 위기는 다시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미국의 연준이 완벽에 가까운 안전장치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입니다.
.
기억들 나시죠?
BTFP... 그러니까 <은행 기간 대출 프로그램>이라는 창구를 설치했는데요, 은행들은 국채를 BTFP에 맡기고 금리가 오르기 전의 국채 가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SVB사태의 근본 원인은, 만원 짜리 국채가 9000원까지 하락하면서 자본 잠식에 빠지게 되었고 그로 인한 뱅크런이 문제를 만들었던 것이잖아요?
하지만 현재 가격이 빠져서 9000원 밖에 안되는 것을 담보로 맡기고 1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으니 위기는 원천 봉쇄된 겁니다.
저는 당시에 BTFP가 발표되자마자, 사실상 미국의 은행 위기는 종결되었다고 선언한 바 있었죠.
.
지금도 BTFP는 가동 중에 있기 때문에 뱅크런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은행들에게 닥칠 유동성 위험은 없습니다.
실제로 은행권들의 CDS 프리미엄은 매우 고요한 편이죠.
.
그렇다면 더욱 궁금해지죠?
도대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가요?
왜 갑자기 10년물이 이렇게 까지 급하게 상승을 하는 걸까요?
.
일각에서는 미국의 채무 한도가 연장되고나서 재무부의 현금 비축 수요로 인한 채권의 초과 공급이 가격 하락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죠?
재무부의 채권 발행이 금리 상승의 진짜 원인이라면 단기 금리가 더 많이 올라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기채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재무부의 채권 발행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저는, 물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천천히 하락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중국 위주의 공급망이 좀 더 다변화되는 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
2018년 이전까지는 세계화의 세상이었습니다.
중국에서 공산품을 가장 싸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질 좋은 의약품을 가장 싸게 만들 수 있었죠.
우리나라는 반도체가 강점입니다.
이처럼, 어느 나라든 가장 싸게 가장 우수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 하나만 만들어도 무역을 통해 풍요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지금은 탈 세계화의 세상입니다.
코로나 19 위기 때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그자, 세계인들은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공급망 충격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하네스와 같은 매우 단순한 부품 하나만 공급이 안되어도 전체 자동차 공정이 중단되어야만 했으니까요.
.
이후로 주요 부품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벤더를 다양화시키자는 생각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부품 조달 가격이 다소 오르더라도 똑 같은 실수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죠.
당연히 제품 가격은 더욱 비싸질 수밖에 없었고, 물가는 좀 더 끈질기게 저항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핵심 CPI기준으로 4% 대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낮출 수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상당 기간에 걸쳐 높은 수준의 물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내년 연초부터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의 생각도 수정되어야만 했고, 미국의 10년물 금리에는 이런 탈 세계화의 그림자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
증거 자료를 제시해보겠습니다.
.
첫번째 증거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2년물에 비해서 10년물의 움직임이 훨씬 더 가파르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2년물 금리에는 연준의 생각이 더 많이 반영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2년물보다는 10년물의 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면, 현재의 시장 금리 상승이 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금리의 높은 수준이 좀 더 오랜 시간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죠.
.
둘째, OIS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1년 뒤 기준 금리 전망을 보면, 금리 인하의 기대치가 빠르게 소멸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150bp 인하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만, 이것이 6월 말에는 80bp까지 급격하게 하락했고, 현재는 70bp 언더로 빠르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금리가 4% 전후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저물고, 4.75% 주변에서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죠.
.
소결하자면...
시장에서는, 미국의 장기 금리가 급상승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분분한데요, 저는 중국 위주의 공급망이 다양화되면서 물가에 대한 장기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금리는 7월에 한 차례 더 오를 것이며 그렇게 오른 금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천천히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이 장기 금리에 반영 되기 시작한 것이죠.
.
그럼 이번에는 한국 채권 시장으로 와보겠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채권 금리가 속등하기 시작했는데요, 그것도 7월 들어 집중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좀 다른 이유 때문인 것 같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수급적 이슈가 좀 더 크게 반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아시다시피, 현재 새마을금고의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작년말 3.6%였던 것이 올 6월 말에는 평균 6.2%까지 속등했으니까요.
최근에는 일부 새마을 금고에서 PF 대출 부실로 인한 합병 절차가 시작되기도 했었죠?
그러다보니, 새마을 금고 전반의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빠르게 부각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는 지난 주말까지 우리네 증시가 유별나게 약세를 보이고 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
새마을 금고의 연체율이 급증하기 시작한 이유는 PF 대출 때문입니다.
PF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약자인데요, 원칙적으로 모든 대출에는 담보가 있습니다만, PF는 담보가 없습니다.
사업 계획을 보고 미래의 현금 흐름에 투자식 대출해주는 선진 금융의 형태니까요.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담보물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선진 금융기법에 능통한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것이죠.
기대할 수 있는 수익과 그를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위험의 크기를 정확하게 배분하고 스스로 불필요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매우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투자라는 말이죠.
.
하지만, 아쉽게도 새마을 금고는 그런 전문성을 갖춘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새마을 금고는 행정안전부 소속이기 때문에 PF에 대한 대출 결정을 내릴 때, 검증을 받을만한 제재 기관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자체적으로 외부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아 검증을 받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모든 절차상의 문제가 투명하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
물론, 이들을 총괄하는 새마을금고 중앙회 회장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마저도 사실상 유명무실하죠.
