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게시판

박문환 - 장고 끝에 내민 절묘한 묘수, 화이트리스트 (2022-04-22)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22-04-23 10:23
조회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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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끝에 내민 절묘한 묘수, 화이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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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방송에서는 우크라이나보다 중국에서의 코로나가 훨씬 더 걱정이라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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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이후, 델타 변이까지도 잘 방어했던 중국은 훨씬 더 전염력이 높아진 오미크론에 철벽 같았던 방역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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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중국의 방역 정책은 엄격하게 하되,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경기 침체에 대해서는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서 해결하자는 생각을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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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에는 15개월 만에 지준율을 낮추면서 시중에 대략 1조 위안 정도의 자금을 풀었었고,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중국 인민은행은 지준율을 또 낮추면서 1조 2000억 위안 규모의 추가 자금을 신규로 공급했었습니다.
이달 25일에도 시중 은행 지급 준비율을 또다시 25BP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구요, 이로서 장기적으로 약 5300억 위안(약 102조 원) 규모의 자금이 추가로 시중에 풀리게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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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에 걸친 지금 준비율의 인하로 인해 시장 유동성을 보여주는 3 월 M2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9.7%로 증가 했습니다.
시장 예상치 9.2%를 큰 폭으로 상회함은 물론이고, 사회 총융자 규모, 즉 시중 유동성 공급 규모 역시 대폭 확대되고 있다는 것으로 지급준비율 인하의 효과는 충분히 확인되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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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꼼짝 못하게 봉쇄하고 돈만 뿌린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달에 벌써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정룽(Dingling)도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니까, 경제를 봉쇄시킨다면, 지급 준비율이든 LPR의 인하든 백약이 무효한 겁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을 분명하게 높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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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지금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영구 집권을 위해서는 뭔가 보여줘야만 하는데요, 이무누 코로나가 2년 넘게 발목을 잡고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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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많이 남는 회사들로부터 돈을 갹출하려다보니, 중국의 빅테크들은 그 좋은 배당 수익률과 성장률을 가지고도 주가는 폭락합니다.
당연하지요? 주주들을 위해서 회사는 존재하는 건데요,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을 정부가 가져가버린다면, 누가 그 회사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빅테크들은 새로운 직원을 뽑지도 않고 오히려 기존의 인력마저 정리해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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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청년 실업률은 무려 15%까지 치솟아버렸지요.
지금은 교과서에서 고취식으로 애국주의를 요구하는 바람에 젊은 층의 단단한 지지를 얻고 있지만, 지금처럼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해서 경제 침체가 더욱 가속화된다면, 시진핑의 인기를 유지시킬 수 있을 지가 걱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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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선진국들처럼 위드 코로나로 가자니, 아직은 너무 높은 사망률이 걱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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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3월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6차 확산이 중국 제조업의 중심인 <장강 3각주>를 타격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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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체하지 않고 전수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곧장 봉쇄 조치를 통해 이동을 제한하는 등, 제로 바이러스 방역 지침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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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입니다.
장강 3각주는 상하이와 장쑤성 남부, 그리고 저장성 북부를 이어주는 지역입니다.
인구는 고작 6%에 불과하지만 중국 전체 GDP의 21%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지요.
거의 대부분의 제조업이 집중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동차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이 막히게 되면서 세계 여러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조업의 중단이나 축소를 발표했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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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길림성을 시작으로 섬서성, 상해에 이르기까지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물류망도 타격을 받았는데요, 4월 상하이 화물 운송 물류 지수는 전년 대비 무려 84%나 급락했고 광둥성 화물 운송 물류 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23% 하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4월 중순까지의 중국의 전체 화물 운송 물류는 전년 동기 대비로 26%나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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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고민스러운 것은 고용시장인데요, 3월 도시지역 신규취업자수는 전년대비 18%나 급감했고, 31개 도시 서베이 실업률은 코로나19 영향이 극에 달했던 2020년 5월의 5.9% 수준을 넘어선 6.0%까지 상승했습니다.
오미크론의 상하이 상륙은, 그야말로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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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불단행이라고 했던가요?
요기까지만 해도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는데요, 추가로 커다란 변수가 하나 더 생기게 됩니다.
상하이에서 중국 중앙 정부의 방역 지침에 반기를 든 겁니다.
