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폴리스 창조신화 – 이집트 신화

피라미드 문서(Pyramid Texts), 무덤 벽 장식, 그리고 기원전 약 2700~2200년에 해당하는 고왕국 시대(Old Kingdom)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록들이 고대 이집트 창조 신화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신화들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종교적 기록물로 간주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여러 창조 신과 그에 관련된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이집트 창조신화는 여러 지역마다 다르게 전해져 왔으며, 대표적으로 네 가지 주요 창조신화가 있다. 각각 이집트의 중요한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신들의 계보와 창조 과정이 조금씩 다르다. 대표적으로 헬리오폴리스, 멤피스, 헤르모폴리스, 테베 신화가 있다. 각각의 신화에서 창조의 주체가 되는 신들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혼돈에서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

※ 신화/종교 – 옐로우의 블로그 : http://yellow.kr/blog/?page_id=1246


1. 헬리오폴리스(Heliopolis) 신화 – 태양신 라 중심

  • 가장 널리 알려진 이집트 창조신화로, 태양신 아툼(Atum) 또는 라(Ra)가 혼돈의 바다(눈, Nun)에서 스스로 창조되었다고 전해진다.
  • 이후 슈(Shu, 공기의 신)와 테프누트(Tefnut, 습기의 신)를 낳고, 이들이 게브(Geb, 대지의 신)와 누트(Nut, 하늘의 신)을 낳아 우주를 형성한다.
  • 게브와 누트 사이에서 이집트의 주요 신들(오시리스, 이시스, 세트, 네프티스)이 태어나며, 이후 오시리스 신화로 연결된다.


2. 멤피스(Memphis) 신화 – 창조신 프타 중심

  • 멤피스 지역에서는 창조의 주신이 프타(Ptah) 로 여겨졌다.
  • 프타는 “말의 힘” 으로 세상을 창조했으며, 그의 생각과 말이 우주를 형성했다고 전해진다.
  • 이는 이집트 신화 중에서도 철학적이며, 신이 생각과 언어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기독교 창세기의 개념과 유사하다.


3. 헤르모폴리스(Hermopolis) 신화 – 혼돈과 조화의 신들

  • 창조의 근원이 된 존재는 “옥타드(Ogdoad)”, 즉 8명의 원초적 신들이었다.
  • 이들은 네 쌍의 남녀신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혼돈의 바다, 어둠, 무한함, 보이지 않는 힘을 상징한다.
  • 이 신들이 함께 힘을 모아 창조의 원천이 되는 “태초의 언덕”을 만들었고, 그 위에서 태양신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4. 테베(Thebes) 신화 – 신 아문 중심

  • 신왕국 시대에 이집트의 중심이 된 테베에서는 아문(Amun) 을 창조신으로 숭배했다.
  • 아문은 원래 보이지 않는 바람의 신이었지만, 점차 창조신 역할도 맡게 되었다.
  • 아문이 스스로 존재하며 세계를 창조했고, 후에 라(Ra)와 결합하여 “아문-라(Amun-Ra)” 로 숭배되었다.



# 헬리오폴리스 창조신화

헬리오폴리스(Heliopolis, “태양의 도시”) 신화는 고대 이집트의 가장 중요한 창조 신화 중 하나로, 태양신 중심의 세계관과 9신(엔네아드, Ennead)의 계보를 통해 우주의 탄생과 신적 질서를 설명한다. 헬리오폴리스(현재의 카이로 근교)는 이 신화의 종교적 중심지였으며, 태양 숭배와 파라오의 신성한 권력을 정당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헬리오폴리스는 고대 이집트어로 이우누(Iunu)라 불리며, “기둥의 도시”를 의미한다. 기원전 2700년경 고왕국 시기에 번성한 이 도시는 태양신 라(Ra)와 아툼(Atum)의 주요 성지로, 신화와 의식이 집중되었다. 이곳에서 발전한 창조신화는 이집트에서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이며, 이 신화는 태양신 아툼(Atum) 을 창조의 기원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헬리오폴리스 버전의 이집트 창조 신화는 “태초의 혼돈(Caos)에서 태어난 질서”로 요약될 수 있다:

1. 태초의 어둠:

신화는 태초의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이 어둠은 누(Nu 또는 Nun)라고 불리는 아무 것도 없는 혼돈의 암흑 바다였으며, 무한하고 형체 없는 공간이었다. 누(Nu) 속에는 생명이나 질서가 없이 혼돈만이 존재한다.

