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골디락스의 근거 (2023-09-08)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3-09-10 21:36
조회
447
.
골디락스의 근거
.
최근 발표되었던 지표들 중에서 고용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지표 2가지를 먼저 짚고 가겠습니다.
.
구인건수와 그리고 고용 동향인데요...
.
구인 건수에서 눈여겨 보실 부분은 퇴사자 수입니다.
명목 구인 건수는 여전히 위기 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퇴사자 수가 2년 반 만에 가장 적은 350만 명을 기록했는데요...
경기가 매우 좋을 때에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에 이직이 잦고 퇴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한다고 느끼면, 가급적 한 회사에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퇴사자 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막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구인 건수와 관련해서, 하나 더 살펴보실 자료가 있는데요...
미국의 물가 경로와 구인 건수의 상관 관계를 추적한 <벤 버냉키> 전 FRB의장의 논문이 참 재미 있습니다.
버냉키는, 미국의 물가 경로가 고용 시장 수급의 환경에 따라 움직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신규 채용공고)를 (실업자 수)로 나눈 비율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올 상반기에는 이 비율이 1.8배수였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1.2배수 정도였답니다.
대략 그 수준까지는 하락해야만 2025년에 CPI가 2.5%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죠.
만약 2%의 물가를 원한다면 이 비율이 0.8배수 까지 하락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지금 고용 시장이 너~~무 좋아서 당분간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었습니다.
.
실제로 이 비율은 매우 천천히 하락 중이거든요.
지난 4월에는 1.82배였고 5월에는 1.58배까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6월부터는 그 속도가 현저하게 하락하면서 1.54배로 나타났고, 7월 들어서는 1.51배까지 하락했지요.
그러니까 지난 5월 달 이후로는 이 수치의 움직임이 매우 더디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버냉키의 주장은 이 수치가 속히 1.2에 도달한다고 해도 2025년까지 물가가 겨우 2.5%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잖아요?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고용 시장이 아직은 금리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당 기간에 걸쳐 높은 금리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
이번에는 고용 동향으로 가보죠
.
실업률은 3.79%로 전월에 기록했던 3.5%에서 크게 상승했습니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8만 7천 명 증가하면서 예상치였던 17만 명을 소폭 상회 했지요.
하지만 이번 고용 동향에서 눈여겨 보셔야할 부분은 높아진 실업율도 아니고 실업자 수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경제 활동 참가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8월 경제 활동 참가율은 62.81%로 전월 대비 0.23%P나 상승해서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
노동자 수가 갑자기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대략 3가지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
첫째, 미국 가계 저축률이 3.5%까지 하락했습니다. 평균치인 6.5%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인데요, 코로나 19 때 공짜로 받았던, 이른바 이전 소득분을 거의 대부분 사용했다는 말이고, 돈이 없으니 노동 시장으로 자발적 유입이 있었을 겁니다.
.
둘째, 8월은 미국에서 졸업 시즌입니다. 새로운 노동력의 공급이 있는 달이기에 경제 활동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을겁니다.
.
하지만 말이죠.
이런 조건들은 3년 반만에 최대폭 증가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노동자들이 뚝~ 떨어졌다는 말인데요, 그래서 좀 더 질적인 면을 살펴보았습니다.
.
우선 경제 활동 인구가 상당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8월 실업률이 3.8%로 급등했다는 점에 착안하시고 들어주십시오.
.
수 개월 전에 남쪽 국경이 열리면 실업률은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었지요?
트럼프의 시대에 이민자들을 추방하기 위해서 Title 42라는 법을 만들어서 매년 40만 명의 노동자를 추방했는데요, 이 법안이 종료되면서 연간 5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새로운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실업률은 다소 올라가겠지만 대신 임금 상승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물가를 낮출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
하지만... 바이든의 시대에 와서도 남쪽 국경은 활짝 열리지 않았었습니다.
타이틀 42의 만료 후에 타이틀 8라는 법안을 새롭게 만들어서 월 3만 명 이내로 이민자들을 받기로 했었죠.
그래서 저는 말을 바꾸었었습니다.
바이든 정권의 의지대로 남쪽 국경이 잘 통제된다면 실업률은 아주 천천히 올라갈 것이고 임금 상승률도 매우 천천히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
이후로 수개월 동안 남쪽 국경은 잘 통제되어 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좀 달라진 것 같군요.