그야말로 설상 가상에 눈보라까지 치는 상황이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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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해서 궁금한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중국에서 어떤 도시도 정부의 방역 방침에 반기를 든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상하이는 왜 반기를 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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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반기를 든 지방 정부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일부 봉쇄를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중국 보건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주말 기준, 상하이에서의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무려 2만 4820명이나 되었습니다.
중국 전체의 신규 감염자 수가 2만 6016명이었다면 정말 신규 확진자의 대부분이 상하이에서 나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시는 지난 16일...'제조기업 생산재개 및 방역 지침'을 새로 발표하고 각 구 차원에서 사업장 상황에 맞춰 공장을 돌릴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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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불만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잣대로 통제를 하고 있는데, 왜 유독 상하이만 특별히 느슨한 봉쇄를 허용하느냐며 불만들이 중국 각지에서 터지나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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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부터 중국 정부가 상하이에 대해서만 특혜를 부여했던 것은 아닙니다.
똑 같이 봉쇄 명령이 하달되었고, 실행되었었지요.
하지만 상하이 인민들은 거리로 뛰쳐 나옵니다.
즉시 삭제되기는 했지만 상하이인들의 집단 행동은 웨이보나 위쳇 등 중국의 대표 SNS 등을 통해 중국 전역에 공개되고야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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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뛰쳐나온 상하이인들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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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오로지 상하이인들 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도시가 봉쇄되면 경제가 망가지고, 중국 경제 전체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가 휘청일 수밖에 없으니 더 이상의 봉쇄는 받아들일 수 없다."
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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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많은 확진자 수가 나왔고, 이어 중국 정부의 압박이 커지면서 결국 지난 3월 28일을 기해 푸동과 푸서 둘로 나눈 뒤, 딱 나흘 씩의 집단 봉쇄를 단행하게 된 겁니다.
봉쇄도 전면 봉쇄가 아닌 순차적 봉쇄였구요, 이후로 한 차례 연장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확진자 수가 압도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봉쇄를 완화하겠다고 한다면, 분명 다른 도시와는 달라도 많이 달라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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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부터 궁금증을 좀 풀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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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같은 씨앗이라도 떼루아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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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주자학이 우리나라에서는 성리학으로 발전한 것처럼 말이죠.
또한, 같은 성리학이라도 어느 지방에서 집대성 되었느냐에 따라 주리론과 주기론으로 나뉘게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곳에서도 똑 같은 이론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지요?
이처럼 지구 위의 모든 물상은 결국 둘로 갈리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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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 있고 실리가 중요한 사람이 있어요.
중국 정치가 중에서 실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라면, <덩샤오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흑묘백묘론으로 유명한데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그 모양이나 명분, 심지어 이데올리기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그저 중국의 인민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경제 부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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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의 실리 우선적 정치 사상은 상하이 출신의 <장쩌민>에게 전수되어 <샹하이방>이라는 정치적 세력이 완성됩니다.
그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실세로 떠올랐는데요, 정치적 이념보다는 경제가 중요하다면서 중국에서 제조업 혁명을 일으키게 됩니다.
몇 가지 잘못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이들 두 명의 정치인은 못 살던 중국을 G2 반열에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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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중국의 3대 정치 세력 중에서 상하이방을 거론해드렸는데요, 상하이라는 떼루아의 특성은 경제와 실리입니다.
그러다보니, 남송 이전부터 무역이나 경제의 중심지였지요.
이유는 그냥 지기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똑 같은 성리학이 영남에서는 주리론이 되고 호남에서는 주기론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죠.
똑 같은 씨앗이, 회수 북쪽에서는 탱자가 되고 회수 남쪽에서는 귤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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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출신은 독특하게도 권력에 대한 추구보다는 실리를 중시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으며, 금권은 지속될 수 있지만, 권불10년(권력은 10년이 한계다)이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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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북경 사람들은 돈보다 권력을 중하게 여겨왔습니다.
권력을 손에 쥐면 돈은 그 권력에 붙어 나온다고 생각했지요.
재식형 인간인 상하이와는 반대로 관인형으로서의 형식과 원칙을 중시한다는 말인데요, 이처럼 명분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체계와 질서가 중요합니다.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발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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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형식보다는 실리가 중요한 사람들이라면, 명분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합니다.
