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슈누 (Vishnu) – 인도신화

비슈누(Vishnu)는 힌두교에서 주요 신 가운데 하나로, 우주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맡은 신이다. 힌두교의 삼신일체(Trimurti) 중 하나로, 브라흐마(Brahma, 창조의 신)와 시바(Shiva, 파괴의 신)와 함께 우주의 균형을 담당한다. 비슈누는 자비롭고 인자한 신으로, 혼란과 악이 세상을 위협할 때마다 아바타(Avatara)로 현현하여 질서를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비슈누는 힌두교에서 사랑과 보호, 정의를 상징하는 신이며, 그의 아바타들은 각 시대에 따라 세상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크리슈나와 라마와 같은 아바타들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중심이 되고 있다.
비슈누라는 이름의 비슈(vish)라는 어근은 ‘관통하다, 침투하다, 둘러싸다, 널리 퍼지다, 포옹하다, 나아가다, 성취하다, 획득하다, 전달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 비슈누의 상징과 특징

비슈누는 보통 푸른 피부를 가진 모습으로 묘사되며, 네 개의 팔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손에는 다음과 같은 물건을 들고 있다.

  • 수다르샤나 차크라(Sudarshana Chakra) – 강력한 원반형 무기로, 악을 물리치는 상징이다.
  • 산카(Shankha, 소라껍데기) – ‘판차잔야(Panchajanya)’라는 이름의 소라껍데기로, 신성한 소리를 내어 악을 물리친다.
  • 가다(Gada, 철퇴) – ‘카우모다키(Kaumodaki)’라는 철퇴로, 힘과 권위를 상징한다.
  • 파드마(Padma, 연꽃) – 순수함과 신성함을 의미한다.

또한, 비슈누는 종종 신성한 독수리 가루다(Garuda)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 비슈누의 기원

비슈누(Vishnu)의 기원은 매우 복합적이며, 초기 인도-아리아 신앙뿐만 아니라, 드라비다 및 지역 신앙 전통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슈누가 인도-아리아 신화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보다 오래된 인도 토착 신앙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비슈누는 초기에는 태양신적인 역할을 가진 존재였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신앙이 융합되며 우주의 유지자라는 개념이 강조되었다.

  • 베다 시대: 작은 신이었으며, 태양 및 우주의 균형과 관련됨.
  • 후기 베다 및 서사 시대: 다양한 토착 신앙과 융합되며 중요성이 증가.
  • 푸라나 시대(기원전 300년~기원후 500년경): 주요 신으로 자리 잡고, 삼신일체(Trideva)의 한 축이 됨.

1. 비슈누의 초기 기원

비슈누의 가장 초기 기록은 인도-아리아인들이 기록한 『리그베다(Rigveda)』(기원전 1500~1200년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베다 시대의 비슈누는 오늘날의 강력한 유지자(Preserver) 신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신이었다.

『리그베다』 속 비슈누:

  • 비슈누는 태양신적 성격을 가진 신으로 등장하며, “세 걸음으로 세계를 가로지른다”고 묘사된다.
  • 『리그베다』의 총 1028편의 찬가 중 비슈누에게 헌정된 것은 단 5편에 불과하다.
  • 이는 후대의 바마나(Vamana) 아바타의 기원이 된다.
  • 『리그베다』에서 비슈누는 인드라(Indra, 천둥의 신)와 협력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 시기의 비슈누는 창조자나 최고신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우주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그의 위상은 점차 높아졌고, 결국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2. 비슈누의 발전과 드라비다 신앙의 영향

비슈누가 베다 시대의 비교적 작은 신에서 힌두교의 중심 신격으로 자리 잡은 것은 베다 신앙과 인도 토착 신앙의 융합 덕분이라는 주장이 많다.

드라비다 및 토착 신앙과의 연결:

  • 남인도의 신앙 전통에서는 비슈누와 유사한 신격이 이미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 타밀 전통에서 비슈누의 주요 아바타인 크리슈나(Krishna)와 라마(Rama)가 지역 영웅 숭배와 연결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통합되었다.
  • 일부 학자들은 비슈누가 토착 신앙의 신과 동화되면서 중요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즉, 비슈누는 순전히 인도-아리아 신이 아니라, 남아시아의 다양한 종교적 흐름이 결합하여 형성된 존재로 볼 수 있다.



# 비슈누의 10가지 아바타 (다샤바타라, Dashavatara)

비슈누는 세계가 혼돈과 악에 빠질 때마다 인간 세계에 내려와 아바타(화신)로서 질서를 회복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10가지 아바타는 다음과 같다.

  1. 마쓰야(Matsya) – 물고기 형태의 아바타로, 대홍수에서 성스러운 베다(Veda)를 구했다.
  2. 쿠르마(Kurma) – 거북이 형태로, 신들이 불사의 영약 암리타(Amrita)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왔다.
  3. 바라하(Varaha) – 멧돼지 형태로, 악마 히란야크샤(Hiranyaksha)로부터 지구를 구했다.
  4. 나라심하(Narasimha) – 사자와 인간이 결합된 형태로, 악마 히란야카시푸(Hiranyakashipu)를 처단했다.
  5. 바마나(Vamana) – 난장이 브라만의 모습으로, 악마 발리(Bali)로부터 세상을 되찾았다.
  6. 파라슈라마(Parashurama) – 도끼를 든 성자로, 부패한 전사 계급을 정화했다.
  7. 라마(Rama) – 『라마야나(Ramayana)』의 주인공으로, 악마 라바나(Ravana)를 물리쳤다.
  8. 크리슈나(Krishna) – 『마하바라타(Mahabharata)』의 주요 인물이며,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에서 아르주나(Arjuna)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9. 붓다(Buddha) – 일부 전승에서는 비슈누의 아바타로 등장하며, 비폭력과 자비를 가르쳤다.
  10. 칼키(Kalki) –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아바타로, 악이 극에 달했을 때 흰 말을 타고 세상을 정화할 것이다.