실업자들의 특징을 좀 살펴봤는데요, 우선 경제활동 참가율의 회복은 주로 여성과 외국인의 비중이 높더군요.
졸업 시즌의 영향이라면 굳이 여성과 외국인들이 급증할 이유가 없습니다.
.
특히, 실업수당이라는 것은 대체로 18개월 이상 일한 근로자들 중에서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고를 당하고 구직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실업자 수의 증가를 보면 기존에 일을 하지 않다가 새롭게 노동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결국 남쪽 국경이 좀 느슨해졌다고 봐야하겠습니다.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이 실업률을 높였다면, 당연히 임금 상승률은 좀 더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실제로 8월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월 대비 0.2%로 컨센서스였던 0.3%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을 얼마나 수용할 것이냐에 따라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이 결정된다는 말인데요, 연준에서 지금 눈 여겨 보는 것이 바로 고용 시장, 그 중에서도 임금 상승률이기 때문에 이번 고용 동향의 발표는 금리 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유인을 줄여주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다.
.
실제로 고용 동향 발표 직후, FFR에 반영된 9월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6%로 거의 소멸되었고, 동결 가능성이 94%까지 상승했습니다.
12월 회의까지도 동결될 가능성이 62%까지 상승했지요.
.
소결하자면, 지금까지 타이트하던 고용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남쪽 국경이 얼마나 잘 통제되는 지의 여부에 따라 시황이 다소 바뀌겠지만, 앞으로도 실업률은 매우 천천히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임금 상승률이 둔화된다는 것은 시장에 늘 악재로 작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주가는 올랐었죠?
아마도 잭슨홀에서의 파월 발언 때문이었을겁니다.
파월은...
.
"현 시점에서 침체는 연준 의원 누구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거든요.
고용 시장은 둔화될 조짐을 보인다고 방금 말씀드렸었는데, 파월은 침체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
파월은 무엇을 근거로 저런 심한 말을 했을까요?
경기가 매우 좋기 때문일 겁니다.
.
실제로 24일 업데이트된 애틀랜타 연은의 GDPNow 예측 모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5.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무슨 이머징 국가도 아니고 5.9%의 성장률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지요?
.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 GDP는 명목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인플레 효과가 반영되었을 겁니다.
.
쉽게 말씀드려서 1만 원 어치 고철을 사와서 인건비와 부대 비용을 1만원 쓰고 2만원이 원가가 되는 철강재를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 해보겠습니다.
적정 이윤을 50% 붙여 3만 원에 팔았었는데요, 그런데 물가가 두 배로 올랐습니다.
고철이 두 배가 올라서 2만 원이 되었고 인건비와 부대 비용도 두 배가 올라서 2만 원이 되었다면요?
그래도 3만 원에 팔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안되죠.
적정 이윤까지 50% 똑 같이 붙여서 6만 원에 팔겁니다.
이게 바로 인플레효과 입니다.
.
물가가 두 배 오르면 매출도 두 배 커지고 매출이 커지는 만큼 경제 규모도 두 배로 커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시장이 고통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인플레는 경제에 바람직스러운 겁니다.
.
둘째, 미국 내 소비가 견조합니다.
앞서 고용 시장이 살짝 둔화될 조짐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여전히 3.8%의 실업률은 완전 고용에 속하는 수치입니다.
일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누구라도 일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말이고 이는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
셋째, 미국 내 투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과거에 이렇게나 큰 재정 투자를 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바이든 정부에 들어와서 Build Back Better(BBB)가 추진되었는데요...전통적으로 작은 정부를 원하는 공화당이 반대하는 바람에 축소되기는 했습니다만 지금까지 통과된 것만 거의 4조 달러에 육박합니다.
.
아시다시피 그 이후에도 몇 개의 자잘한 지출 법안들이 통과되었는데요, 미국은 지금 이런 투자법안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겁니다
특히 건설 지출이 눈에 띄게 도드라지고 있는데요, 비 주거용 건설 지출은 미 의회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을 통과시킨 2021년 11월 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24% 증가했습니다.
.
얼마 전 뉴욕에서 100년 넘은 수도관이 터져서 물 바다가 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지요?