주어진 형식이나 단단한 권력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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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까지 설명을 드리고 다시 현실로 되돌아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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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재식형 인재가 많다고 했는데요, 이들의 특징은 매우 진취적이고 정부가 잘못하는 게 있다면,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정부가 세운 원칙에 지금까지는 잘 따라와주었지만, 결정적으로 <렌화칭원>이 문제가 됩니다.
렌화칭원은 중의학에서 독감 치료제로 쓰여왔는데요, 중국의 관영 매체들이 롄화칭원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며 이를 적극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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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의 제조사는 6천100만 위안(약 117억원) 상당의 롄화칭원을 상하이에 기부했다고 밝혔는데요, 대략 800만 상자 분량입니다.
실제로 지난주 상하이의 한 배달 자원봉사자가 자신이 배달한 물량의 3분의 1이 사람들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채소와 쌀, 마스크 대신 롄화칭원이었다고 말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는 분노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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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도 그렇고, 노바벡스도 그렇고...이곳에서 만드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수도 없이 많은 독성 테스트와 임상 실험을 거치잖아요?
하지만 렌화칭원은 그런 절차가 없는 민간 치료제에 불과합니다.
약효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국민들을 마루타 정도로 봤다는 게 분노 폭발의 이유였지요.
중국 지난대의 셰왕스 등 바이러스 전문가도 지난 17일 중국 건강 플랫폼 DXY에 올린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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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없는 약을 배포해서는 안 됐다. 그것이 오히려 다른 필수품 배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구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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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 의사들은 이 약을 건강한 이들에게 배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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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년 여간의 통제와 봉쇄로 인해 매우 지쳐갈 무렵, 상하이에 실험적으로 렌화칭원을 뿌린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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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무리 상하이라고 해도 마음만 먹는다면 압박하고 통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실제로 웨이보에 올라왔던 많은 글들은 즉시 삭제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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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하이를 통제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중대한 경제적 타격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상하이는 경제 중심지이고, 장강 삼각주는 중국 전체 GDP의 21%를 차지하니까요.
이들에 대한 통제는 결국 중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공급망 충격을 재현시킬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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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상하이만 봉쇄를 푸는 것은 다른 지역의 감정을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판사판, 봉쇄를 풀어버린다면 약 1500만명의 사망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의료 체계는 무너져버릴 것이고, 민중들의 불만은 하늘까지 닿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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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계속 이동을 통제하고 봉쇄정책을 유지한다면 당장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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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여러분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묘수를 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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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끝에 내린 절묘한 묘수가 바로...<화이트리스트 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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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국 정부는 지난 주말에 교통 운송부가 주관하여 물류보장 조정업무체제 회의를 개최했고, 화물 물류 유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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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4월 18일에는 <류허>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전국 통일 통행증을 발급하고, 산업망 및 공급망 안정 유지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물류 분야에 총 3,000억 위안의 재 대출 자금을 투입하여 물류 공급망의 안정적 유지를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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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화이트 리스트 제도라는 것을 발표했는데요, 조금 생소하게 들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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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되는 기업들은 생산활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한데요, 지정된 장소, 이를테면 회사 내에서만 생활해야만 합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과의 접촉은 철저히 통제되죠.
또한, 하루 두번은 자발적으로 콧구멍을 쑤셔야 합니다.
이 처럼 몇 가지의 조건만 지켜준다면 조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화이트리스트 제도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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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은 모두 666개입니다.
자동차 관련 기업이 249개로 가장 많았구요, 그 다음으로 반도체 관련 기업이 59개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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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락만 하던 우리네 반도체가 조금이나마 반등을 시작했고,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그날 이후 상승을 했습니다.
또한 자동차 관련 밸류체인 기업들이 강세로 전환되었던 것도 그날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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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화이트리스트 제도가 상하이에서 성공적인 방역과 경기 침체를 막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앞으로 기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만, 물론 이것으로 100% 정상화는 보장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도 화이트리스트보다 더 좋은 묘안이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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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 정부는 매우 다급합니다.
당장 올 가을에는 3기 집권의 비전을 제시해야만 하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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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 정착된다면, 중국 산업생산의 점진적인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의 부담을 어느 정도는 완화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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