# 비슈누 신앙과 숭배

비슈누를 숭배하는 신앙을 비슈누파(Vaishnavism)라고 하며, 힌두교의 주요 종파 중 하나이다. 비슈누파 신자들은 크리슈나(Krishna)와 라마(Rama)를 특별히 신성하게 여긴다. 인도 전역에 수많은 비슈누 사원이 있으며, 대표적인 사원으로는 다음이 있다.

  • 티루파티 발라지 사원(Tirupati Balaji Temple) –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사원 중 하나
  • 자간나트 사원(Jagannath Temple, 푸리) – 자간나트 신을 모시는 유명한 사원
  • 란간타스와미 사원(Ranganathaswamy Temple) – 남인도의 중요한 비슈누 사원

비슈누 신자들은 ‘오움 나모 나라야나야(Om Namo Narayanaya)’ 또는 ‘하레 크리슈나 마하 만트라’를 반복하며 신을 찬양한다.



# 비슈누 관련 주요 경전

비슈누와 관련된 힌두교 경전은 다음과 같다.

  •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 – 『마하바라타』의 일부로, 크리슈나가 아르주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내용
  • 비슈누 푸라나(Vishnu Purana) – 비슈누의 기원과 활동을 기록한 경전
  • 바가바타 푸라나(Bhagavata Purana) – 크리슈나와 비슈누의 업적을 찬양하는 경전



# 비슈누와 유사한 신격

1. 이집트 신화와 비슈누

  • 이집트 신화에서 비슈누와 가장 가까운 신은 오시리스(Osiris)와 라(Ra)이다.
  • 오시리스는 질서와 부활을 담당하는 신이며, 이는 비슈누의 세계 유지 역할과 유사하다.
  • 태양신 라는 우주의 조화를 담당하며, 『리그베다』 속 태양과 연결된 초기 비슈누와 비슷한 점이 있다.
  • 관련 글: 이시스와 오시리스 신화 (Osiris Myth) – 옐로우의 블로그

2.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비슈누

  •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엔키(Enki, 수메르) 또는 에아(Ea, 바빌로니아)가 비슈누와 부분적으로 유사한 역할을 한다.
  • 엔키(에아)는 창조, 지혜, 보호의 신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인간을 돕는 존재이다.
  • 또한, 대홍수 전설에서 인류를 구한 신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비슈누의 마츠야(Matsya) 아바타(물고기 형태의 비슈누)와 연결될 수 있다.

3. 비슈누와 비로자나불의 유사점

대승불교에서 비슈누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불성을 찾는다면 비로자나불(Vairocana)이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비슈누와 비로자나불은 우주의 근본 원리를 상징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개입 방식과 종교적 맥락이 다르다.

(1) 유사점:

  • 우주적 존재로서 세계를 관장
  • 빛과 연관된 신성한 속성
  • 다양한 형태(아바타 / 응신)로 현현

(2) 차이점:

  • 비슈누는 신격, 비로자나불은 깨달음의 상징
  • 비슈누는 직접 개입, 비로자나불은 초월적 존재

따라서, 비로자나불은 불교에서 비슈누와 가장 유사한 개념이지만, 그 본질은 신격이라기보다는 진리 자체라고 볼 수 있다.

4. 바루나(Varuna)와 비슈누(Vishnu) ?

비슈누(Vishnu)와 바루나(Varuna)는 둘 다 베다 시대의 중요한 신이지만, 그들의 역할과 성격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1) 공통점:

①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

  • 바루나는 리타(ṛta, 우주적 질서)의 수호자로, 하늘과 바다를 지배하며 도덕적, 우주적 질서를 유지하는 신이다.
  • 비슈누 역시 힌두 신화에서 다르마(Dharma, 정의와 질서)를 지키는 존재로 발전했다.
  • 이러한 점에서 두 신은 우주적 질서와 정의를 유지하는 역할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② 천상의 영역과 연결

  • 『리그베다』에서 바루나는 하늘을 지배하는 신으로 등장하며, 태양과 달, 별들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 비슈누 또한 『리그베다』에서 우주의 세 영역을 가로지르는 신(트리비크라마, Trivikrama)으로 묘사되며, 그 마지막 걸음이 천상의 세계에 닿는다.

③ 물과 생명력의 관계

  • 바루나는 물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바다, 강, 비, 그리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다스리는 신이다.
  • 비슈누 역시 후대 문헌에서 “우유의 바다(Kshira Sagara)” 위에서 쉬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며, 물과 연결된 요소를 가진다.

(2) 차이점:

① 베다 시대의 중요도

  • 바루나는 『리그베다』 초기에는 매우 중요한 신이었으나, 점차 인드라(Indra) 같은 전쟁신이 대두하면서 비중이 줄어들었다.
  • 반면, 비슈누는 『리그베다』에서는 비교적 조연급 신이었으나, 후대로 갈수록 점점 더 중요한 신으로 자리 잡으며 힌두교의 최고신이 되었다.

② 주된 역할의 차이

  • 바루나는 도덕적 질서를 감시하고 죄를 심판하는 신으로, 특히 도덕적 위반을 용서하는 자비로운 측면을 강조한다.
  • 비슈누는 점차 우주의 창조, 보존, 구원의 역할을 강조하게 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아바타 개념(화신)을 통해 세상에 직접 개입하는 신으로 발전했다.

③ 신화적 상징성

  • 바루나는 수직적 세계관(하늘과 바다, 우주의 질서)을 강조하는 신이다.
  • 반면, 비슈누는 수평적으로 우주를 가로지르며(트리비크라마) 세계를 정복하는 신으로 묘사된다.

