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미국은 역사상 최고가라는데... (2023-12-21)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3-12-25 10:09
조회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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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역사상 최고가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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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중간 부분이 좀 어렵습니다.
좀 어렵다 싶으시면 서론과 결론만 읽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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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증시는 역사적 신고가는 커녕, 올해 최고가도 경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미 증시는 역사적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그보다 앞서 독일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먼저 찍었구요.
우리 증시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다는 이유,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주요 공장들의 해외 이전, 인구의 감소 등 때문에 다소 올해는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우리를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올해 대부분의 증시가 매우 좋았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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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올해 미 증시가 이렇게까지 좋을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심지어, 역사적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향후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가장 중심적 의견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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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대다수의 월가 분석가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어쨌거나 전문가들은 자신의 고객들에게 그럴듯한 이유는 제시해야만 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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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라더니, 주가는 너무 강하네요?"
라고 물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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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모르죠~"라고 답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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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고민했을 겁니다.
그, 고민 끝에 찾아낸 이유가 고작..."SVB 사태와 추가 유동성의 공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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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킹> 전 씨티그룹 전략가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QT를 통해서 연준의 대차대조표 크기가 축소되고 있지만, 사실 중앙은행들이 은행 준비금 확장을 허용해서 시장과 경제에 투입될 수 있는 자본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작은 양적완화가 재개되면서,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가 상승의 이유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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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경제나 기업 이익 전망이 그닥 좋지 않았어도...주가가 상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준비금의 증가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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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벌써부터 앞뒤가 좀 맞지 않는 것 같죠?
분명 연준은 QT, 즉 양적 긴축 중에 있습니다.
매달 연준 자산을 최대 950억 달러 씩 털어내면서, 시장 유동성을 말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적 완화와 양적 긴축을 동시에 했다는 말인데, 이건 마치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동시에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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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에 대해 <매트 킹>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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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 연준이 작년에 채권 자산을 9조 달러에서 7.8조 달러까지 줄인 사실이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건 축소된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아니라, 미국의 은행 시스템 내 준비금이 1월 이후로 5천 억 달러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연준의 데이터에 의하면, 4월 이후로 역레포에서만 1조 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증시를 지지하는 유동성 물결은 지난해 후반부터 시작됐는데, 이는 딱 S&P 500 지수가 2022년 10월에 바닥을 친 시점과 비슷하다.
실리콘밸리뱅크가 파산하자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움직인 것이다.
더 최근에는 연준의 역레포 프로그램의 자금 유출이 주요 동력이 되었다.
미니 양적 완화는 준비금 형태로 새로운 자금을 만들어 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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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서 양적 긴축을 하는 과정에서도 시장 유동성은 증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SVB사태가 터지면서 연준은 양적 긴축을 하면서도 은행 지준을 늘렸고, 그 때문에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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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부분도 많이 이상하죠?
SVB사태는 미국에 국한된 사건이었는데, 왜 주가는 독일이 먼저 역사적 신고가를 찍었을까요?
설마 독일에서도 SVB와 같은 사태가 있었고, 분데스방크가 양적 완화를 했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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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 좋은데요... 결론부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상승 동력인 역레포는 거의 소진 단계에 있거든요.
역레포 자금이 제로가 되면, 주가는 상승을 접고 하강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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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장에서는 매트 킹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분석가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나마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골드만삭스그룹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었으니까요.
이들은 역레포와 TGA(재무부일반계정)의 자금 유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위의 매트 킹의 보고서보다는 조금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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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들어 10일간 미국 유동성 확대라는 최근의 추세가 지속됐는데 역레포와 TGA가 이를 주도했다.
올해 지역은행 섹터의 자금 조달 압박에 뒤따른, 미국의 정책 충격 완화가 미치는 시간차 영향도 있다.
결과적으로, 연말로 가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위험 자산 퍼포먼스와 타이트한 신용 스프레드를 지지할 것이다.
12월 첫째 주에만 은행 준비금이 약 500억 달러 순증했다.
재무부가 채권 발행 계획(역레포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을 업데이트하는 1월까지는 이 추세가 계속 증시를 지지할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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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차 영향이라는 건...지역 은행 사태 때 돈을 풀었지만 지금에서야 주가가 오른다는 겁니다.