총 공공 부문 건설 지출은 2021년 11월대비 약 18% 증가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노후화된 수도 시설에 대한 공공 건설 지출이 약 26%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 외에도 IIJA 법안에 의해 미 정부가 5년간 1,100억 달러 이상을 도로 및 교량 프로젝트에 지원함에 따라 고속도로 및 일반 도로에 대한 공공 건설 지출도 약 24% 증가했습니다.
.
물론 오로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만 화끈하게 증가한 건설 지출을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리쇼어링이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리쇼어링은 2010년 오바마 시절부터 사실상 시작되었는데요, 이후로 트럼프에 와서는 니어쇼어링, 바이든의 시대에는 프랜드 쇼어링으로 이름만 바뀌며가며 계속해서 탈 중국화를 진행시켜 왔습니다.
중국을 떠난 주요 공장들은 주로 미국에 지어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2021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미국 내 총 5,0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민간 투자가 발표 되었고, 이 중에서 반도체에만 총 2,310억달러가 지출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전기차 및 배터리에 1,330억 달러, 청정에너지 관련한 투자에 1,030억 달러, 바이오 산업에 190억 달러, 그리고 중공업 부문에서 140억 달러가 투자되었죠.
.
미국은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 비용이 많이 들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공장들은 수익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도시바의 CEO는 미국에 공장을 지은 것을 생애 최악의 실수였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미국은 투자에 대한 보조금을 주고 상당 기간에 걸친 세액공제 등을 통해 리쇼어링을 적극적으로 유인했습니다.
물론, 중국을 주요 공급망에서 배제 시키기 위한 조치들이었지요.
.
실제로 미국 내에서 비 주거용 건설 지출의 증가를 견인하는 것은 주로 제조업입니다.
이렇듯 리쇼어링 투자가 집중적으로 집행되고 있으니 일자리는 넘쳐납니다.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으니 높은 물가 상황에서도 적절한 소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겁니다.
파월이 더는 경기 침체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 실감나시죠?
.
그래서 골디락스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
일반적으로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고통이 필요합니다.
금리 인상을 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게 되고, 실업률은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월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었습니다.
.
하지만 리쇼어링 정책으로 인해 미국은 현재 완전 고용률을 기록 중입니다.
그러니 고통스럽지 않은 겁니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침체에 빠질 확률을 다시 15%까지 낮추었습니다.
그렇게나 금리를 올렸음에도 침체 없이 소프트랜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죠.
.
다만...
아직은 전체 경제가 다 좋지 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투자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요, 저는 여전히 미국과 인도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을 선호합니다.
.
이유가 있는데요, 현재 미국만 리쇼어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당한 수준의 자체 소비 시장을 가진 나라들은 죄다 리쇼어링을 천명하기 시작했습니다.
.
예를 들어, 인도 정부도 오는 11월부터 노트북과 개인용 컴퓨터, 태블릿 등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이들의 제품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잖아요?
외부에서 만들어진 PC는 인도 내로 들어가기 어렵게 만들어서 자체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심산이죠.
이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인도 비중이 높은 HP, 레노버, 델 컴퓨터 등은 인도의 제조업 육성 정책에 일찌감치 동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
인도 뿐 아니라 자체적인 거대 소비 시장을 가진 나라들은 이처럼 하나 둘 씩 자신의 나라에서 공장을 지어야만 한다는 논리로 갈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나라처럼 자체 소비 시장이 작은 나라는 일감을 모두 빼앗길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미국발 리쇼어링 정책의 부작용이죠.
.
실제로 그동안 자주 거론해드렸던 멕시코나 인도, 인도네시아의 경우 FDI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 대한 FDI는 추락 중에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여전히 미국 시장이 가장 좋아보입니다.
특히, 2022년 채권 대학살 이전에 장기채를 잔뜩 발행해서(무려 평년 대비 50% 추가 발행) 고금리의 위험으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나 있는 미국의 빅테크들을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또한 같은 이머징이라도 자체 시장을 가지고 있고 프렌드 쇼어링, 니어 쇼어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도나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이 좋아보입니다.
.
.
하나금융투자 CLUB 1WM 금융센터 박문환 이사(샤프슈터)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