베다 시대가 지나면서 바루나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비슈누가 더 강력한 신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학자들은 바루나의 우주 질서 유지, 천상의 지배, 자비로운 성격 등이 후대 비슈누의 속성으로 융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바루나의 “보편적 지배자” 속성이 비슈누파(Vaishnavism)에서 비슈누의 최고신 개념으로 발전한 부분이 있다. 즉, 비슈누는 바루나의 역할을 일부 계승하면서, 더 역동적인 신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화의 이미지

– 조지프 캠벨 / 홍윤희 역 / 살림 / 2006-02-20 (원서: 1974)


인도에서는 천국과 지옥,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우주가 어느 한 존재가 꾸는 위대한 꿈이며, 그 꿈속의 모든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로 꿈을 꾸고 있다고 노래되어왔고, 그것이 인도의 문명 전체를 틀 지웠다. 그림4는 궁극의 꿈을 꾸는 자, 비슈누를 표현하는 인도의 전통적 양식으로 비슈누는 심연의 거대한 뱀 아난타의 몸 위에 누워 우주의 우유 바다를 떠다닌다. ‘아난타’라는 이름은 ‘끝없음’이란 뜻이다.

앞에는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영웅들인 판다바 다섯 형제들과 그들의 아내 드라우파디가 서 있다. 드라우파디는 정신을 의미하며 형제들은 다섯 가지 감각을 의미한다. 그들은 꿈에 나오는 대상들이다. 싸울 태세를 갖추고 눈을 부릅뜬 채 이 젊은이들은 빛의 세계를 향해 서 있고, 이 빛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다.

이 세계는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에서처럼 사물들이 서로 구분되어 나타나는 곳이며, A는 not A가 아닌 곳이다. 하지만 그들의 뒤로는 안쪽의 차원, 뒤쪽의 차원을 향해 ‘꿈의 문’이 열려 있고, 어둠 속에서 어떤 장면이 펼쳐져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이 젊은이들이 빛나는 신의 꿈인가? 아니면 신이 이 젊은이들의 꿈인가?
……

그림4. 우주의 꿈을 꾸고 있는 비슈누 / 500년경(굽타왕조 시대), 부조, 다사바타라 사원(Temple of the Ten Avatars), 데오가르(Deogarh), 인도 중부

꿈을 꾸는 인도의 신 위에 그의 몸에서 자라난 듯한 연꽃이 있고, 그 화관 위에 브라흐마(Brahma)가 앉아 있다. 브라흐마는 빛의 통치자이며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의 분명한 창조주로서, 네 개의 빛나는 얼굴로 사방을 비추어 저 아래 밤으로부터 떠오르는 낮의 형상들에 가시적 모습을 부여한다.

그의 왼쪽(우리가 볼 때 오른쪽)에는 위협하는 신이자 환영(幻影)의 파괴자 시바(Shiva)가 그의 배우자 파르바티(Parvati)와 함께 우윳빛처럼 흰 숫소 난디(Nandi)를 타고 있으며, 시바 신의 사나운 용사이며 젊은 바람의 신 마루트(Marut)가 뒤에서 따르고 있다. 한편 창조주 브라흐마의 오른쪽(우리가 볼 때 왼쪽)에는 세계라는 환상을 유지시키는 신이자 제우스(Zeus)에 상응하는 인도의 신 인드라(Indra)가 엄니가 네 개 달린 흰 코끼리 아이라바타(Airavata, 비를 낳는 구름으로 인드라는 이 구름 위에서 벼락을 내리친다)를 타고 있다.

그의 곁에는 젊은 전쟁의 신이자 시바의 아들이 공작새 위에 앉아 있는데, 그는 오직 자신의 군대와 결혼했기 때문에 쿠마라(Kumara, 즉 ‘순결한 젊음’이라 불린다. 이들이 바로 보편적으로 숭배되는 능력을 지닌 인도의 주요 신들이다.
……

비슈누의 발치에 있는 여신은 자비로운 인도의 아내 역활로, 비슈누의 오른쪽 다리를 안마해줌으로써 그가 우주의 꿈을 꾸도록 자극한다. 이 여신의 이름은 쉬리 락슈미(Shri Lakshmi), 즉 ‘미와 행운’이며, ‘연꽃부인’이라는 뜻의 파드마(Padma)라고도 알려져 있다. 남편 비슈누의 꿈에 브라흐마의 왕좌가 있는 연꽃으로서 상징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현상세계의 매트릭스인 쉬리 락슈미에게 바쳐지는 찬가이다.

당신의 힘에 의해서만
브라흐마가 태어나고, 비슈누가 지켜집니다.
그리고 모든 것의 종국에 있어서는
시바가 우주 전체를 파괴합니다.

그들은 당신의 도움 없이는 무기력합니다.
그리하여, 당신만이 창조자이시며
보존자이시며,
이 세계의 파괴자이십니다.

“Jagadambika”(“Hymn to the Mother of the World”), Devibhagavata Purana 29.5

꿈속에서는 사물들이 일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단일하고 단순하거나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은 맞지 않으며, not A는 진짜로 A가 될 수 있다. 여신과 연꽃은 삶을 둘러싼 하나의 시공간적 천체의 등가적 표상들이다. 그 안에서 모든 것들이 나타나고 증식하며 결국에는 우주적 자궁, 그 어두운 밤으로 회귀한다.

비슈누의 발치에 있는 여신의 뒤로 한 시녀가 신의 권표(權標)를 들고 대기하고 있으며, 그 옆에는 비슈누 신이 하늘에서 타고 다니는 태양의 새 가루다(Garuda)가 (인간의 형태로) 대기하고 있다. 이 새의 등에 올라타면 비슈누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울음 소리들이 들려오는 자신의 꿈속으로 날아가게 된다.
……

그림8. 호루스의 탄생

우주의 은하수를 떠다니며 꿈을 꾸는 인도의 신 비슈누에 상응하는 이집트의 신은 그림8에서처럼 비슈누보다 몇 세기 앞선 오시리스(Osiris)의 미라로 나타난다. 이 그림에서 갓 태어난 태양의 아들 호루스(Horus)는 살해당한 아버지의 미라 위로 떠오른 태양의 원 속에 있다. 그의 아버지 오시리스는 우주의 뱀을 타고 있는 비슈누처럼 깊은 바다 속에 사는 악어신 세백(Sebek) 위에 누워있다. 오시리스의 발치에는 파드마 락슈미(Padma Lakshmi) 대신, 갓 태어난 아기 호루스의 어머니 이시스(Isis)가 서 있는데, 그림9를 보면 호루스는 브라흐마처럼 연꽃 화관에서 태어나는 것으로도 묘사된다.