또한 최근 준비금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TGA 계획과 역레포와 관련되어 있고 1월까지는 증시가 상승할 수 있다...뭐 이런 이야기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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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이걸 제대로 설명드리자면 역레포시장에 대한 설명부터 먼저 드려야겠군요.
꽤 오래 전에 이 방송을 통해서 역레포 기관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 지를 설명드렸었습니다.
연준에서는 인프라 구축 법안이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알고 무한정 돈을 찍어냈었지만, 결국 조망친 의원의 반대로 법안이 예상치 못하게 뽀개져버렸고, 결국 남아 돌아가는 시장 유동성을 처리하기 위해서 역레포 기관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저의 주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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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나시지요?
연준의 노인들이 무려 5조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머리 위에 이고 있다는 표현을 해가면서 설명을 드렸던 것 말입니다.
만약 역레포를 가동하지 않았더라면, 심각하게 남아도는 잉여 유동성들이 물가를 공격해서 급한 물가 상승을 만들 수도 있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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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연준의 역레포 잔액이, 최근 들어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적어도 한 두 분기 안에 제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위에서 거론해드렸던 매트 킹의 주장이 맞다면 역레포 잔액이 제로가 되면 증시의 상승도 멈추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또한 그리 된다면 시장 지준이 감소해서 QT를 중단해야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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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가정도 제 마음에 들지않습니다.
우선 RRP(역레포) 기관은 시장의 남아도는 유동성을 정리하기 위해서 만든 기관입니다.
당시 비정상적인 잉여 유동성을 흡출해내기 위한 목적이었고, 역레포 기관에 돈이 쌓여 있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입니다.
지금은 지극히 비정상인 상황에서 정상으로 회귀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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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죠.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당연히 자산과 부채로 구성됩니다.
자산에는 QT대상물, 그러니까 MBS와 미 국채가 있구요, 부채 계정에는 재무부 현금계정(TGA)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 그리고 역레포입니다.
TGA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연준의 QT가 지속될수록 지준금이나 혹은 역레포가 감소하는 구조라는 말이죠.
셋 중 하나가 감소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역레포가 되겠지요?
시장의 지준은 일단 논외로 하고 TGA 계정의 현금을 줄일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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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지난 6월 부채 협상이 타결된 이후, QT가 진행되는 동안 연준이 들고 있던 미 국채가 대략 4000억 달러가 감소했고, MBS는 1000억 달러가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6000억 달러의 TGA계정 증가가 있었죠.
부채 협상이 타결되기 전에는 재무부가 돈을 축적할 수 없었지만 그 이후에는 빠르게 빈 곳간을 채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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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의 지급 준비금 역시 3000억 달러의 증가가 있었기 때문에, 줄어야하는 곳은 오로지 역레포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역레포에서만 고스란히 1조 4000억 달러의 감소가 있었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일 뿐, 역레포가 줄어든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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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만간 금리가 떨어진다는 소식에 MMF가 역레포에서 돈을 뺀 후, T-BILL을 주로 매수했기 때문에 역레포 잔고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 것입니다.
역레포는 하루짜리지만 T-BILL은 짧게는 4주에서 52주까지 만기가 다양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전에 정석대로 듀레이션을 좀 늘려놓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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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도 한 동안 QT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최대 950억 달러, 연간으로는 대략 1조 달러 씩 감소하게 되는데요, TGA 잔액은 11월말 현재 7500억 달러로 재무부 목표액에 거의 부합되기 때문에 앞으로 변화는 1000억 달러 안 팎일 겁니다.
현재 은행들의 지준금 규모는 3조 5000억 달러 수준입니다.
여기에 역레포가 1조 2000억 달러 정도 되어 모두 4조 7000억 달러가 실질적 지준입니다.
연준이 판단하는 최소 지준 규모가 2조 4000억 달러인데요, 거의 정상치의 두 배나 더 많은 지준이 시장에 남아 있는 겁니다.
시장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잉 잉여 유동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말이고, 이를 줄여내지 않으면 물가 상승을 막기 어렵습니다.