2. 벤벤의 등장:

어느 날, 누(Nu) 깊은 곳에서 벤벤(Benben)이라는 언덕이 솟아올랐다. 벤벤은 스스로 존재하는 신비로운 존재였으며, 창조의 씨앗을 가지고 있었다. 벤벤은 피라미드의 피라미디온(또는 벤베넷)이라고 불리는 피라미드의 꼭대기 돌과 관련이 있다. 또한 오벨리스크와도 관련이 있다.

3. 아툼의 탄생:

혼돈 속에서 아툼(Atum)이 스스로를 창조한다. 아툼은 “완전한 자”라는 의미로, 스스로 존재하는 창조주 신이다.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이며, 나 자신을 창조한 자다.”
아툼은 자기 의지로 자신을 창조한 최초의 신이며, 그는 헬리오폴리스 신화에서 모든 신과 세계의 근원이 된다. 그는 벤벤(Benben)이라 불리는 원추형 돌기둥 위에 서서 창조를 시작한다.

4. 최초의 신들 – 슈와 테프누트

아툼은 창조의 첫 번째 단계로 자신의 몸(재채기/자위 등)에서 두 신을 만들어냈다.

  • 슈(Shu) – 공기의 신
  • 테프누트(Tefnut) – 습기(물)의 여신

이들은 아툼의 첫 번째 자식으로, 물질 세계의 기본 요소를 상징한다. 이 두 신은 서로를 사랑하며 우주의 질서를 형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슈와 테프누트는 눈(Nun)의 혼돈 속에서 길을 잃었고, 아툼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이에 그는 자신의 한쪽 눈(Eye of Ra) 을 보내어 두 신을 찾았다. 그들이 돌아오자, 아툼은 기쁨의 표시로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에서 인류가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5. 땅과 하늘의 분리 – 게브와 누트

슈와 테프누트는 서로 사랑하여 또 다른 두 신을 낳았다.

  • 게브(Geb) – 대지의 신
  • 누트(Nut) – 하늘의 여신

이때 게브와 누트는 서로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이들은 깊은 사랑에 빠져 떨어질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완전한 형태가 아니었고, 그들 사이에 공간이 필요했다. 이를 본 슈(공기의 신)는 자신의 힘으로 게브와 누트를 떼어 놓았고, 누트를 하늘로 들어 올려 별이 되게 했다. 이때부터 대지(게브)와 하늘(누트)이 분리되어 우주의 구조가 완성되었다.

6. 오시리스 신화와의 연결 – 이집트 주요 신들의 탄생 (엔네아드의 완성)

게브와 누트 사이에서 이집트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들이 태어난다. 이들은 이후 유명한 오시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이 된다.

  • 오시리스(Osiris): 죽음과 부활, 농업의 신.
  • 이시스(Isis): 마법과 모성의 여신.
  • 세트(Seth): 폭풍과 혼돈의 신.
  • 네프티스(Nephthys): 죽음과 보호의 여신.

이 네 신은 인간 사회의 질서(마아트, Ma’at)와 혼돈(이스페트, Isfet)의 대립을 상징하며, 오시리스와 세트의 갈등은 신화의 주요 서사가 된다.

※ 관련 글: 이시스와 오시리스 신화 (Osiris Myth) – 옐로우의 블로그


헬리오폴리스 창조신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태양신 라(Ra) 이다.

  • 시간이 지나면서 아툼과 라는 동일시되었으며, “아툼-라(Atum-Ra)” 라고도 불렸다.
  • 라는 태양을 타고 하늘을 여행하며, 밤에는 저승을 통과하여 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순환적인 신이 된다.
  • 이로 인해 헬리오폴리스 신화는 태양이 매일 떠오르고 지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툼(Atum)과 라(Ra)의 동일시는 고대 이집트 종교의 복잡한 신학적 통합(신크레티즘, Syncretism)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집트에서 태양은 다양한 방식, 즉 라(Ra)와 태양 원반을 상징하는 아텐(Aten,Aton), 아침의 젊은 태양인 케프리(Khepri)와 저녁,밤의 늙은 태양 아툼(Atum, Tem) 등으로 숭배되었다.
이집트 역사 초기부터 라(Ra)의 영향력은 이집트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며,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조합은 Atum(아툼, 인간의 모습), Khepri(케프리, 풍뎅이), 그리고 Horus(호루스, 매)와 결합된 형태이다.