그림9. 연꽃에서 태어난 호루스

……

그림102. 깃털 달린 뱀, 올메카의 석비, 멕시코 타바스코 라 벤타

구세계의 신화적 모티프가 좀더 특별하고 놀라운 모습으로 새롭게 재현된 이미지는 그림102에 보이는데, 이것은 뱀 위에 올라탄 인도의 비슈누와 초기 이집트에서 우주의 악어를 타고 있는 오시리스의 모습을 다 갖추고 있는 중앙아메리카판 조각상이라고 할 수 있다(그림4, 그림8 참조).

여기에 묘사된 깃털 달린 뱀은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두 가지 전통적인 동물들, 즉 상계(上界)의 태양새 가루다와 하계(下界)의 뱀 아난타의 성질이 결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앉아 있는 재규어의 모습은 ‘사자 인간’으로 육화한 비슈누와, 파라오의 통치를 상징하는 사자 모습을 한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연상시킨다(그림103 참조)

그림103. 사자 인간 모습의 비슈누, 11세기

……

세계산과 사방(四方), 그리고 계속해서 순환하는 지구의 공간적 질서가 있듯이, 어디서나 정확하게 계산된 일, 월, 년, 그리고 겁(劫)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시간적 질서가 존재한다.

그림122. 우주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비슈누와 락슈미. 얼굴이 네 개인 브라흐마는 비슈누의 꿈속에 피어 있는 연꽃 위에 있다.

인도의 예를 들자면, 비슈누의 꿈속에서 연꽃에 처음 나타난 형상은 브라흐마(그림122)였는데 우주적 꿈이 사라질 때, 즉 100브라흐마년(年) 후에 브라흐마도 사라진다고 한다. 브라흐마는 연꽃이 피어날 때 다시 나타날 것이다. 1브라흐마년은 360브라흐마 낮과 밤으로 계산되며, 각각의 낮과 밤은 12,000,000신성년(神聖年)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각각의 신성년은 다시 인간들의 360년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브라흐마의 하루 낮과 밤, 혹은 24,000,000신성년은 인간의 24,000,000 × 360년, 즉 8,640,000,000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하루의 24시간이 86,400초로 이루어져 있고, 각 1초가 신체 건강이 완벽한 사람의 심장이 한번 박동하는 시간에 상응한다고 계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것은 시계 위에 씌어진 시간주기의 질서가 인도의 신 비슈누의 꿈속의 시간주기 질서와 똑같을 뿐 아니라, 이 세계 속에서 소우주로서 인간신체 기관의 리듬과 대우주로서의 우주의 순환하는 겁(劫)의 리듬이 상응한다는 신화적 관념이 세워져 있음을 보여준다.
……

죽음의 심연에서 케찰코아틀은 자신의 뱀 형상 위에서 쉬면서 (비슈누가 ‘영원’의 뱀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그림4 참조) 그의 깃털 달린 목 장식 모양으로 된 문양에 둘러싸여 있다(그림158 ~ 그림160 참조).

그림158. 깃털 달린 뱀, 케찰코아틀, 13~15세기, 아즈텍, 멕시코
그림159. 우주의 뱀 위에 앉아 있는 비슈누, 578년, 인도
그림160. 뱀 무찰린다의 보호를 받는 붓다, 12세기, 캄보디아

……

그림219. 이새의 나무, 사르트르 성당

그림219의 사르트르 성당 ‘이새의 나무(Tree of Jesse)’ 창문은 ‘에바의 이름이 바뀐’ 이 기적을 예술로 증언하고 있다. 아래쪽에는 이새(Jesse, 다윗 왕의 아버지)가 기대어 누운 채로 그림4에서의 비슈누처럼 자고 있다. 비슈누에게서 연꽃이 피어오른 것처럼 그의 몸에서 강림의 나무가 솟아 있다. 그 위로 하나가 아닌 여섯 개의 상징적 단계들이 펼쳐지고 있다. …… 가장 꼭대기, 그림4로 치면 브라흐마가 앉아 있던 연꽃 위의 자리에는 마리아의 아들인 구세주 자신이 앉아 있다.



Vishnu

Vishnu – Wikipedia


비슈누(/ˈvɪʃnuː/; 산스크리트어: विष्णु, 의미: ‘모든 곳에 스며드는 자’, IAST: Viṣṇu, 발음: [ʋɪʂɳʊ])는 나라야나(Narayana) 및 하리(Hari)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힌두교의 주요 신 중 하나이다. 그는 현대 힌두교의 주요 종파 중 하나인 비슈누파(Vaishnavism)에서 최고신(Supreme Being)으로 숭배된다.

비슈누는 삼신일체(Trimurti)에서 ‘보존자(The Preserver)’로 여겨지며, 삼신일체는 브라흐마(Brahma), 시바(Shiva)와 함께 최고 신성을 이루는 세 신의 개념이다. 비슈누파에서는 비슈누가 우주를 창조하고, 보호하며, 변형하는 최고 신으로 여겨진다. 삼신일체의 여성적 에너지이자 창조적 힘(샤크티, Shakti)은 트리데비(Tridevi)로 나타나며, 락슈미(Lakshmi)는 비슈누와 동등한 보완적 동반자로 여겨진다. 또한, 비슈누는 힌두교 스마르타파(Smarta tradition) 전통에서 행하는 판차야타나 푸자(Panchayatana Puja)에서 숭배되는 다섯 주요 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비슈누파에 따르면, 최고신은 자질(qualities)을 지닌 절대자(Saguna)로서 명확한 형상을 가지지만, 동시에 무한하며 초월적이고 변치 않는 절대 브라흐만(Brahman)이자 우주의 근원적 아트만(Atman, 자아)이다.

