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게시판

김(金)씨는 왜 금씨가 아닌가···삼국시대엔 '금'유신 불렸나

작성자
hsy6685
작성일
2019-03-24 21:12
조회
7974
김(金)씨를 ‘금’이 아닌 ‘김’씨라고 발음하게 된 것은 우리 역사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중 하나입니다.

분명 한자 ‘金’은 ‘쇠 금’이라고 읽는데 김씨 성(姓)에서만 유독 ‘김’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당초 과거에는 ‘김’씨가 아닌 ‘금’ 씨로 발음했을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삼국시대엔 김유신이 아닌 금유신, 김춘추가 아닌 금춘추 라고 발음했다는 겁니다. 그럼 왜 발음이 바뀐 것일까요?

현재까지 나온 가설 중 가장 유명하면서도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조선 왕가와 관련된 음양오행설입니다.
오행설에는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에서 목(木)은 토(土)를 이기고 토(土)는 수(水)를, 수(水)는 화(火)를, 화(火)는 금(金)을, 금(金)은 목(木)을 이긴다는 상극의 원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 왕조를 건국한 이성계가 전주 이(李)씨인데 ‘오얏나무 이(李)’는 목(木)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조선 왕조가 목(木)에 강한 금(金)을 꺼렸다는 것이죠. 즉 이(李)씨를 이기는 것이 금(金)씨이기 때문에 힘을 억제하기 위해서 김씨로 바꿔 부르도록 했다는 겁니다. 건국 초기 정통성이 약해 고민했던 조선 왕실의 사정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김(金)’이라는 발음이 15세기 이후 문헌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는 대체로 맞아떨어집니다. 하지만 이 가설엔 치명적 결함이 있습니다. 김씨는 인구 분포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갖고 있는 성씨 집단입니다.
가문을 중시하는 전통을 고려할 때 이런 혁명적 변화가 있었다면 『조선왕조실록』이나 하다못해 개인 문집에서라도 분명 기록이 남았을 텐데 과거 문헌 어디서도 이러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럼 ‘금’이 ‘김’으로 바뀐 것은 언제 그리고 왜일까요.
최근 연구 결과 중 하나는 ‘金’에 대한 중국 발음이 바뀐 것에 주목합니다. 이에 따르면 수(隋), 당(唐) 시대만 하더라도 ‘금’에 가깝던 발음이 5대 10국 시대를 거치며 ‘김’에 가까운 발음으로 변화했다는 것이죠. 물론 한반도에도 이미 한자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에 중국의 한자 발음 변화가 즉각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 한자 '금(金)'의 발음 변천. 권인한 『성씨 김(金)의 한자음 연원을 찾아서』에서 인용.

 

그런데 원나라 시절 고려 왕실이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자연스레 고려에서도 ‘金’의 발음이 ‘김’으로 달라졌을 것이란 추정입니다. 왜 유독 ‘金’만 영향을 받았을까요.
칭기즈칸의 직계 후손들이 ‘황금씨족’이라고 자처하는 등 몽골 상류층은 금(金)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에도 '金'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몽골에서 지낸 고려 왕자 및 상류층을 중심으로 이 발음 변화가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명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경남 김해(金海)가 대표적인데, 금주(金州)에서 몽골 간섭기인 충선왕 때 현재 지명으로 개칭됐습니다.

참고로 중세 일본에서 만들어진 『석일본기(釋日本紀)』에는 『일본서기』에 수록된 신라인의 이름을 읽는 법이 나옵니다. 그런데 ‘金’이라는 성은 ‘코무(コム)’라고 발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신라에서는 ‘김’이 아닌 ‘금’으로 발음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당시 발음이 ‘김’이었다면 ‘키무(キム)’가 되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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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유성운의 역사정치] 김(金)씨는 왜 금씨가 아닌가···삼국시대엔 '금'유신 불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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