결국,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준의 양적 긴축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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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침체되어 유동성이 고갈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면 다소 일정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내년 연말까지는 QT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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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정리를 좀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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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어려운 말 들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장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이유를 억지 춘향이 식으로 찾으려고 애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계속 침체라고 했었는데 주가가 상승했으니, 뭔가 그럴듯~한 이유를 고객들에게 설명은 해야 하겠는데,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니 어려운 말들을 잔뜩 늘어 놓아서 설명을 덮으려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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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지금부터 다시 증시 상승 이유를 쉬운 언어로 또박 또박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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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증시만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 한국 등 몇 개 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진 증시는 역사적 신고가 주변이거나 신고가를 이미 넘어서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의 상승이 지속력이 있는 대세 상승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밝혀왔습니다.
바로 물가효과 때문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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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를 들어드렸었는데,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10000원짜리 원자재를 구매해서 가공한 다음 20000원에 판매하는 회사가 있었는데요, 물가가 드라마틱하게 100% 올랐다고 해보죠.
이제, 10000원 하던 원자재는 20000원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고객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20000원에 판매하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고물가 시대 초기에는 원자재의 가격 상승분을 100% 소비자에게 전가시키지는 못합니다.
30000원 정도에 판매했다고 가정해보죠.
회사의 영업 이익률은 뚝 떨어지고 인플레 초기에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 고물가 시대 초기에는 주가가 절반까지도 조정을 보인 바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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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고 나면 사람들은 높아진 물가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급여가 물가 상승률만큼 따라 오르면서 이제 높아진 물가는 매우 자연스러워지는 겁니다.
10000원 하던 것이 20000만원으로 오르면 같은 숫자를 소비하더라도 소비는 두 배로 늘어납니다.
다시 강조드리지만, 중요한 것은 물가가 다시 하락해서 사람들의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주십시오.
일단 오른 물가는 영원히 오른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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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그랜트의 금리 관측자(Grant’s Interest Rate Observer)>의 편집장인 짐 그랜트는 지난 화요일...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에,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선언을 한 바 있는데요,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영구적 화폐 가치의 손실>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하죠.
한 번 오른 물가가 다시 내려가는 법은 없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9%였던 것이 3%까지 하락한다고 해도 이미 오른 물가에서 3% 더 오른다는 말이지요.
물가가 6%가 빠졌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미 오른 물가는 영~~~원히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달러 가치의 영구적 상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런 말을 감히 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만, <짐 그랜트>는 매우 용감한 발언을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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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그랜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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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을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곧 보게 될 숫자가 어떻게 나오든, 중요한 건...
현재 인플레는 결코 일시적인 인플레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잃어버린 구매력은 결코 되찾을 수 없는 영구적인 현상이다.
현대 통화 사이클의 그런 디플레이션은 없었다.
2020년 이후의 영구적 구매력 상실이 10%대 초반이며, 앞으로 이를 만회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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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언을 곱씹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5만원 짜리의 가치가 4만원대 중 초반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했다는 말은 반대로 화폐로 살 수 있는 물가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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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올해 주요 증시의 주가가 역사적 신고가를 찍은 이유가 한결 더 분명해집니다.
앞서 거론해드렸던 회사도 20000원의 원자재를 구매해서 가공한 후, 40000원에 팔기 시작한 겁니다.
조금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결국 20000원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가 40000원의 매출을 올리게 되는 것이죠.
매출이 2배가 되는 만큼 이익도 주가도 2 배가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게 바로 물가 효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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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씀드리죠.
독일 증시가 역사적 신고가를 다시 썼고 다우지수가 따라서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습니다만 이건 SVB사태로 인한 미니 양적완화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이 진짜 이유였더라면, 주가는 이미 오래 전에 꺾였어야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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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는 물가 효과로 인한 화폐의 영구 가치 상실이 주된 이유입니다.
돈의 가치가 하락한 만큼 더 많은 돈으로 주식을 사야만 하기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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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증시는 앞서 거론해드렸던 3가지 문제점 때문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년에는 올해 보다야 좀 나아지겠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 증시 등 선진 증시들은 훨씬 더 많이 올라야 할 겁니다.
그동안 잃어버린 달러 가치의 영구 상실분은 결코 되돌아 오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주가 역시, 수년 후에는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수준까지 높아져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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