비슈누는 온화한 모습과 두려운 모습을 모두 지니고 있다. 온화한 형태에서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묘사되며, 세상의 시간을 상징하는 뱀(세샤, Shesha)의 고리 위에서 잠을 자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때 그는 우주의 원시적 바다(크쉬라 사가라, Kshira Sagara, ‘우유의 바다’)에 떠 있으며, 그의 배우자인 락슈미와 함께 한다.

세상이 악, 혼돈, 파괴적인 힘으로 위협받을 때, 비슈누는 우주의 질서를 회복하고 다르마(Dharma, 정의로운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아바타(Avatar, 화신)로 강림한다. 다샤바타라(Dashavatara)는 비슈누의 열 가지 주요 화신을 의미하며, 이 중에서 라마(Rama)와 크리슈나(Krishna)가 가장 중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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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das

비슈누는 『리그베다(Rigveda)』에서 등장하는 신이지만, 인드라(Indra), 아그니(Agni) 등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두드러진 존재는 아니었다. 『리그베다』의 총 1028편의 찬가 중 비슈누에게 헌정된 것은 단 5편에 불과하지만, 다른 찬가에서도 언급되기는 한다. 비슈누는 브라흐마나(Brahmana) 계층의 베다 경전에서도 등장하며,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신격이 점점 상승하였다. 학자 얀 곤다(Jan Gonda)에 따르면, 인도 문헌의 역사 속에서 비슈누는 점점 최고신(Supreme Being)으로 여겨지게 된다.

비슈누는 베다에서 언급이 적고 다른 신들과 속성이 겹치긴 하지만, 중요한 특성을 지닌다. 『리그베다』의 찬가 1.154.5, 1.56.3, 10.15.3 등에서, 비슈누는 “가장 높은 곳에 거하며, 그곳은 죽은 자들의 아트만(Atman, 자아)이 머무는 곳이다”라고 묘사된다. 이러한 개념은 힌두교의 해탈론(解脫論, Soteriology)에서 비슈누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또한 베다 문헌에서 비슈누는 “하늘과 땅을 지탱하는 존재”로도 언급된다.

……

『리그베다』에서 비슈누는 다른 신들과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인드라(Indra)와 함께 악의 상징인 브리트라(Vritra)를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비슈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빛과의 연관성이다. 『리그베다』 제7편(만달라 7)의 두 개의 찬가는 비슈누를 언급하는데, 7.99번 찬가에서 비슈누는 하늘과 땅을 분리하는 신으로 등장하며, 이는 인드라와 공유하는 속성이다. 베다 문헌에서는 비슈누를 태양신 수리야(Surya) 또는 사비트르(Savitr)와 동일시하기도 하며, 수리야의 또 다른 이름인 “수리야나라야나(Suryanarayana)”와 연결되기도 한다. 이러한 태양신과의 연결은 미트라(Mitra)와 아그니(Agni)와도 공통되는 속성으로, 이들 신은 찬가에서 “인간을 하나로 모으고, 모든 생명을 일으켜 그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도록 돕는다”고 묘사된다.

『리그베다』 7.99번 찬가에서는 인드라-비슈누(Indra-Vishnu)가 동일한 존재로 묘사되며, 태양을 창조하는 신으로 등장한다. 이 찬가에서는 태양이 모든 에너지와 빛의 원천이라고 서술된다. 『리그베다』와 『아타르바베다(Atharvaveda)』, 『우파니샤드(Upanishads)』 등의 문헌에서는 비슈누가 프라자파티(Prajapati)와 동등한 존재로도 등장하는데, 이 둘은 모두 “자궁(태생)을 보호하고 준비하는 신”으로 설명된다. 학자 클라우스 클로스터마이어(Klaus Klostermaier)에 따르면, 이러한 특징이 베다 이후의 문헌에서 프라자파티의 속성이 비슈누의 아바타 개념으로 융합된 원인일 수 있다.

『야주르베다(Yajurveda)』의 타이띠리야 아란야카(Taittiriya Aranyaka, 10.13.1)에서는 “나라야나 수크탐(Narayana Sukta)”에서 나라야나(Narayana)가 최고신(Supreme Being)으로 언급된다. 이 경전의 첫 번째 구절에서 “파라마 파담(paramam padam)”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가장 높은 자리”를 의미하며, 모든 아트만(자아)의 궁극적 거처로 해석된다. 이는 파람 다마(Param Dhama), 파라마파담(Paramapadam), 바이쿤타(Vaikuntha)라고도 알려져 있다. 『리그베다』 1.22.20에서도 동일한 개념이 등장한다.

『아타르바베다(Atharvaveda)』에서는 “멧돼지(Boar)가 우주의 원시적 바다에서 여신 대지를 건져 올린다”는 신화가 등장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비슈누나 그의 화신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베다 이후의 신화에서 이 이야기는 “바라하(Varaha) 전설”로 발전하며, 바라하는 비슈누의 아바타 중 하나가 된다.

– Trivikrama: The Three Steps of Vishnu –

The depiction of the “three strides of Vishnu” is common in Hindu art, wherein his leg is shown raised like a gymnast, symbolizing a huge step. Trivikrama in the Art of Mathura, Gupta period.

『리그베다(Rigveda)』의 여러 찬가는 비슈누의 위대한 업적인 트리비크라마(Trivikrama, 세 걸음의 도약)를 반복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베다 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힌두교의 대표적인 신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엘로라 동굴(Ellora Caves)과 같은 수많은 힌두교 사원에서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였다. 이 신화는 비슈누의 아바타 중 하나인 바마나(Vamana) 화신을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트리비크라마(Trivikrama)란 비슈누가 세 걸음(Three Strides)으로 우주를 정복한 사건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등장한 비슈누가 점차 거대한 신적 존재로 변모하며, 첫 번째 발걸음으로 지구를 덮고, 두 번째 발걸음으로 하늘(대기)을 덮으며, 세 번째 발걸음으로 천상의 영역을 차지한다.