단위 금고가 추천한 대의원이 선거로 회장을 뽑는데요, 이렇게 해서 선출된 회장이 개별 단위 금고에 대해 원칙에 따라 엄격하고 면밀히 감독하고 모든 투자를 관리한다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래서 만약 잘못하고 있다고 치죠.
표를 얻어야 차기 회장이 될 수 있는데, 단위 금고를 제대로 징계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새마을 금고는 애시당초 부실 대출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말이죠.
.
그런 와중에 새마을 금고에서 뱅크런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새마을 금고는 요구불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서 유동성의 추가 확보가 절실해졌고, 이를 위해 대규모로 <매도가능 증권> 계정에 있던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죠?
얼마 전 미국의 SVB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말인데요, 종금은 7월 들어서만 무려 4조 6000억원 상당의 채권을 순매도했습니다.
.
채권은 만기 보유 전략에서는 손실이 이론적으로 없습니다.
하지만, 중도 매도를 할 경우, 손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금리가 올라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채권의 중도 매도는 손실이 생깁니다.
그럼 만기까지 들고가면 될 꺼 아니냐구요?
그러고 싶지만 뱅크런이 문제입니다.
고객이 요구하면 돈을 내줘야 하는데요, 돈이 없으니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매각 즉시, 채권 매각차손이 발생합니다.
금융업은 자산 대비 자본금이 작기 때문에 약간의 손실로도 자본 잠식에 이를 수 있습니다.
.
요기까지만 말씀드려도 대략의 답이 나오죠?
지금 우리네 국채 금리가 빠르게 치솟고 있는 이유말입니다.
.
어쨌거나 현금성 자산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채권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유동성 선확보 차원에서의 보유하고 있던 이른바 <매도가능 증권>을 처분하고 있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채권 가격이 속락하고 금리는 상승하고 있는 것이죠.
.
또한, 이는 최근 반도체 등 기술주들이 한 템포 쉬어갔던 원인이기도 합니다.
주야장천 우리네 전기 전자에게 큰 애착을 보여왔던 외국인들이, 갑자기 돌아서서 전기전자를 매도하기 시작한 싯점과 딱 들어맞습니다.
.
다행이도...
정부는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하고 필요 시 정부 차입을 통한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숫자만 보면 이론적으로는 아직 괜찮아 보입니다.
상환 준비금으로 약 13조 3,600억원, 그 외 현금성 자산을 약 77조원 보유 중이라는 발표가 있었는데요, 여기에서 상환 준비금은 일종에 지급 준비금과 비슷합니다.
현금성 자산은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 자산을 의미합니다.
상당 부분 국채로 이루어져 있죠.
뿐만아니라, 실질적 행동도 있었는데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지난 주말 이후 각각 새마을금고의 RP 매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새마을금고 단기 유동성 지원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구요, 각 은행은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국고채, 통화안정증권 등을 담보로 RP 매입 계약을 맺어 유동성을 지원하게 된 겁니다.
은행별 RP 매입 규모는 5000억~2조원 선에서 결정되었고, 이를 통해 약 6조원 안팎의 유동성이 새마을금고에 지원될 수 있었습니다.
화요일부터 우리 증시가 강세로 전환되기 시작한 결정적 이유가 되지요.
.
정부의 조치로 인해 이탈되었던 예적금이 재 예치되는 등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SVB사태에서 보셨듯이 멀쩡한 회사도 뱅크런이 진행되면서 문제를 발생시켰었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이 더 중요하죠.
뱅크런이 발생하고 수신 업무가 마비되면, 대출도 안되기 때문에 어차피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씀은 지난 SBV사태 때 자세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
정부 차원의 많은 조치들이 있었지만 단지 유동성 보강 조치로 모든 위험을 지울 수 있을 지는 함부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도 대형 은행들이 중소형 지방 은행의 위기 때 거액의 예금 예치 등 유동성 보강 조치를 했었습니다만 잠시 반짝 좋아졌을 뿐, 뱅크런은 재개되었고 결국 피합병되는 수순을 겪어왔었으니까요.
일단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만,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부족하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면, 연준의 BTFP처럼 매우 과감한 정책이 추가로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
물론 부실한 새마을 금고를 무조건 모두 살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중대한 과오가 있었다면 합병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큰 잘못 없이 함께 위기에 빠진 새마을 금고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
결론을 말씀드리죠.
미국과 한국 양국의 장기 금리가 7월 들어 속등 중입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의 원인은 전혀 다릅니다.
.
미국은 핵심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장기 금리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금리는 오르고 있지만 주로 장기채 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달러도 안정적이고 딱히 안전 자산 선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록 금리가 속등하고 있지만 그다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리 상승에는 수급적 이슈와 안전에 대한 선호 현상이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특히, 지난 해부터 지속되어왔던 PF문제가 또 다시 말썽인데요, 구조적으로 취약한 고리인 새마을 금고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고, 요구불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서 매도 가능증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채권 금리가 속등했다는 생각입니다.
.
주초, 정부의 유동성 보강 대책이 있었기 때문에, 새마을 금고에서 예금 인출이 거부되는 상황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뱅크런이 다시 시작된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금융 당국의 좀 더 과감하고 빠른 대책이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
.
하나금융투자 CLUB 1WM 금융센터 박문환 이사(샤프슈터)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