태초에는 혼돈만이 존재했으며, 태양신 Ra는 우주를 가득 채운 Nun(눈, 태초의 원시적인 물) 속에서 홀로 존재했다. 우주는 원시의 방대한 물로 뒤덮여 있었고, 그 혼돈 속에서 Benben(벤벤, 피라미드 모양의 신성한 언덕)이 솟아올랐다. 벤벤과 함께 연꽃이 있었고, 연꽃이 피어났을 때 Ra가 탄생하였다.

나는 혼돈의 물 속에서 홀로 있던 아툼이며, 나는 떠오른 라(Ra)이다. 내가 창조한 세계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이 구절은 아툼이 인간의 모습으로 모든 것을 창조한 후, 라(Ra)가 이 세상을 다스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헬리오폴리스 신화의 엔네아드는 9명의 신으로 구성되며, 아툼(Atum)을 시작으로 4세대에 걸쳐 확장된다.

세대신(God)역활
1세대아툼(Atum)창조주, 태양신(라와 동일시)
2세대슈(Shu)공기와 빛의 신
테프누트(Tefnut)습기와 생명의 신
3세대게브(Geb)대지의 신
누트(Nut)하늘의 여신
4세대오시리스(Osiris)죽음과 부활, 농업의 신
이시스(Isis)마법과 모성의 여신
세트(Seth)혼돈과 폭풍의 신
네프티스(Nephthys)죽음과 보호의 여신
Ennead – Atum, Shu, Tefnut, Geb, Nut, Osiris, Isis, Set, Nephthys

헬리오폴리스 신화에서 아툼은 스스로를 창조한 후, 정력(자위)이나 침(재채기)을 통해 직접/간접적으로 모든 엔네아드 신을 창조한다.

일부 자료에서 호루스를 엔네아드에 포함시켜 10명의 신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신세계사 1

– 쑨룽지 / 이유진 옮김 / 흐름출판 / 2020.01.20(원서: 2015)


크문(Khmun, 헤르모폴리스)은 상이집트의 종교 중심이었다. 하지만 고왕국의 수도는 이미 하이집트로 옮겨졌다. 때문에 나일강 삼각주, 멤피스 동북에 자리한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Heliopolis)의 지위가 더욱 중요해졌다. 태양신 라는 헬리오폴리스의 주요 신 ‘그랜드 엔네아드(Grand Ennead)’ 가운데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라는 전국적인 태양신으로, 헬리오폴리스에서 지역화된 그의 명칭은 아툼(Atum)이다. 때문에 라는 아툼 라(Atum-Ra)라고도 칭했다.

……

라와 악신 아펩(Apep, Apophis)의 전투가 창세 신화는 아니지만, 헬리오폴리스의 주요 아홉 신은 천지만물이 자리잡게 된 것을 상징한다. 라의 딸 테프누트(Tefnut)는 비와 이슬의 여신이다.테프누트는 자신의 오빠인 대기의 신 슈(Shu)와 결혼하여 대지의 신 게브(Geb)와 천공의 여신 누트(Nut)를 낳았다. 공기(슈)가 누트를 떠받치고 게브는 대지에 누워 있으면서, 하늘과 땅이 나뉘었다. 암소 형상의 누트의 사지는 세계를 떠받치는 네 기둥을 상징한다. 이 신화에서도 네 다리로 하늘과 땅을 나누고 있긴 하지만, 그 정신은 바빌론의 마르두크가 고조모인 혼돈의 여신 티아마트를 죽이고 그 사지로 하늘과 땅을 나눈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암소 이미지의 누트는 암소 여신 하토르(Hathor)를 연상하게 한다. 하토르는 그 어떤 신의 계보에도 속하지 않지만,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숭배된 신 가운데 하나다.