……

『리그베다』의 비슈누 수크타(Vishnu Sukta, 1.154)에서는 비슈누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걸음(지구와 대기)은 인간이 볼 수 있는 영역이지만, 세 번째 걸음은 불사의 영역(천상의 세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트리비크라마 신화를 묘사하는 찬가들은 구원의 주제(salvific themes)를 통합하여, 비슈누를 자유와 생명의 상징으로 묘사한다. 『샤타파타 브라흐마나(Shatapatha Brahmana)』에서는 이 신화를 더욱 자세히 설명하며, 비슈누가 위대한 노력과 희생을 통해 힘을 얻고, 아수라(Asuras)들이 빼앗은 삼계를 되찾아 선과 정의를 실현하는 신으로 묘사된다. 이로 인해 비슈누는 인간(필멸자)과 신(불멸자, 데바) 모두를 구원하는 존재, 즉 “구원자(Saviour)”로 여겨지게 되었다.



Vaishnavism

Vaishnavism – Wikipedia


바이슈나비즘(Vaishnavism)의 고대 기원은 불분명하며, 증거가 일관되지 않고 희박하다. 다양한 전통이 융합되면서 바이슈나비즘이 형성되었다. 비슈누(Vishnu)는 베다(Vedic) 시대의 태양신이었지만, 아그니(Agni), 인드라(Indra) 및 기타 베다 신들보다 언급 횟수가 적어 당시 종교에서 비슈누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았음을 시사한다.

단데카르(Dandekar)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바이슈나비즘은 본래 베다교(Vedism)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후기 베다 시대가 끝나면서 브라만교(Brahmanism)의 쇠퇴 이후 여러 대중적인 유신론적 전통이 융합되면서 형성되었다. 이는 기원전 7~4세기경 북인도의 두 번째 도시화(second urbanisation) 시기 직전에 발생했다. 초기 바이슈나비즘은 바수데바(Vāsudeva) 중심의 바수데비즘(Vasudevism)으로 시작되었으며, 바수데바는 브리슈니(Vrishni) 부족의 신격화된 지도자이자 브리슈니 영웅들 중 한 명이었다. 이후 바수데바는 야다바(Yadava) 부족의 신격화된 부족 영웅이자 종교 지도자인 크리슈나(Krishna)와 융합되어 바가반 바수데바-크리슈나(Bhagavan Vāsudeva-Krishna)라는 신격이 형성되었다. 브리슈니 부족과 야다바 부족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융합이 가능했다.

그 후 기원후 4세기경, 아비라(Abhira) 목동 공동체의 ‘고팔라 크리슈나(Gopala-Krishna) 숭배’가 여기에 합쳐졌다. 고팔라 크리슈나는 비(非)베다적 성격을 가진 존재로 간주된다. 단데카르에 따르면, 이러한 다양한 전통의 융합을 통해 크리슈나 신앙(Krishnaism)은 베다 정통 종교와 비정통적 사마나(śramaṇa) 운동 사이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이후 ‘대(大) 크리슈나 신앙(Greater Kṛṣṇaism)’은 베다의 비슈누를 최고신(Supreme Deity)으로 받아들여 보다 정통적인 요소들을 포용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클로스터마이어(Klostermaier)는 바이슈나비즘이 기원전 몇 세기에서 기원후 초기 몇 세기 사이에 형성되었으며, 초기에는 브리슈니 영웅들 중 선두적 인물이었던 바수데바 숭배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이후 이 숭배가 야다바족의 영웅 크리슈나와 결합되었고, 몇 세기 후에는 목동 전통의 ‘신성한 아이’ 발라 크리슈나(Bala-Krishna)와 융합되었다. 클로스터마이어에 따르면, 일부 문헌에서 크리슈나는 ‘바가바타 종교(Bhagavata religion)의 창시자이자 첫 번째 교사’로 묘사되기도 한다.

달랄(Dalal)에 따르면, ‘바가바타(Bhagavata)’라는 개념은 베다 시대 신인 바가(Bhaga)에서 발전된 것으로 보이며, 초기에는 브라만교적 범신론과는 독립적인 일신교적(一神敎的, monotheistic) 종파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크리슈나 전통의 발전과 함께, 이러한 비(非)베다적 전통들이 『마하바라타(Mahābhārata)』 경전에 동화되면서 베다 종교와의 연계를 강화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정통적 브라만 교단 내에서도 더욱 용인될 수 있었다. 『리그베다』의 비슈누는 비정통적인 크리슈나 신앙에 융합되었으며, 최고신 개념과 동일시되었다. 크리슈나가 비슈누의 아바타(화신)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은 초기 산스크리트 서사시(Sanskrit epics)가 형성된 기원후 초기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ītā)』는 본래 크리슈나 중심의 경전이었으나, 후대에 『마하바라타』에 삽입되며 크리슈나 신앙의 핵심 경전이 되었다고 프리드헬름 하디(Friedhelm Hardy)는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나라이아나(Nārāyaṇa) 숭배 전통 또한 바이슈나비즘에 포함되면서 브라만교적 성격이 더욱 강화되었다. 나라-나라이아나(Nara-Nārāyaṇa) 숭배는 본래 힌두쿠시(Hindu Kush) 북부 지역인 바다리(Badari)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베다 정통 종교에 흡수되어 ‘푸루샤 나라이아나(Puruṣa Nārāyaṇa)’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다. 푸루샤 나라이아나는 후대에 『마하바라타』에서 아르주나(Arjuna)와 크리슈나로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후기 베다 시대(기원전 1000~500년)에 이르면 형이상학적 브라만(Brahman) 개념이 점점 강조되었으며, 바이슈나비즘에서는 비슈누를 브라만과 동일한 존재로 간주하게 되었다. 이는 시바 신앙(Shaivism)에서 시바(Shiva)를, 샤크티 신앙(Shaktism)에서 여신(Devi)을 브라만과 동일시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러한 복잡한 역사는 바이슈나비즘의 두 가지 주요 종파로 반영되었다. ‘바가바타(Bhagavata)’ 종파는 바수데바-크리슈나를 숭배하며, 브라만교적 바이슈나비즘(Brahmanic Vaishnavism)의 계보를 따른다. 반면 ‘파ancaratra(Pāñcarātra)’ 종파는 나라이아나를 창시자로 보고, 탄트라적 바이슈나비즘(Tantric Vaishnavism)의 전통을 따른다.



신세계사 1

– 쑨룽지 / 이유진 옮김 / 흐름출판 / 2020.01.20(원서: 2015)


물과 불이 동시에 용납되다

아리아인의 경전 《리그베다》 에서는 새로운 신을 끌어들였다. 출현 빈도가 가장 높은 세 신은 우레의 신이자 전쟁의 신인 인드라(Indra, 제석천), 불의 신 아그니(Agni), 신들에게 영생을 부여하는 음료를 신격화한 소마(Soma)다. 인더스강 유역 고대 문명의 신앙은, 흰두교의 물을 통한 정화 의례 및 무수한 신들 특히 대모신 가운데 보존될 수 있었다.

오늘날 힌두교 최대 규모의 의례로서, 성스러운 강이나 못으로 가서 거행하는 세례에서는 물의 신이 중심 지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브라만교에는 전문적인 물의 신이 없다. 베다 시대에 물의 신은 천신 바루나(Varuna)가 겸했는데, 바루나는 일반적인 물이 아니라 하늘의 은하이자 대지를 둘러싼 대양이다. 일곱 천신의 우두머리인 바루나는 때로는 태양화되기도 했다. 그런데 바루나가 그의 쌍둥이 신인 미트라(Mitra)와 병렬될 경우, 바루나는 밤이 되고 미트라는 낮을 상징한다. 따라서 바루나는 명계冥界를 주관하기도 한다.

오늘날 힌두교에서 물은 정화해주는 액체이자 오염을 옮기는 매개체다. 사실상 《우파니샤드(Upanishad)》에서는 육체의 모든 액체에 반감을 드러낸다. 진정으로 전면적인 정화 작용을 통해 전염을 차단하는 것은 불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추측할 만한 이유가 있다. 물로 씻어 정화하는 것은 아리아인 이전의 종교 의례다. 아리아인은 불을 숭상했으며, 불의 신 아그니가 비할 바 없이 중요했다. 아그니는 신에게 제사지내는 공물을 태워 신들에게 운반한다. 아리아인과 가까운 이란인의 조로아스터교는 불이 타오르는 제단에서의 제례를 중시하므로 ‘배화교拜火敎’로 곧잘 오인된다. 오늘날의 힌두교는 물과 불을 동시에 용납하지 않는 두 전통을 혼합한 것이다.

《리그베다》에 나오는 ‘성스러운 강 사라스바티’가 사라진 뒤, 오늘날의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강은 갠지스강이 되었다. 순례자는 갠지스강에 몸을 담가 죄를 씻어내며, 화장한 재를 갠지스강에 뿌리고, 이후 종교 의식에 사용하기 위해서 성스러운 물을 집으로 가져간다. 갠지스강은 모든 성스러운 물의 총칭이다. 다른 지역의 강은 ‘갠지스강’과 관련을 지녀야만 비로소 신성성을 지닌다. 갠지스강 숭배는 하라파 시대의 성스러운 강에 대한 존경이 해당 지역이 건조해진 탓에 갠지스강 쪽으로 옮겨진 결과일까, 아니면 초원 민족이 내륙아시아로부터 들여온 것일까? 어느 가능성이 더 클까?

《바가바타 푸라나(Bhagavata Purana)》에 따르면, 갠지스강은 우주 바깥에서 비롯되었다. 비슈누(Vishnu)의 다섯 번째 화신인 바마나(Vamana)가 우주를 밟아서 구멍을 냈고, 성스러운 물이 그곳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물이 비슈누의 연꽃 발을 씻어내면서 미래의 갠지스강은 아름다운 분홍색을 띠게 된다. 우주 안으로 흘러든 신수神水는 먼저 대범천이 있는 신의 거처로 모여서 은하수가 되었다. 그 신수가 인간세상으로 떨어지길 인간세상의 어떤 이가 간청했다. 신의 불에 타서 죽은 조상의 망혼을 구제해줄 성스러운 물이 어떤 국왕(바기라타왕)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천상의 은하수 여신은 그에게 감동하여 속세로 내려오게 된다. 그런데 천상의 물은 위력이 너무 커서 세계의 파멸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시바신이 먼저 그 물을 자신의 머리 위로 쏟아지게 했다. 그 물은 시바신의 머리카락을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흘러내리면서 위력이 줄어들었다. 그 물은 히말라야산으로 떨어진 뒤 재가 된 망혼이 있는 곳으로 흘러가 망혼이 죄업을 씻고 구원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인간세상으로 떨어진 천상의 은하수는 갠지스강이 되었다.