……

헬리오폴리스 신의 계보에서 제4세대에 속하는 세트(Set or Seth)는 악신이다. 세트는 형 오시리스(Osiris)를 질투해서 그를 죽인 뒤 14조각으로 나누어 이집트 각지에 뿌린다. 오시리스의 아내 이시스(Isis)는 13조각을 모아서 합쳤는데, 남근이 없어서 금속으로 그것을 대신해 관계를 맺고 호루스를 낳는다. 부활한 오시리스는 저승을 주관했으며, 나일강의 신이기도 했다. 오시리스의 신화는 수난 당하고 부활한 신의 원형 가운데 하나다(다른 하나는 수메르의 ‘이난나’다). 세트의 배우자 네프티스(Nephthys)는 언니 이시스를 도와 오시리스를 부활하게 했다. 네프티스와 이시스는 죽은 이의 수호신이 된다. 네프티스는 주로 죽음을 상징하고, 이시스는 재생을 상징한다.

파라오의 화신인 호루스 역시 헬리오폴리스신의 계보에 편입되었다. 호루스는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아들로, 이 셋의 조합은 기독교의 성聖 삼위일체 형상과 유사하다. 젖먹이 호루스가 어머니 이시스의 품에 안긴 신상은 성모가 성자를 안고 있는 상의 원형이다. 그런데 호루스의 삼촌 세트는 기독교식의 사탄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이집트 신화는 호루스와 세트의 투쟁을 영속화했다. 그들의 전투는 질서와 혼란, 낮과 밤의 대항을 상징한다. 이 전투는 통일 신화이기도 하다. 호루스는 상이집트를 상징하고, 세트는 하이집트를 상징한다. 양자는 물론 어느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기독교식의 선악 이원론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 세트는 이집트에서 숭배를 받았다. 신의 왕 라는 세트를 계승자로 생각했지만, 다른 신들은 호루스의 편이었다고 한다. 파라오의 화신인 매의 신 호루스는 훗날 국가의 신 라와 일체가 되어 라-호라크티(Ra-Horakhty)라고 칭해졌다.



신화의 이미지

– 조지프 캠벨 / 홍윤희 역 / 살림 / 2006-02-20 (원서: 1974)


그림14. 이집트 신화의 하늘과 땅의 분리

위쪽은 하늘의 여신 누트(Nut)인데, 그녀의 몸은 별로 뒤덮여 있다. 아래는 그의 배우자인 땅의 신 게브(Geb)이고 그 앞에는 ‘게브, 신들의 왕자’라고 제명이 쓰여 있다. 이집트 예술에서 일반적으로 하늘의 여신을 받쳐 들고 있는 것은 공기의 신 슈(Shu)이다. 이 그림에서는 슈의 위치에 원숭이 머리에 ‘산의 표지’를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신이 보이는데, 그는 공기의 힘이나 생명의 숨결과 관련될 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을 처음으로 갈랐다는 ‘태초의 언덕’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오른쪽과 왼쪽에는 영혼의 새 바(Ba)가 기도하는 사람처럼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 여신 누트의 앞뒤로는 각각 경배를 올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있는데, 쭉 뻗은 팔에는 생명과 지속성의 기호가 달려 있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은 서쪽의 표지이다.

생명의 기호는 앙크(ankh) 십자가(☥)이고, 지속성의 기호는 제드(Djed)의 기둥(𓊽)이다. 해가 지는 방향인 서쪽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네 개의 입구 중 하나이고, 그 지하세계에는 죽은 자들이 영원한 삶을 즐기고 있다.



<관련 그림>


‘태초의 언덕Benben’ 위로 태양이 떠오르며, 여신들이 그 주위로 원시의 물(Nun)을 쏟아내립니다.



Nun(눈)은 창조의 물에서 갓 태어난 태양을 태운 태양의 배를 들어 올린다.



Atum depicted between Ra-Horakhty and Hathor from the Harris Papyrus, 20th Dynasty (c. 1184–1153 BC)



The sky goddess Nut depicted as a cow



<참고 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Egyptian_mythology

https://en.wikipedia.org/wiki/Cosmic_ocean

https://en.wikipedia.org/wiki/Heliopolis_(ancient_Egypt)

https://en.wikipedia.org/wiki/Ennead

https://www.ancient-egypt-online.com/ennead.html


헬리오폴리스 창조신화 – 이집트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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