베다 시대의 바루나가 쇠락한 뒤 바가바타 푸라나 시대에 이르러서, 여신이 성스러운 강의 화신의 지위를 되찾지만 이 여신에 대한 숭배는 애증의 이중성을 지닌다. 무엇보다도 물의 성결함은 그녀로부터 비롯되는 게 아니라 비슈누의 연꽃 발에서 비롯된다. 이는 인도의 불가촉천민이 물을 마시기 전에 브라만에게 발가락을 그 물에 담가 축원해주길 청하는 것과 같다. 훗날 신수는 여성으로 인격화되었다. 이 여신이 자비심을 낸다 하더라도 세계의 파멸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 화근의 물은 반드시 남신 시바의 중개를 거쳐야만 중생을 제도하는 성스러운 물이 될 수 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오염 정도의 경중에 따라서 지위의 고하를 결정한다. 따라서 오염(특히 액체의 오염)을 철저히 막고자 한다. 힌두교에는 모태의 양수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태아가 오염 없이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한 재생의 의례가 있다. 하지만 브라만 · 크샤트리아 · 바이샤 계급만 재생족이 될 자격이 있고, 대다수인 수드라와 불가촉천민은 재생할 수 없는 일생족一生族이다. 의미심장하게도, 《우파니샤드》 가운데 가장 오래된 《브리하다란야카(Brihadaranyaka) 우파니샤드》에서는 여인의 자궁에서 인간이 수태되는 것을 화제火祭로 이미지화했다. 여기서 생식은 남자가 불로 제물을 바치는 것이고, 여인의 성기는 제사의 불이다. 여인의 음문은 목재이고, 음모는 연기이며, 질은 화염이다. 남근의 삽입과 오르가슴은 불타는 장작과 불꽃이다. 대체 언제부터 수태가 모태의 불결한 양수 속에 잠긴 것으로 변하여, 출생한 뒤에 오염을 제거하는 재생 의례를 반드시 거행하게 된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높은 카스트에 속하는 사람이 사용하는 물통을 낮은 카스트에 속하는 사람이 건드리는 것조차 금기를 범하는 것이다. 이런 신앙 체계가 어떻게 수천만 명이 동시에 하나의 강에 몸을 담그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걸까? 위생적인 측면에서라도 온갖 세균이 득실거리는 강에 몸을 담그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뢰할 만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리아인의 카스트 제도는 이전의 문명과 완전히 상반되는데, 힌두교는 이전의 문명을 포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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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의 베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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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의 힌두교에서, 인드라 · 아그니 · 소마는 모두 무대 중앙의 지위를 잃게 된다. 그들을 대신한 것은 비슈누와 시바다. 비슈누는 비교적 나중에 출현한 『야주르베다(Yajur Veda)』에서 처음으로 최고신(유일신은 아니다)으로 승격된다. 시바의 경우, 훗날 베다교의 루드라(Rudra)와 동일시된다. 훗날의 힌두교에서는 비슈누와 시바 위에 대범천(브라마Brahma)을 두게 된다. 대범천은 베다교의 생주生主 프라자파티(Prajapati)와 무리하게 동일시 된다. 프라자파티는 모든 주신主神에 대한 존호일 따름이다. 인도 종교사에서 대범천 단계는 조로아스터교의 주르반 단계와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사산 시기에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 마이뉴는 모두 주르반이 낳은 존재로 말해진다. 여기서 한 명은 선이고 다른 한 명은 악이기에, 조로아스터교는 비로소 전형적인 이신교가 된다. 힌두교에서 비슈누와 시바는 결코 선악의 화신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대범천 안에서의 생성과 파괴라는 두 측면이다. 오래된 것의 파괴 없이는 새로운 것이 생성될 수 없다. 때문에 양자는 모두 ‘선’이다.

인도 종교는 선악 이원론으로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인도 종교는 훗날 유대교 · 기독교 · 이슬람교 등 소위 ‘아브라함계’의 길을 걷지 않았으며, 세계의 또 다른 종교 체계인 법상계(다르마계)에 속하게 되었다.



<관련 그림>


KINGS of BAKTRIA. Agathokles. Circa 185-170 BC. AR Drachm (3.22 gm, 12h).

앞면: “BASILEWS AGAQOKLEOUS” (아가토클레스 왕), 인도의 신 발라라마-상카르샤나가 정면으로 서 있음. 화려한 머리장식, 귀걸이, 칼집에 든 검을 차고 있으며, 오른손에는 가다(철퇴)를 휘두르고, 왼손에는 쟁기 상징을 들고 있음.

뒷면: 카로슈티 문자로 “Rajane Agathuklayasa” (아가토클레스 왕), 인도의 신 바수데바-크리슈나가 정면으로 서 있음. 화려한 머리장식, 귀걸이, 칼집에 든 검을 차고 있으며, 오른손에는 상카(진주 모양의 항아리 또는 소라)를 들고, 왼손에는 장식된 차크라(바퀴)를 들고 있음.

발라라마-상카르샤나(가다와 쟁기 상징을 들고 있음)와 바수데바-크리슈나(상카와 차크라를 들고 있음)는 비슈누의 가장 초기의 화신으로, 청동 주화에 등장하는 락슈미와 마찬가지로 비힌두 주화에 등장한 최초의 베다 신들입니다. 이 신들이 주화에 등장하는 것은 헬레니즘 그리스와 인도 이웃들 사이의 문화적 관계가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메가스테네스(Megasthenes)는 현재 소실된 《인디카(Indica)》의 저자로, 셀레우코스 1세 니카토르(Seleukos I Nikator)에 의해 마우리아 제국의 통치자 찬드라굽타(Chandragupta)에게 대사로 파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연결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인물은 안티알키다스(Antialkidas)의 대사 헬리오도로스(Heliodoros)입니다. 그는 기원전 113년 베스나가르(Besnagar)에서 바수데바에게 헌정한 기둥에 브라흐미 문자로 자신을 비슈누의 신봉자라고 선언했습니다.


Ranganathaswamy Temple, Srirangapatna

인도 카르나타카 주 만디아 구의 스리랑가파트나에 있는 랑가나타스와미 사원 또는 스리 랑가나타스와미 사원은 힌두교 신인 랑가나타(비슈누의 화신)에게 바쳐진 사원입니다.


휴네퍼 파피루스(Hunefer Papyrus). 기원전 1317~1310년

위대한 신 오시리스는 불의 전당, 저승세계의 정화수 옆에 놓여진 대좌 위에 앉아 있다. 그 정화수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연꽃 화관 위에서 호루스의 젊은 네 아들이 태어나고 있다. 위대한 신 오시리스 앞에는 그를 부활하게 한 날개 달린 ‘호루스의 눈’이 있다. 그리고 그의 뒤로 오시리스 신화에 나오는 두 명의 여신이 서 있다. 왼쪽이 네프티스이고, 오른쪽이 이시스이다. 우라에우스(Uraeus) 뱀 모양의 처마장식이 전당 위를 덮고 있다.



<참고자료>


Vishnu – Wikipedia

Trimurti – Wikipedia

Sudarshana Chakra – Wikipedia

Vāsudeva – Wikipedia

Saṃkarṣaṇa – Wikipedia

Pandava – Wikipedia

Tree of Jesse – Wikipedia

Jesse’s Tree – Chartres Cathedral

비슈누 (Vishnu) – 인도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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